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기자 칼럼] 영외마트는 누구를 위한 곳인가

이철재 2026. 4. 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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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국방선임기자

최근 야전에서 들려온 소식에 씁쓸해졌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임무를 다하는 국군 장병을 격려하기는커녕 쥐꼬리만 한 복지를 그들로부터 뺏으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국군복지단이 운영하는 영외마트라고 있다. 군납 생필품을 값싸게 판다. 군인과 군인 가족이 안정적 생활을 누리고 삶의 질을 높이려고 만들어졌다. 군부대 안은 PX와 BX라면, 부대 밖 군인 아파트나 군관사엔 영외마트다.

그런데 정작 영외마트에서 군인과 군인 가족이 소외된다. 영외마트를 이용할 수 있는 정회원과 정회원 대우의 숫자가 크게 불어나면서다.

막상 장 보러 영외마트에 가도 물건이 동나기 일쑤다. 현역으로 입대한 병사뿐만 아니라 그의 배우자, 병사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 가족도 영외마트에서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다. 입대자 면회를 핑계로 싹쓸이 쇼핑하는 병사 가족도 종종 볼 수 있다. 인터넷에 ‘영외마트 추천템’으로 검색하면 “이건 안 사면 손해” “인기상품 Best 10” 등 게시물이 가득하다. 영외마트에서 파는 상품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직업 군인과 군인 가족은 발걸음을 돌려야 한다.

육군훈련소의 PX. 영외마트도 PX와 같이 ‘WA Mart’라는 상호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 국방부]

국가유공자와 국가보훈대상자도 영외마트 정회원 자격을 갖췄다. 국방부는 2020년 상비 예비군과 병역명문가를, 2021년 20년 이상 근무 퇴직 군무원도 영외마트 정회원으로 추가했다.

고물가 시대에 인기가 높아졌는데 영외마트는 낡고 비좁아 손님으로 미어터지기도 한다. 한 영관급 장교는 “사람이 몰릴 때 서로 밀치며 사야 한다. 전쟁터 같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기존 이용자의 불편을 줄이려고 이용자가 많은 영외마트는 대상자별 시간을 구분하고, 군복을 입은 이용자를 위해 우선 출입·결제가 가능한 아너스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영외마트 정회원을 늘리는 데 법적 문제는 없다. 국방부 장관은 군인 또는 군인 가족 이외 사람에게도 군 복지시설을 이용하도록 정할 수 있다. 다만 시설의 용도나 목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

나라를 위한 국가유공자 등의 헌신에 정부가 보답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그런데 왜 군인과 군인 가족을 희생하며 영외마트로 대우해야만 하는가. 더 값진 혜택도 있을 텐데 말이다. 군인이 참는 게 익숙하고, 불평하지도 않기 때문에 만만한 집단이라 정부가 영외마트를 선뜻 떼준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든다.

제발 억측이길 바란다.

이철재 국방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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