“뉴스 보고 철수 알았다”…딜러·정비소·소비자 모두 ‘혼란’ [혼다차의 몰락 ②]
“중고차 값 떨어질까”…차주들 허탈·분노 확산
서비스 8년 유지에도 불안 여전…“부품 수급 지연 우려”

“본사의 자동차 분야 철수 계획이요? 저도 기자회견이 열릴 때 알았어요.” 혼다코리아의 자동차 사업 철수 소식에 고객은 물론 서비스센터와 딜러사 관계자들까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 용산구의 혼다코리아 전시장의 한산한 분위기는 최근 위축된 판매 흐름을 보여준다. 용산 전시장의 하루 방문객은 평균 5명 남짓으로 전해졌다. 전시장 안에는 손님이 보이지 않았고, 철수 소식 이후 계약 여부를 묻는 고객 전화만 이어졌다.
27일 취재 결과에 따르면 혼다코리아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등 현장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고객 문의가 잇따르는 가운데, 소비자뿐만 아니라 딜러와 정비사 등 종사자들도 당혹감을 호소했다.
사전계약 6일 만에 철수 발표…딜러·정비소도 ‘당일 인지’
혼다코리아는 지난 23일 ‘혼다코리아 사업 운영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 구조 최적화를 이유로 국내 자동차 판매 사업을 올해 말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사전에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내부 종사자들조차 기자회견 이후에야 관련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번 결정은 혼다코리아의 ‘뉴 파일럿 블랙 에디션’ 사전계약 개시 이후 불과 6일 만에 발표됐다.
기자회견 다음날인 지난 24일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혼다코리아 전시장을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혼다코리아 딜러는 “본사의 자동차 사업 철수 계획은 기자회견이 열릴 때 알았다”며 “딜러사 대상 간담회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대표급만 참석했고, 현장 직원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공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부터 고객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계약을 유지하겠다는 분도 있지만, 일부는 해약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서비스센터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날 만난 혼다코리아 공식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기자회견과 동시에 고객들에게 연락이 와서 상황을 인지했다”며 “최근 차량을 구매한 고객들은 ‘앞으로 서비스는 어떻게 되느냐’는 문의를 가장 많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8년간 서비스는 유지되고, 부품도 계속 공급된다”며 “현재로서는 차량 판매만 중단되는 것이지 정비나 보증 대응은 기존과 동일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8년 이후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해당 관계자는 “직원 입장에서도 법적으로 보증된 기간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가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라며 “부품 수급은 온라인에서도 구할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 공급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차량 등록 전까지는 계약 해지 시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취소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기존 고객 혜택과 관련해서는 “유지관리 서비스와 부품 공급 등은 계약 조건에 따라 지속할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중고차 값·AS 불안’ 확산…전문가 “신뢰 훼손 불가피”
소비자들의 불안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철수로 인한 차량 가치 하락과 향후 유지 비용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어코드 9.5세대 차주 윤이임(49·가명)씨는 “차를 자녀에게 물려줄 계획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철수 소식에 허탈하다”며 “당장은 문제가 없겠지만 이후 고장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혼다 어코드 차주는 “혼다 차량에 대한 애정과 충성도가 있었는데, 브랜드가 철수하면서 차량이 시장에서 저평가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불만”이라며 “중고차 가격 하락이 걱정되고 기존 고객만 피해를 보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답했다.
서울 금천구에서 만난 혼다 오딧세이 차주는 기자의 질문을 통해 처음 철수 소식을 접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을 접을 거라면 최소한 기존 차주들에게 안내 문자라도 보내는 게 맞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 사업 철수를 넘어선 소비자 신뢰 훼손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브랜드 자체가 시장에서 철수하는 경우 고객들이 배신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며 “혼다코리아의 철수 결정은 소비자를 충분히 존중하지 않는 태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학훈 오산대학교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판매 중단 이후 서비스 유지 방침과 관련해 “형식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부품 수급이나 재고 관리 측면에서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딜러나 서비스센터가 할 수 있는 대응은 결국 개별 대응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문제없다’는 설명을 듣더라도 체감 불안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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