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0만개 생산하는데..." 현장에서 본 주사기 대란의 진실
[유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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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4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한국백신에서 주사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
| ⓒ 한국백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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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4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한국백신 공장을 찾았다. |
| ⓒ 유창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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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4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한국백신에서 직원이 주사기를 만들고 있다. |
| ⓒ 한국백신 제공 |
"아직은 큰 차이 없습니다. 정부가 대응에 나서기 전에는 원료 공급사들이 5월까지는 공급해 주겠지만 그 이후는 '확실치 않다' 이런 반응이었습니다. 그 물량도 좀 제한될 수 있다고 그랬는데, 지금은 보건복지부·식약처·산업부가 같이 대응하면서 원료 공급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큰 차질 없습니다."
그의 답변 속에 '지금은 버티고 있다'는 뜻도 담겼다. 다만 폴리프로필렌(PP) 등 플라스틱 원료 일부에서 차질 조짐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정부가 의료용품을 우선 순위로 두고 대응하면서 당장 생산이 멈출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시 현 상황을 물었다. 그는 "중동 전쟁 전후 비교해도 아직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짧지만 분명한 진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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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고를 앞둔 한국백신 주사기들. |
| ⓒ 유창재 |
"병원들은 주사기를 원래 1~2주치밖에 재고를 안 갖고 있습니다. 부피가 크거든요."
최근 불거진 '주사기 사재기' 논란에 대해 대형병원조차 넉넉한 재고를 쌓아두지 않는 구조에서 불안 심리가 작동했다고 것. 원료 가격 상승 우려, 공급 차질 가능성. 이 두 가지가 겹치면서 의료기관들이 불안감에 평소보다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많이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게 시장에서는 '없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이란 그의 설명이다.
그는 보통 의료기관들이 한두 상자 더 주문한 수준이지 3~4개월치를 쌓아둔 게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얇은 재고 구조에서는 그 '조금'이 시장 전체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주사기 물량이 원래 많지 않다 보니, 그게 한 번에 빠져나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즉, '사재기'라기보다 '선제 확보'에 가까운 움직임이라는 얘기다.
그래서였을까. 생산 현장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없었다. 이 공장에서 주사기를 생산하는 인력은 약 50명. 모두 정규직이다. 정부가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주사기 물량을 늘린다고 해서 공장의 생산 인력을 갑자기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설비도, 인력도 쉽게 확장할 수 없다. 의료기기의 경우 단순 공산품과 달리 엄격한 품질 관리와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즉, 수요가 늘었다고 해서 생산을 단기간에 폭증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하 대표와 현장에 나와 있는 식약처 공무원의 공통된 설명이다.
주사기는 단순한 플라스틱 제품이 아니다. 사출된 부품을 조립하고, 고무 패킹(엘라스토마)을 결합한 뒤, 멸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조립만 하면 금방 만들 수 있지만, '멸균'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특히 '이오(EO)가스 멸균' 후에는 바로 출하할 수 없다. 2일 이상 안정화(에어레이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생산이 바로 공급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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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4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한국백신에서 주사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
| ⓒ 한국백신 제공 |
"기존에 100 정도의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을 썼다면, 앞으로는 70~80 정도밖에 공급이 안 될 겁니다. 주사기 같은 의료용품은 크게 문제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적어도 5월까지는요."
산업 전반에서 원료 부족이 현실화될 경우 어느 분야에 먼저 공급할 지를 두고 선택이 필요해진다는 것. 다만 의료용 소모품은 우선 순위에 들어가 있다. 그 이후는 유화업체들의 상황에 달려 있다. 롯데케미칼, SK케미칼 같은 원료 공급망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위기가 길어질 경우 대안으로 일부에서 거론되는 '재사용 주사기'에 대해 그는 단호했다.
"재사용이요? 환자들이 원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위험한 접근입니다."
주사기는 약물과 직접 접촉하는 의료기기다. 바이오플라스틱 같은 다른 소재로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새로운 재료를 적용하려면 수개월의 안전성 시험과 허가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기존 생산라인도 대부분 플라스틱 원료에 맞춰 설계돼 있다. 그렇기에 생산라인을 뜯어 고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결국 단기적인 기술 대안은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하 대표는 "주사기는 부족하지 않다"고 한 번 더 강조했다. 지금까지 주사기 생산은 줄어든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의 말은 단순하지만 의미는 분명했다.
"제가 생각에는 국민들께서 불안해 하셔서 그러는 것 같은데, 지금 생산업체도, 정부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주사기 자체가 (전쟁) 시작 전에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불안 심리 때문에 소비가 늘어나다 보니,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무슨 팬데믹 때처럼 환자가 갑자기 늘어난 것도 아니고, 사용량이 급증한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주사기가 부족할 이유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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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4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한국백신에서 주사기를 만들고 있다. |
| ⓒ 한국백신 제공 |
이 주무관은 "한국백신만 해도 하루 80만~90만 개를 만든다. 생산이 줄어든 게 아니다"면서 "그런데 '사재기' 얘기가 나온다면, 제조가 아니라 유통을 봐야 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식약처 1차 특별단속에서는 판매업체 32곳이 매점매석 행위로 적발됐다. 27일부터는 2차 단속이 시작된다. 입고량 대비 판매량이 적은 업체, 재고를 과다 보유한 업체, 허위 보고 업체 등이 집중 점검 대상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기업 대표와 정부 관계자의 말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주사기는 부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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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고에서 출고를 앞둔 한국백신 생산 주사기들. |
| ⓒ 유창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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