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멈출 마지막 기회, 이란의 제안과 미국의 결단
[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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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굴람호세인 모스나이 에제이 사법부 수장. 이 지도자들은 이란 시각으로 23일 밤 X에 "이란에는 강경파와 온건파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이란인이자 혁명적이며, 국민과 정부가 철저히 단결하고 최고혁명지도자에게 완전히 복종하는 것을 통해 침략자이자 범죄자를 후회하게 만들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각각 올렸다. 이란 정부가 X에 이 일을 소개하면서 올린 사진. |
| ⓒ 이란 정부 제공 |
전쟁의 문턱에서 제기된 '멈춤'의 정치
중동 정세는 지금 임계점에 서 있다. 공습과 보복, 제재와 봉쇄가 서로를 자극하며 악순환을 반복하는 가운데, 전쟁은 더 이상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처럼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의 제안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전쟁의 가속도를 늦추기 위한 실질적 제동 장치로 읽힌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세계 경제의 생명선과 직결되어 있다. 이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수송은 글로벌 에너지 질서의 핵심이며, 봉쇄는 곧바로 전 세계적인 경제 충격으로 이어진다. 이란이 해협 개방을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것은 군사적 긴장 완화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를 향한 신호이기도 하다.
전쟁은 시작보다 멈추는 것이 훨씬 어렵다. 이미 형성된 적대와 불신 그리고 정치적 명분은 전쟁을 지속하는 동력으로 작동한다. 이란의 제안은 바로 이 지점에서 '멈춤'이라는 선택지를 다시 꺼내 든다. 그것은 완전한 해결이 아니라, 파국을 늦추기 위한 최소한의 결단이다.
'선 종전, 후 협상'—질서의 전복인가, 현실의 직시인가
기존 국제정치의 협상 구조는 본질적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핵 문제와 같은 고난도의 의제는 애초에 단기간에 합의가 불가능하다. 그 결과 협상은 지연되고, 갈등은 더욱 심화된다.
이란의 제안은 이 구조를 뒤집는다. 먼저 전쟁을 멈추고, 이후에 가장 어려운 문제를 다루자는 접근이다. 이는 이상주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전쟁 상황에서는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인정한 결과다.
또한 이 제안은 이란 내부 정치의 산물이기도 하다. 강경파와 온건파의 갈등 속에서 핵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협상은 내부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계적 접근은 외교 전략이자 동시에 국내 정치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절충안이다.
결국 이 제안은 질서의 전복이 아니라, 기존 질서가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응답이다. 완전한 합의를 기다리는 동안 계속되는 전쟁을 감수할 것인지, 아니면 불완전하더라도 일단 멈출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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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이란 관련 기자회견 도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 로이터 연합뉴스 |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협상력의 유지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있다. 힘은 갈등을 심화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고, 긴장을 완화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이 이 제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양보가 아니라 국제 정치의 방향을 바꾸는 상징적 결단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선택은 정치적 부담을 동반한다. 그러나 전쟁이 지속될 경우 발생할 인도적·경제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그 부담은 오히려 감당 가능한 수준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선택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미국의 수용은 이란 내부의 온건 세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협상이 실제로 성과를 낸다는 경험은 강경 노선의 정당성을 약화하고, 대화의 공간을 넓히는 계기가 된다.
불완전한 평화의 용기—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완벽한 평화를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러한 평화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평화는 불완전하고, 잠정적이며, 때로는 불안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그 불완전함이 더 큰 파국을 막기 때문이다.
이란의 제안은 바로 이러한 불완전한 평화의 전형이다. 핵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고, 갈등의 근본 원인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전쟁을 멈출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중요한 진전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이상적인 조건이 아니라 현실적인 결단이다. 미국이 이 제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단순한 외교 선택이 아니라 윤리적 선택이다. 그것은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국제정치는 냉혹한 계산의 영역이지만, 그 속에서도 인간의 선택은 여전히 중요하다. 전쟁을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멈출 것인가. 이 단순한 질문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망설일 수 없다.
결국 평화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언제나 누군가의 결단에서 비롯된다. 지금 그 결단을 내려야 할 주체는 분명하다. 미국은 이란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불완전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은 전쟁을 멈추는 용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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