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아파트 아닌데…신고가 찍은 그곳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서울 자치구 중 올해 1분기 생애최초 아파트 매수자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강서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강서구 아파트 매수자 10명 중 6명은 30대다. 강서구 내 젊은 세대의 아파트 매수 비중이 커지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3월 서울에서 집합건물(아파트·빌라 등)을 구입해 소유권 이전등기를 신청한 사람은 4월 6일 기준으로 2만304명이었다. 월별로 살펴보면 1월 7025명, 2월 6409명, 3월 6870명이다. 소유권 이전등기는 잔금 지급 후 60일 이내 이뤄지는 만큼 향후 수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주목할 점은 자치구별 분포다. 생애 최초 매수자는 서울 서남권 외곽에 속하는 강서구(1365명)가 가장 많았다. 이어 송파구(1262명), 은평구(1178명), 노원구(1174명), 구로구(1127명) 순으로 집계됐다.
송파구를 제외하면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지역에 수요가 대거 몰렸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들 지역 아파트 시세는 대부분 6억원까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을 수 있는 15억원 이하 아파트로 구성됐다.
강서구 생애최초 매수자 중 상당수(58.4%)가 30대(798명)란 점도 이색적이다. 올해 서울 부동산 시장은 강서구 등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젊은 층 매수 수요가 형성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매수 비중이 몰리는 만큼 최고가 거래 또한 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3월 7일부터 4월 5일까지(신고일 기준) 서울 아파트 역대 최고가 거래는 총 1496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강서구가 142건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신고가 거래를 기록했다.
강서구 신고가 거래를 보면 매매가격이 15억원 미만이며, 면적은 중소형인 아파트가 주를 이뤘다. 전체 최고가 거래 가운데 89%인 126건의 매매가격이 15억원 이하였다.
자연스럽게 강서구 전체 아파트 가격 또한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의 4월 2주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24%였다. 서울 자치구 중 강북구(0.27%)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올해 전체를 놓고 봐도 강서구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약 3.7%(1월 1주: 98.73, 4월 2주: 102.36)로 성북구와 함께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투자 가치보다 실거주 수요 늘어
서울 지하철 9호선 등촌역 2번 출구로 나와 공항대로61길을 따라 들어가니 일반 주거지역과 큰 차이 없는 풍경이 보인다. 각종 식당이나 카페 등이 옹기종기 자리 잡았다. 안쪽 골목을 따라 계속 걸어가다 보면 4개동으로 구성된 구축 아파트가 눈에 들어온다. 1999년 준공해 올해 준공 27년을 맞은 태영송화아파트다. 최고 18층 높이로 277가구에 불과한 소규모 아파트지만 요즘 서울 강서구에서 알음알음 화제를 모으는 단지다.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준공연도나 규모 등을 고려하면 염창동 랜드마크 단지라고 보긴 어렵다. 준공 30년 가까이 지나 재건축 시기가 다가오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전용 59㎡ 기준 대지지분이 약 20㎡에 불과해 사업성이 낮은 편이다. 결국 투자 목적이나 향후 재건축을 노릴 만한 아파트 단지는 아니란 얘기다.
다만 실수요자들이 선호할 만한 장점을 두루 갖췄다. 서울염창초와 붙어 있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다.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다. 지하철 9호선 등촌역까지 도보 5분 거리다.
구축이지만 관리 상태도 나쁘지 않다. 단지 내부가 청결하고 2021년 엘리베이터를 교체해 생활에 큰 불편함은 없어 보인다. 다른 구축과 비교해 주차도 비교적 수월하다. 지하 주차장이 2층까지 들어섰고 가구 수 대비 적정 주차면을 확보했다. 총 주차 대수는 307대로 가구당 1.1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2000년대 전후 지은 아파트 상당수는 주차 대수가 가구당 1대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주차로 인한 스트레스는 덜 받을 것처럼 보인다.
여러 장점 때문에 이 단지 소형 면적은 시장에서 늘 귀한 대접을 받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서구 염창동 태영송화아파트 전용 59㎡는 올해 3월 9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올해 1월 처음으로 8억원에 거래되며 2021년 8월(7억9500만원) 이후 4년 5개월 만에 신고가를 기록했는데 2개월 만에 1억원 올랐다. 시장에 나온 전용 59㎡ 매물은 거의 없으며 면적이 큰 전용 114㎡ 매물만 눈에 띈다.
더 주목할 점은 전세다.
태영송화아파트에는 전세 매물이 아예 없다. 일부 반전세 형태로 나온 매물이 1건 있지만 상당히 비싼 가격에 호가가 형성됐다. 당연히 전세가격은 계속 오르는 추세다. 이 단지 전용 59㎡는 올해 3월 5억2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4억원 초중반 전세 갱신 거래를 뺀 신규 거래가격은 5억원 이상에 형성됐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은 약 60%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염창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태영송화아파트는 마곡지구나 공항 등으로 출퇴근하는 맞벌이 부부에게 상당히 인기 있는 단지”라며 “준공연도 대비 관리 상태가 좋고 주차가 편리하며 대중교통이나 학교 접근성도 좋아 입주민 거주 만족도가 높다”고 말한다.
강서구 매수 늘어나는 배경은?
상대적으로 싼 가격…마곡지구 효과
태영송화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것은 최근 강서구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단지 규모가 작거나 준공 20년이 지난 구축 아파트라도 거주 만족도가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조금씩 거래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내발산동 우장산힐스테이트 또한 실수요자가 많이 찾는 단지로 꼽힌다. 총 40개동, 2198가구로 지하철 5호선 발산역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한 초역세권 단지다. 2005년 준공해 이미 입주한 지 20년 이상 지났지만 입지가 워낙 좋다는 평가다. 도보 5분 거리에 마곡업무지구가 형성됐으며 길만 건너면 이대서울병원이 자리 잡았다.
내발산동 우장산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올해 3월 16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이 단지 가격 상승세는 가파르다. 2021년 9월 같은 면적 매물이 14억9000만원에 거래된 후 3년 넘게 15억원을 넘어선 적이 없었지만, 지난해 9월 처음으로 15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중고층은 16억원 전후, 저층은 15억원 전후로 거래된다.
우장산힐스테이트의 경우 마곡지구 내에 위치하진 않지만 마곡업무지구 접근성만큼은 마곡지구 내 아파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게다가 2000가구 이상 대단지라 신축 아파트가 아님에도 실수요자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최근 30억~40억원에 달하는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 매수세가 주춤한 반면, 강서구 아파트를 매수하는 젊은 층이 늘어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다. 강서구 최고가 거래를 살펴보면 우장산힐스테이트처럼 대단지도 있지만 상당수는 지역 내 인지도 낮은 아파트다.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10억원 전후 매물을 중심으로 수요가 형성되고 있다.
강서구는 서울 도심과 물리적 거리는 있지만 지하철 9호선이 지나 대중교통을 이용한 강남, 여의도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강서구 내에도 마곡지구 내 첨단산업단지와 각종 업무·상업시설이 밀집해 젊은 직장인 유입이 지속되는 점 역시 거래가 증가하는 이유로 꼽힌다.
특히 강서구도 서울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전세난이 심화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매수가 이뤄진다. 우장산힐스테이트의 경우 2000가구 넘는 대단지지만 전세 매물이 10개 미만이다. 화곡동에 위치한 우장산아이파크e편한세상(2517가구) 역시 대단지임에도 전세 매물은 5~6개에 불과하다.
5개동 미만 소규모 단지의 경우 전세 매물이 아예 없다. 태영송화아파트와 인접한 등촌동 한마음삼성아파트는 330가구로 구성됐는데 전·월세 매물이 아예 없다. 마땅한 전세 매물을 찾지 못한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적은 저가 아파트 매매 시장으로 몰리며 강서구 내 젊은 층 매수가 늘어났다. 향후 보유세 인상 등 정책 변수가 많아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7호(2026.04.29~05.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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