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라오스 얘기 꺼낸 김정관…그 뒤 李 ‘공급망 외교’ 고민

“베트남의 희토류 개발을 인접국 라오스와 연계해서 하는 게 어떨까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21~24일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 당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이런 아이디어를 꺼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베트남은 희토류 매장량 세계 5위다. 중국 중심의 희토류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는 대체 공급망으로 주목받고 있는 국가다.
베트남 서쪽과 국경이 맞닿아 있는 라오스는 중국·베트남 수준의 매장량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김 장관은 라오스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라오스 북부에 희토류 광산이 있는데, 탐사가 덜 돼서 그렇지 생각보다 더 많은 희토류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라오스는 제조업 기반이 약하고 바다를 면하고 있지도 않으니, 라오스에서 희토류를 채굴한 뒤 베트남으로 가져와 분리·정제하고, 이를 한국으로 가져오자는 게 김 장관의 구상이었다. 한국 기업 성림첨단산업이 베트남에서 희토류 공장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이미 라오스 정부와 희토류 광산 탐사를 시작한 상태다.

대통령 국빈 방문 과정에서 희토류 대체 공급망 아이디어가 논의된 건 그만큼 이 대통령이 정상 외교에서 공급망을 최우선 과제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한·베트남 정상회의에서도 “베트남의 풍부한 자원과 한국의 기술력을 융합한 공급망 협력”(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이 화두로 올랐다. 지난 20일 한·인도 정상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산업연구원은 인도를 “미·중 경쟁 심화에 따른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중국을 대체할 글로벌 주요 생산기지로서 전략적 중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몽골 자치구의 한 희토류 광산. [AP=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8/joongang/20260428050301737rvqy.jpg)
이 대통령은 최근 폴란드·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 등 정상과의 대화에서 항상 “공급망 협력”을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공급망 확보는 현 정부 최우선 정책 중 하나였는데, 미국·이란 전쟁을 거치며 더욱더 중요성이 강화됐다”고 했다.
공급망 문제는 현 정부에서 처음 등장한 건 아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난달 발표한 ‘보이지 않는 공급망 위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공급망 위기는 2019년 일본 수출 규제로 ‘1차 구조적 상승’을 겪었고, 2020~2021년 코로나19 유행 기간 ‘고위험 구간 정착’을 했으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위기 정도가 다소 상승했다. 그러다 2023년부터 ‘상시 고위험 구간’에 들어갔다.
한국 정부가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정상 외교에서 공식화한 것도 윤석열 정부 때인 2022년 말부터다. 정형곤 KIEP 세계지역연구1센터 선임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는 공급망 안정화 법제 구축, 핵심 품목 지정, 비축 정책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동맹국 중심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공급망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 연구위원이 보는 이재명 정부 ‘공급망 외교’의 특징은 “정상 외교를 통해 공급망 이슈를 주요 전략 의제로 다룬다”는 것이다. 그는 “이재명 정부는 공급망을 단순한 산업 정책의 영역이 아니라, 외교·안보·경제가 결합된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정부의 공급망 문제 대응 방식이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전환된 데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영향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며 중국 중심 공급망은 단절됐고, 중동 전쟁까지 더해졌다. 공급망은 전 세계 모든 중견국의 고민이 됐다. 그런 중견국의 입장을 대변했던 게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지난 1월 다보스 포럼 연설이다.
카니 총리는 “최근 강대국들은 공급망을 (상대국을) 취약하게 할 점으로 악용하기 시작했다”며 “그 결과 많은 국가들이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광물·공급망 등에서 더 큰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전환기가 아니라 단절(Rupture)의 한 가운데에 있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의 공급망 전략은 ‘전략적 자율성 확보’라는 중견국의 고민 속에 내포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황인상 국립외교원 국제통상경제안보연구부장은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시작되면서 더더욱 기존의 통상 질서는 와해되고, 자유무역이라는 말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경제 안보라는 말이 대체했다”며 “첨단 제조 산업으로 먹거리를 창출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공급망 문제가 더 중요해진 셈”이라고 했다. 이어 “정치적인 동력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정상의 ‘공급망 외교’가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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