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냐, 넌… 7000원 계란값의 검은 민낯

이누리 2026. 4. 2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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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잡히는 계란값 왜
게티이미지뱅크


“장 볼 때마다 한숨만 나와요. 그렇다고 재료 양을 줄일 수도 없는데….”

3년째 분식집을 운영해온 자영업자 김모(65)씨는 한 판당 7000원을 넘어선 계란 가격표를 볼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는다. 주력 메뉴인 김밥, 라면 등 계란이 들어가지 않는 음식이 없어 장사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메뉴 가격 인상까지 고민하고 있다. 꺾일 줄 모르는 계란 가격에 정부는 시중에 수입란까지 풀었지만 현장의 체감 물가는 요지부동이다.

기시감이 드는 장면이다. 5년 전에도 한국 사회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 2021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값이 급상승하면서다. 홍남기 당시 부총리는 “마스크 대책에 준할 각오로 대응하겠다”며 가격 안정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다시 계란은 밥상 물가를 위협하는 대표 품목으로 떠올랐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가축전염병 유행과 살처분에 따른 수급 불안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그간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이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왜 계란값은 번번이 잡히지 않는 것일까. 근간에는 계란 가격 형성 구조와 고질적인 불안 요인이 자리한다.

27일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24일 거래·27일 발표 기준) 계란 한 판(특란·30구) 소비자가격은 6965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 7041원으로 2021년 7월 이후 4년 만에 7000원을 넘어선 뒤 1년 가까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수급 불안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24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가축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분기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총 7774만7000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만8000마리(-0.3%) 감소했다. 특히 산란 활동이 활발한 6개월 이상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5612만7000마리로 전년 동기보다 5.5%(325만4000마리) 줄었다.

고병원성 AI로 살처분 규모가 커진 탓이다. 지난해 겨울 이후 전체 사육 마릿수의 약 13% 수준인 산란계 1100만마리 이상을 살처분했다. 반면 계란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계란 소비량은 1970년 77개에서 2024년 348개로 54년 만에 약 4.5배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대책은 5년 전과 크게 바뀌지 않았다. 2021년 AI가 종식된 이후에도 한동안 계란값이 7500원대에 머물자 정부는 수입계란을 들이며 공급가를 낮추려 했다. 최근 정부가 태국과 미국에서 수입란을 들여오는 것도 비슷한 흐름이다. 계란의 ‘생산-유통-판매’ 전 단계에 걸친 점검반도 운영해 왔다. 5년 전에는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 농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범부처 합동점검반 형태로 꾸려졌다면, 이후에도 각종 협의체를 통해 비슷한 틀이 유지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계란값 불안의 핵심인 ‘유통구조’는 손대지 못했다. 거래가격 형성 과정부터가 문제다. 기준이 되는 산지가격은 축산물품질평가원과 대한산란계협회 등 복수 주체가 각각 발표해 혼선을 키웠다. 특히 산란계협회가 발표하는 산지가격은 수급 전망을 감안해 산출돼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2023년 발표한 ‘계란 거래가격 대표성 확보 및 유통구조 개선 방안’에서 “산란계협회의 산지 가격이 거래가격이라기보다 앞으로 받고 싶은 희망 가격을 좌표 찍어 주는 것으로 의심돼 업체 간 담합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계란 유통 업계의 ‘후장기’ 거래 관행 역시 가격 왜곡을 부추긴다. 계란 가격이 거래 시점에 확정되지 않고 나중에 일괄 조정되면서, 농가와 유통 모두가 손실을 서로 떠넘기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지적이다. 마트 할인·행사로 소매·도매 단계에서 손실이 나면 유통업체는 이를 농가 정산 가격에 반영하고, 반대로 공급이 부족한 국면에서는 농가가 웃돈을 요구하며 산지가를 끌어 올리는 식으로 작동해 왔다.

시장 균형도 흔들리고 있다. 과거에는 유통업자가 가격 협상에서 우위에 있었지만, 2021년 이후 흐름은 크게 바뀌었다. 당시 고병원성 AI로 공급이 불안해지면서 산란계 마릿수·병아리(중추) 가격·사료비·방역비 등 생산 요인이 중요해졌고, 자연스레 농가의 협상력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일부 대형 농가가 유통까지 겸업하며 시장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도 개선 방안을 내놨다. 대표적으로는 실거래 기반 가격조사 체계 구축이다. 대표성 있는 산지가격을 도출하고, 공판장 확대를 통해 공개경쟁에 기반한 가격 형성을 유도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또 유통상인이 농가와 거래할 때 실거래가격, 검수 기준 등을 명시한 ‘계란 표준거래계약서’를 활용하도록 했다.

다만 이런 제도는 현장에서 벽에 부딪혀 안착하지 못했다. 공판장 도입은 중간 유통 비용과 같은 추가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참여가 제한적이다. 표준거래계약 역시 농가·유통업자 간 이해관계 충돌로 확산되지 못했다. 생산자단체와 정부 간 가격 공시 방식, 유통 구조 개편 방향을 둘러싼 이견도 지속됐다. 최근에는 공정위가 산란계협회의 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하면서 단체 해산까지 검토할 만큼 대립이 커진 상황이다.

문제는 지금의 유통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가격뿐 아니라 품질 저하까지 우려된다는 점이다. 산란계는 통상 약 72주령(1년 반)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인 품질의 계란을 생산하지만 그 이후에는 품질이 점차 떨어진다. 고병원성 AI로 대규모 살처분이 발생할 경우, 남아 있는 농가들이 공급 부족을 메우기 위해 산란 기간이 지난 닭까지 계속 활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품질이 낮은 계란 비중이 늘어나면 전반적인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유통의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미국 등 해외 주요국은 가격 정보와 거래 방식이 비교적 투명하다. 일본은 전국 농협 계열의 JA전농계란이 전날 시세와 판매 상황을 토대로 기준가격을 제시한다. 미국은 지역별 시장조사를 통해 계란 가격을 발표하고 특수·덤핑거래 같은 비정상 가격은 빼는 식으로 계란값을 관리한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가격 고시 구조를 깨면 시장 경쟁이 살아나면서 계란값 상승 압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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