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본 간부들, 김일성대학서 쏴 죽였다…김정은의 공포 통치
북한 군 간부 양성기관인 평양 김일성 정치대학. 조선인민군 내 엘리트를 길러내는 최고 교육기관이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쓰임새는 달랐다. 지난 2013년 가을 내각과 시 인민보안서장 등 고위 간부들이 이곳에서 총살당했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했다. 집권 불과 2년도 되지 않은 시점, 김정은은 한국 동영상과 음란물을 보다 적발된 간부들을 처형하는 장소로 김일성 정치대학을 택함으로써 미래의 정치 간부들에게 본보기를 보인 것이다.

김정은이 집권 직후부터 최근까지도 수도 평양을 공개처형 장소로 활용, 공포정치를 극대화하는 무대로 써 왔다는 국제인권단체 보고서가 나왔다. 특히 김정은 집권 초기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국경이 전면 폐쇄됐을 때 공개처형이 급증, 내부 통제와 처벌이 극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조사기록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은 28일 지난 10년 간 탈북민 880명을 인터뷰한 결과와 북한 전문매체 보도 등을 토대로 김정은 집권(2011년 12월~2024년 12월) 13년 동안 북한에서 최소 144회 처형이 집행됐고, 최소 358명이 처형됐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사형이 선고되고 처형까지 이뤄진 사례가 대부분으로, 한 번에 평균 2.6명이 처형됐다.
TJWG는 144건의 공개 처형 중 111회에 대해 구체적 장소나 시·군 단위까지 위치를 특정했다. 공개처형이 가장 많이 이뤄진 곳은 북·중 접경지역인 양강도 혜산시(23회, 20.7%)였다. 빈번한 탈북과 밀수 행위 등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평양(22회, 19.8%)에서도 못지않게 많은 공개처형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양상이 좀 달랐다. TJWG는 북한에서 특정 집단을 겨냥해 이뤄지는 공개처형 유형이 있다고 분류했다. 처형을 하면서 직업, 소속기관, 계급, 지위 등 속성이 같거나 연관성이 있는 이들만 동원해 참관하게 하는 경우다.
TJWG는 유형 분류가 가능한 129회의 처형 중 이런 유형의 처형은 28회(21.7%)였으며, 처형이 집행된 장소 13곳 중 9곳이 평양 내 혹은 평양 인근이었다고 설명했다. “특정 집단의 구성원들을 겨냥해 공포심을 극대화하고 복종심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설명인데, 김일성 정치대학에서 이뤄진 처형이 대표적 예다. 사형수가 당과 군의 고위간부 혹은 가족인 경우가 많다.
전체적으로 평양 및 평양에 인접한 처형장소는 12곳이었다. 모두 김정은의 집무실로 알려진 ‘노동당 1호 청사’(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로부터 반경 30㎞ 내에 있고, 이 중 5개는 김정은 집무실로부터 북쪽으로 반경 10㎞ 내에 밀집했다. 김일성 정치대학만 해도 김정은 집무실로부터 직선거리로 8㎞ 이내에 있다. 인근 김정일사회안전대학도 처형장으로 쓰였다.
코로나19를 전후로 평양 내에서의 처형 집행 장소가 다소 달라진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국경 봉쇄 전 북한은 김정일사회안전대학(2013년), 김일성정치대학(2013년), 강건명칭 종합군관학교(2018년) 등에서 처형을 집행했다. 국경 봉쇄가 이뤄진 뒤에는 국가보위성 10국 탐지부 운동장(2020년), 호위사령부 보병여단 사격장(2021) 등을 처형 장소로 썼다.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해 처형장을 바꿨다는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 뒤 처형 집행 장소가 전국 곳곳으로 확대되는 양상도 보였다. 이전에는 평양과 북동부 3개도(함북·함남·양강도)에 국한됐지만, 봉쇄 이후 평양, 남포, 개성, 나선 등 4개 시와 8개도에서 처형을 집행했다. 양강도 혜산 비행장, 함북 청진 수성천변, 평양 등에서 주로 집행이 이뤄졌다. 운영을 중단한 비행장과 강가를 택한 건 대규모 인원을 참관에 동원하기 적합하기 때문이란 게 TJWG의 분석이다.
국경 봉쇄로 인한 경제난이 심각해지자 처형으로 민심 이반 등을 틀어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실제 김정은 집권 이후 공개 처형이 10회 이상 기록된 시기는 2012~2014년과 2020~2021년으로, TJWG 분석 기간 13년 중 해당 기간 중 처형의 64.0%가 집행됐다. 코로나19 봉쇄기에 김정은의 불안함이 집권 초기만큼이나 컸다는 뜻으로도 해석 가능한 현상이다.
구체적으로 국경 봉쇄가 시작된 뒤 5년간 북한의 처형·사형 선고는 30회(2015년 3월 14일 ~2020년 1월 29일)에서 65회(2020년 1월 30일~2024년 12월 16일)로 116.7% 늘었고, 사형 선고 인원은 같은 기간 44명에서 153명으로 247.7% 증가했다.
이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외부의 관심도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영환 TJWG 대표는 “김정은 등 북한 지도부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여부가 논의되고 유엔 등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활발하게 다뤄지던 2015~2019년 사이엔 처형이 줄었다”며 “코로나19로 국경을 닫자 공개처형으로 내부 통제를 극대화한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국경 봉쇄 뒤 케이팝(K-POP) 등 외부문화와 종교 및 미신 관련 처형·사형선고가 4회에서 14회로 250% 증가했다. 해당 혐의가 적용돼 처형되거나 사형선고를 받은 인원도 같은 기간 7명에서 38명으로 442.9% 늘었다. 김정은 지시 위반 등 정치적 범죄로 인한 처형 및 사형선고 인원은 봉쇄 전 4명에서 28명으로 600% 늘었다. 김정은이 4대 세습을 추구하면서 문화사상을 통제하고 정치적 지배를 위한 처형을 늘려간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희석 TJWG 법률분석관은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2014년 북한의 광범위한 사형을 반인도범죄로 확인하면서 처형이 일부 축소되는 듯했지만, 코로나19로 다시 확대하고 있다”며 “미얀마 유엔 책임규명 기구, 이란 진상조사단 등처럼 국제형사법상 책임을 묻기 위한 상설 조사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 더중앙플러스-이런 기사도 있어요
「 김정은, 의자 ‘툭’ 치자 ‘쪽’…주애 볼뽀뽀 직전 포착된 장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3641
환율 폭락한다고 “환전상 처형해”…‘경알못’ 김정은의 패착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9744
」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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