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우의 퍼스펙티브] 골드워터의 공화당과 닉슨의 공화당, 국민의힘이 가야할 길은

6·3 지방선거가 불과 한 달 남짓 앞이다. 지금으로선 더불어민주당의 낙승이 예상되고 있다. 일각에선 보수 궤멸론까지 나온다. 무릇 선거 결과란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것이고 몇몇 지역에선 접전이 예상되기도 하나, 현재로선 국민의힘이 의외의 선전을 펼칠 것 같진 않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장동혁 대표 체제가 강성 지지층에 기댄 채 당내 온건파와 갈등하며 그러잖아도 이미 국민의힘으로부터 떠나 있는 중도층을 거의 끌어안지 못하고 있는 탓이 작지 않아 보인다. 그럼 이제 국민의힘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1960년대 미국 공화당의 부침 속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볼까 한다.
배리 골드워터와 리처드 닉슨은 1964년과 1968년에 각각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인물들이다. 둘은 불과 4년 차이로 연이어 대선을 치렀지만, 그 결과는 달랐다. 1964년 대선에서 골드워터는 사상 최악에 가까운 참패를 당했다. 50개 주 가운데 단 6개 주에서만 승리했다. 반면 닉슨은 1968년 대선에서 32개 주를 차지해 신승했다(비록 4년 뒤 재선에 성공하고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하게 되지만).
1960년대 초반 골드워터의 공화당

그럼에도 골드워터는 강성 보수 유권자의 응집된 지지를 바탕으로 공화당 강경파의 아이콘이 되고자 했다. “자유를 수호하는 데 있어 극단주의는 악이 아니며, 정의를 수호하는 데 있어 중도는 미덕이 될 수 없음”을 설파했다. 반공, 작은 정부, 군비 증강 등의 구호가 요란했다. 그러니 당시 가뜩이나 민주당에 기운 중도층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골드워터를 미국 신보수주의의 효시로 보기도 하나, 그가 이끄는 공화당은 어쨌거나 민주당을 이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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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선거 민주당 승리 전망 많아
강경 보수 노선 골드워터는 패배
닉슨은 중도 민심 얻어 대선 승리
국민의힘 골드워터 따르면 곤란
」
1960년대 후반 닉슨의 공화당

주목할 점은 이러한 사회경제적 조건의 차이 이상으로 닉슨과 골드워터 간 정치적 행보 차이가 더 극명했다는 사실이다. 닉슨은 골드워터의 패배 이후 차츰 민주당의 진보적인 의제들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테면, 법과 질서를 강조하면서도 기회의 평등이라는 가치를 내세우며 민권법의 취지에 공감했다. 재분배에 대해서도 민주당보다 더 효율적인 복지를 제공할 수 있다며 작은 정부를 무조건 옹호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보수주의자로는 드물게 대기 및 수질 오염 문제를 연방정부가 다뤄야 할 주요 과제로 적극 제안했다. 민주당에 실망한 중도층이 공화당으로 올 수 있는 길을 터줬던 셈이다. 결국 닉슨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국민의힘이 가야할 길
현재 한국의 정치 환경은 닉슨 시기보다는 골드워터 시기의 미국과 닮아 있다. 당시 미국과 지금 한국의 사회경제적 맥락이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중도 민심이 보수보다는 진보 진영 쪽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예상대로 참패한다면 보수가 궤멸될 위기에 처할 것이란 전망도 결코 과장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닉슨의 길을 가도 쉽지 않은 판에 골드워터의 길을 간다는 것은 매우 우매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골드워터의 행보와 그 결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민의힘이 되새겨야 할 시사점이 더 명확해진다. 1960년부터 공화당 극단주의의 선두주자가 된 그는 1962년 중간선거를 전후해 넬슨 록펠러가 이끄는 당내 온건파를 민주당의 복제에 불과하다며 과격하게 몰아세웠다. 대체로 야당이 유리한 중간선거였음에도 공화당은 당내 분열 속에서 패배해야 했다. 특히 상원 선거의 경우 압도적으로 졌다.
하지만 정작 골드워터 자신은 전국적으로 선거 유세를 다니며 본인을 지지하는 풀뿌리 조직 구축에 열을 올렸고, 패배한 공화당 내에서 오히려 확고한 주류로 거듭났다. 패배의 책임은 오롯이 당내 온건파의 선명성 부족 탓으로 돌려버렸다. 선거에는 졌지만, 차기 대선 후보 자린 꿰찼던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2년 뒤 대선에서 결국 그는 참패하고 말았다.

국민의힘에게 진짜 선택의 갈림길은 지방선거 이후 펼쳐지게 될 것이다. 강성 당원 및 지지층에 기댄 리더십과 그 노선을 계속 고집하거나 방치하면서 변화를 거부할 것인가, 아니면 좋은 정책과 공약을 개발·제시함으로써 중도층의 선호도를 높이는, 어렵지만 가장 민주주의적인 정공법을 택할 것인가. 국민의힘이 끝내 변화를 거부한다고 해서 골드워터처럼 언젠가 한국판 신보수주의의 효시로 기억될 날이 올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변화를 거부할 시 이번 지방선거뿐 아니라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서도 골드워터처럼 계속 지기만 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이선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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