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IT] 샥즈 오픈핏 프로…‘음악·통화는 온·소음은 오프’

[디지털데일리 옥송이기자] 상황에 따라 주변음을 선택한다. 주변 소음이 거슬릴 때는 노이즈 캔슬링(ANC)을, 평소에는 주변음 허용 모드로. 흔히 폐쇄형 이어폰에서만 구현 가능한 기능으로 여겨졌지만, 글로벌 이어폰 제조사 샥즈가 이 공식을 흔들었다. 귀를 막지 않는 오픈형 구조임에도 ‘노이즈 리덕션’을 구현한 것이다. 최근 출시된 ‘오픈핏 프로(OpenFit Pro)’를 2주간 사용해봤다.
◆ ‘아재’라 해서 미안합니다
러너, 그리고 ‘아재’. 이른바 오픈형 이어폰을 떠올리면 따라붙던 이미지다. 기능 중심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일반적인 커널형 제품이 인위적으로 귀를 틀어막아 소리를 가두는 동시에 작은 크기와 디자인에 집중했다면, 오픈형 제품을 발상을 반대로 했다. 말 그대로 소리를 '열어두는' 만큼, 귓구멍은 열어두고 귓바퀴에 제품을 장착하는 방식이다.
압력이 가해지지 않기에 장시간 착용해도 귀에 압박이 없고, 주변 상황 인지에도 유리하다. 주위 환경 인지에도 탁월하다. 이에 운동을 즐기는 스포츠 마니아와 중장년 남성의 사용 빈도가 높고, 디자인이나 음질에서 아쉬움이 있다는 선입견도 존재했다. 그러나 샥즈의 신작 오픈핏 프로를 실사용하면서 기능과 편리함이 디자인에 대한 아쉬움을 상쇄, 아니 넘어선다고 느꼈다.


가장 먼저 체감되는 건 착용감이다. 기존 커널형 이어폰은 귓구멍에 삽입하는 구조 특성상 장시간 사용 시 통증이나 압박감이 발생하기 쉽다. 사용자마다 귀 크기가 달라 S·M·L 이어팁을 바꿔가며 맞춰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오픈핏 프로는 이런 고민 자체가 필요 없다. 귀에 ‘거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어후크에는 울트라 소프트 실리콘 2.0 소재가 적용돼 피부 자극 없이 부드럽게 밀착된다. 니켈-티타늄 합금 프레임은 귀 형태에 맞춰 자연스럽게 변형돼 안정적으로 고정된다. 이어버드 무게는 약 12.3g 수준. 전작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실착용 시 부담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 음질·통화품질, 예상 밖의 완성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통화 품질이다. 기존 커널형 이어폰을 착용한 채 통화하면 ‘물 먹은 소리’가 난다는 반응을 듣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결국 이어폰을 빼고 통화하는 상황도 흔했다.
반면 오픈핏 프로는 통화 중 상대방이 이어폰 착용 여부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다. 야외 산책 중이나 마트에서 이동하며 통화했을 때도 일반 수화기와 큰 차이가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차이가 분명하다. 커널형 이어폰은 차음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내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오픈형은 주변 소리를 자연스럽게 들으며 통화가 가능하다. 굳이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다.


이는 트리플 마이크 시스템과 AI 음성 인식 기술 덕분이다. 주변 소음을 최대 99.4%까지 줄이고 사용자 음성만 정밀하게 분리한다는 설명이다. 바람 소음 제어 기능도 결합돼 이동 중에도 안정적인 통화가 가능하다.
음질 역시 기대 이상이다. 샥즈 슈퍼부스트 기술과 11×20mm 듀얼 드라이버가 저음 왜곡을 줄이고 디테일을 살린다. 특히 밴드 음악처럼 베이스와 기타가 강조된 곡에서 풍부한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 돌비 애트모스와 헤드 트래킹 지원으로 입체감도 한층 강화됐다.
◆ ‘열린 상태에서 줄인다’…노이즈 리덕션의 실험
이번 제품의 핵심은 단연 ‘노이즈 리덕션’이다. 오픈형 이어폰은 구조적으로 외부 소리가 들어오기 때문에 기존에는 ANC 구현이 어려운 영역으로 여겨졌다. 오픈핏 프로는 이 한계를 줄이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실사용 체감도는 분명했다. 식당에서 라디오 소리가 흐르던 상황에서 강도 ‘강’으로 설정하자 배경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카페에서는 음악은 사라지고 주변 대화는 희미하게 남는 수준이었다. 정확한 말소리가 인지되지 않을 정도라 업무 시 거슬리지 않았다. 비행기 탑승 시에는 이륙 엔진 소음이 크게 줄어드는 경험도 가능했다.
다만 재채기, 물건 낙하, 아기 울음 같은 돌발 고음은 완전히 차단되지는 않았다. 완전 밀폐형 ANC 수준이라기보다는, 필요한 소음만 줄이고 환경은 유지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 일상에서 빛나는 편의성…소리 유출은 여전히 아쉬워
오픈핏 프로는 야외 환경에서 강점을 보인다. 음악을 들으면서도 차량이나 자전거 접근을 인지할 수 있어 안전성이 높다. 달리기를 할 때도 이어버드가 흔들리거나 빠질 듯한 느낌이 거의 없다. 한 번 착용하면 다시 만질 일이 없을 정도였다.
물리적 조작 방식이라는 점도 만족도가 높았다. 최근 제품들은 터치형이 많다보니 머리카락을 넘기는 등 사소한 동작에도 이어폰이 인식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오픈핏 프로는 물리적 버튼이 탑재돼 별도의 오작동 없이 눌러야만 음악이 멈추고, 넘어가고, 통화를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요즘 제품들이 ‘편의성’을 내세우면서 오히려 불편해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 제품은 반대로 기본기에 충실한 쪽이다.

배터리도 오픈핏 프로의 강점 가운데 하나다. 완충 상태에서 2시간 이상 야외 활동을 하며 노래를 듣고 통화를 병행했음에도 잔량 변화가 거의 없었다. 샥즈에 따르면 이 제품은 노이즈 리덕션 꺼짐 모드 기준 이어버드는 최대 12시간 재생, 케이스 포함 최대 50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케이스는 Qi 방식 무선 충전 및 USB C타입 충전을 지원한다.
다만, 대중교통에서는 오픈형 특성상 소리 유출이 발생한다. 실제로 버스에서 음악을 들을 때 주변에서 볼륨을 낮춰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충전 케이스 역시 일반 커널형 제품 대비 면적이 넓다. 두께는 얇지만 주머니 휴대성에서는 다소 불편함이 있다.
오픈핏 프로는 단순한 ‘오픈형 이어폰’에 머물지 않는다. 귀를 막지 않는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소음을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기존 이어폰의 사용 방식을 다시 묻게 한다. 완전한 차단이 아닌 ‘선택적 제어’에 가까운 이 방식은 개방감과 몰입감 사이에서 현실적인 균형점을 찾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귀를 막지 않고도 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오픈형 이어폰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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