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 탈취, 지상목표 타격’…中 ‘우주전쟁’ 역량 급성장

중국이 미국과의 ‘우주 전쟁’에 대비해 인공위성 탈취·파괴 등을 위한 민간·군사 이중용도 역량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26일(현지시간)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용 교재와 군 연계 학자들의 논문 100여편을 검토해 중국군이 위성 포획, 지상 목표물 공격, 스타링크 장악 등의 우주 전쟁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최근 중국, 러시아, 미국의 위성들이 서로를 정찰하는 사례가 급증했다”면서 “지구 궤도에서의 전투는
공상과학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짚었다. 위성들이 서로를 정찰할 수 있는 근접 작전 능력을 갖추면 적의 위성에게 손상을 입히거나 작동 불능 상태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우주공간에서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은 지난해 4월 미국 감시 위성 ‘USA 324’가 중국 위성들을 근접 통과했을 때 극명하게 드러났다. 당시 지구 상공 3만6000㎞에서 시속 1만900㎞로 이동하던 ‘USA 324’는 궤도를 조정해 중국 위성 ‘TJS-16’과 ‘TJS-17’에 접근했다.
‘USA 324’는 거리가 가까워지자 중국 위성의 움직임에 맞춰 속도를 조절했고 이들 세 위성은 동기화돼 한 세트인 것처럼 움직였다. ‘TJS-16’과 ‘TJS-17’은 대외적으로 통신 테스트용으로 알려졌지만, 미국은 감시 위성 역할을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중국은 2022년 1월 우주쓰레기 제거용이라고 밝힌 ‘스젠-21’ 위성의 로봇 팔로 수명을 다한 베이더우 항법 위성을 낚아채 우주의 ‘무덤 궤도’에 폐기했다. 미국은 중국이 지구에서 약 3만6000㎞ 떨어진 정지궤도에서 위성을 포획해 수백㎞ 위에 폐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이자 경악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 국가정보국은 당시 “중국이 미래에 우주를 기반으로 한 무기를 운용할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미국 우주군과 마찬가지로 우주 작전에서의 임무를 통신과 항법 등에 필요한 우주 자산을 보호하는 것과 적의 우주 기반 시설을 위협하는 것, 두 가지로 규정한다. 2024년 발간된 중국군 교재 ‘우주 작전 개론’은 “우주 작전의 주요 임무는 육상, 해상, 공중을 아우르는 합동 전쟁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우주는 전략적 억지력의 궁극적 영역으로 핵 억지력보다 더 유연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더 빠르고 효율적”이라고 명시했다.
이 교재는 또 “고속으로 우주를 이동하는 자산은 지상·해상·공중의 모든 목표물을 위협하고 전 세계적인 공격을 감행할 수 있으므로 진정으로 세계적인 영향력과 전투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우주에서의 우위 없이는 다른 어떤 전쟁 영역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우주전쟁 전략은 ‘억지-봉쇄-공격’ 단계로 나뉜다. ‘억지’ 단계에선 우주에서 작전능력을 공개하고 무기를 배치하며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적응 대응의지를 약화시킨다. 사이버나 전자전 공격을 통해 적의 통신 및 지휘 체계를 교란할 수 있다.
‘봉쇄’ 단계에선 특수부대가 지상기지에 침투해 통제센터와 레이더 등을 파괴한다. 전파 방해와 사이버 공격에서부터 지상·공중·우주에서 운용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까지 다양한 수단이 동원된다. 중국군의 한 교재는 “적의 우주 시스템이 이런 공격을 받으면 지상, 해군, 공군 및 기타 병력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능력을 상실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전용 우주선과 우주 기뢰를 이용해 위성을 포획하거나 파괴할 수도 있다.
적이 억지·봉쇄 작전에 굴복하지 않으면 ‘공격’ 단계로 들어간다. 위성의 안테나에 화학물질을 뿌려 무력화하거나 고속 요격 미사일이나 전자기식 레일건으로 공격한다. 승무원이 탑승하는 우주왕복선이나 우주정거장도 적극 활용된다. 지상 기지에 의존하는 시스템보다 기동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는 어떤 것도 금지되지 않으며 우주와 다른 전장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중국군 교재에는 적의 위성부터 군사 기지, 핵무기 시설, 정보 및 에너지 기반 시설까지 모든 것이 공격 목표로 나열돼 있다.
중국은 최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위성 인터넷 사업 스타링크가 활용하는 저궤도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소수의 정지궤도 위성 대신 저궤도 위성 수백개를 활용해 적의 미사일 공격을 미리 포착함으써 요격 방식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스타링크에 맞서 2024년부터 2030년까지 3만7000기 이상의 위성을 새로 발사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저궤도에 6만~10만 개의 위성을 운용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위성 생산·발사 비용이 이를 위해 스페이스X보다 훨씬 비싸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 비용을 낮추기 위해 하이난섬의 원창 우주발사장을 확장하고 산둥성에 해상 발사 플랫폼을 설치하는 등 공급망 확보와 인프라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FT는 “미국과 중국 모두 우주공간에서 단 한 번의 공격만으로도 자국의 경제와 군사력이 의존하는 중추신경계가 마비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통신, 전력망, 항법시스템, 금융시장은 모두 위성을 통해 전달되는 신호가 없으면 붕괴하고 현대 군대는 지휘 통제, 통신, 미사일 표적 설정에서 우주에 크게 의존한다”고 지적했다.
서방의 한 군사 관계자는 “우리는 그 누구도 전쟁을 치러본 적이 없는 영역에 들어섰다”면서 “상황이 순식간에 악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FT에 말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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