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되는 다카이치와 우에다 간 갈등…엔·달러 환율, 어디까지 갈 것인가?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한국경제TV 황효원 기자]

최근 들어 엔·달러 환율이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10월 초 다카이치 시나에 정부가 출범한 이후 달러당 10엔 정도가 치솟았다. 상승 속도로 보면 일본 외환시장이 개설된 이후 가장 빠른 편이다. 조만간 160엔마저 뚫을 기세다.
엔·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카이치 정부의 엔저 정책 때문이다. 아베 신조 서거 이후 잠시 뒷전으로 물려갔던 아베노믹스가 재추진한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외형상 경기 회복이라는 명목이 있지만 자민당 내 기반이 약한 점을 고려해 아베파와의 연합을 위한 정치적 목적이 강하다.
문제는 엔저를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2012년 아베노믹스가 추진할 당시 영입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아베 총리의 행동대장 역할을 담당했다. 기준금리를 비롯한 각종 시장금리를 마이너스 국면으로 떨어뜨려 엔저를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성과도 컸다. 엔·달러 환율이 77엔대에서 110엔 내외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다르다, 일본의 수출입 구조가 마샬-러너 조건《(외화표시 수출수요 가격 탄력성+자국 통화표시 수입수요 가격탄력성》>1)이 충족되지 않아 수출 증대와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지난 12년 이상 동안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으로 부작용이 누적돼 출구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수순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취임 이후 우에다 총재는 일본 정부와 집권당인 자민당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꾸준히 올려왔다. 이제는 기준금리를 비롯한 각종 금리가 마이너스 국면에서 탈피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중국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통화정책의 목적도 경기부양에서 전통적인 물가안정으로 되돌려 놓았다.
현재 일본 경기는 지난 3분기 이후 0% 선을 놓고 들쑥날쑥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대로 상승하고 있다. 스테그플레이션으로 빠질지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이에 준하는 국면에 처해 있다. 자산 붕괴 과정에서 스테그플레이션이 닥친 1990년대 초반 이후 처음으로 재현되는 현상이다.
당시 2차 대전 이후 압축성장 과정에서 케인즈언의 총수요 관리 정책에 익숙했던 일본 정책 당국자 사이에도 어떻게 정책을 추진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재정정책을 담당하는 대장성은 경기부양에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에노 야스케 일본은행 총재는 인플레 안정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제금융역사상 유명한 대정상 패러다임과 미에노 패러다임 간의 대립이다.
최근에는 다카이치 정부는 대장성 패러다임과 마찬가지로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질적인 다카이치 정부의 첫 살림살이인 내년 회계연도 예산을 대규모로 편성해 놓고 있다. 토마스 피케티 공식과 현대통화이론대로 성장률(g)이 이자율(r)보다 높으면 빚내서 더 써도 좋다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같은 입장이다.

우에다 총재는 다카이치 정부가 출범 초기인 만큼 추가 금리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는 입장을 취해 왔다. 소비자 물가를 비롯한 각종 인플레이션 지표의 상승세를 고려하면 출구전략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 보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하마다 고이치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도 추가 금리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닥칠 국채금리의 급등세다.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70% 넘는 여건에서 재정지출을 늘리면 국채금리는 급등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기준금리마저 올리면 국채금리는 추가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카이치 정부가 연일 우에다 총재에게 금리인상은 어렵다고 협조를 구하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트럼프 정부의 상황과 똑같다. Fed는 인플레이션 재발 조짐을 주목해 금리인하에 주저하고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취임 이후 트럼프 정부의 최대 현안인 디폴트 위험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준금리를 1% 수준까지, 베센트 재무장관은 2.5% 내외까지 대폭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보다 국가채무 비율이 높은 일본으로서는 국채금리가 급등하면 디폴트 위험이 높아진다. 어빙 피셔의 통화가치를 고려한 국제 간 자금이동 이론에 따라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엔화 강세 요인보다 안전통화로서 엔화의 기능이 약화되는 보다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다카이치 정부 출범 이후 엔저가 되는 것도 종전과 달리 일본 경제와 엔화에 대한 믿음이 약화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현상이다.
이런 여건에서 트럼프 정부의 환율 정책이 약달러에서 강달러로 전환되는 시기와 맞물려 엔·달러 환율은 더 빨리 상승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관세와 제조업 부활 차원에서 약달러 정책을 추진해 왔다. 달러인덱스도 지난해 1월 110대에서 98대로 떨어져 주요 통화에 대해 10% 넘게 떨어졌다.
문제는 관세와 약달러 정책에 따라 미국 국민은 중하위 계층일수록 경제 고통이 심해져 왔다는 점이다. 수입 물가 상승과 필수 생필품을 구하고 싶어도 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뉴욕 시장과 뉴저지, 버지니아 주지사를 뽑는 선거에서 공화당의 참패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미니 지방선거는 올해 11월에 치를 중간선거의 바로미터다. 독재 야망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바탕으로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 중간선거마저 패배하면 행정명령에 따라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누적돼 왔던 탄핵과 레임덕 현상이 한꺼번에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정부의 환율 정책이 앞으로 강달러로 선회할 것으로 보이는 것도 중간선거가 6개월 남짓으로 다가온 만큼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엔·달러 환율이 어디까지 상승할 것인가. 당분간 국제 외한시장에서는 최대 관심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황효원기자 woniii@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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