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노니까 행복해요"...'점심시간 운동장 사용' 결정 후 생긴 변화
[윤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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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일, 서울영문초의 점심시간.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맘껏 뛰어놀고 있다. 왼쪽에 있는 이는 이 학교 양영식 교장. |
| ⓒ 윤근혁 |
27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서울영문초 본관 뒤 놀이터에서 뛰어놀던 여자아이가 기자에게 갑자기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기자가 '점심시간에 밖에 나와서 노니까 기분이 어때요'란 물음을 던진 뒤 생긴 일이다. 이 여자아이의 이름은 1학년 ○반 영희(가명).
"점심시간, 운동장에 나가게 해주세요"...전교어린이회가 전격 의결
영희는 기자에게 "우리를 이렇게 밖에 나와서 놀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두 차례에 걸쳐 인사했다. 옆에 서 있던 이 학교 양영식 교장은 영희에게 다음처럼 말했다.
"이제부턴 맘껏 행복하게 노세요."
기자가 양 교장에게 "이 아이의 말이야말로 눈물 나는 얘기 아니냐?"라고 하자, 그는 "학생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건 어른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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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일, 서울영문초의 점심시간. 학생들이 교실 밖에서 맘껏 뛰어놀고 있다. |
| ⓒ 윤근혁 |
양 교장은 "4월 초에 열린 전교어린이회 결과를 듣고 선생님들과 협의 뒤에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밖으로 나와 놀도록 했다"라면서 "전교어린이회가 운동장 사용 규칙까지 100% 스스로 정했다. 학생자치회 대표들이 책임 있게 의결한 것이니까, 우리는 학생이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게 필요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 등 대도시에 있는 초등학교 상당수는 점심시간 운동장에 학생들이 없다. 축구하는 학생은커녕 운동장에 나와서 노는 학생들도 없다. 학부모 민원 예방과 학생 안전을 앞세운 결과다. 담임교사는 교실에 있는 학생들을 돌봐야 한다. 운동장에 나갈 경우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정통신문 통해 운동장 사용 방법 안내
하지만 서울영문초는 최근 태도를 확 바꿨다. 이 학교가 지난 20일 학부모들에게 보낸 "'점심시간 운동장 사용' 전교어린이회 의결 사항 안내"란 제목의 가정통신문엔 다음처럼 적혀 있다.
나. 사용 규칙
=5교시 수업에 늦지 않도록 오후 12시 55분까지 교실에 들어옵니다.
=공 등의 기구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운동장을 오갈 때 복도, 계단에서 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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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영문초가 지난 20일에 보낸 가정통신문. |
| ⓒ 서울영문초 |
양 교장은 "축구를 하게 되면, 선수 22명을 뺀 나머지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놀 수가 없다는 것을 초등학생들은 이미 알고 있다. 주변에서 노는 친구들이 얼마나 위험하게 되는지도 이미 알고 있다"라면서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운동장에 나가서 놀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지, 지금 축구 허용 여부를 따지는 것은 '놀 권리 확보'라는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라고 짚었다.
사실 점심시간 운동장 놀이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안전사고에 대한 걱정이다. 이날 서울영문초 점심시간에 아이들을 뛰노는 모습을 매섭게 지켜보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안전요원'이다. 이 학교는 서울시청이 학교에 지원한 인력인 '50플러스 사업' 지원자들을 운동장 안전요원으로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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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일, 서울영문초의 점심시간. 학생들이 놀이터에서 맘껏 뛰어놀고 있다. 왼쪽 어른은 안전요원. |
| ⓒ 윤근혁 |
양 교장은 "아이들이 또래와 함께 운동장에서 뛰어놀면 행복감도 커지고 스트레스도 해소해서 몸 건강은 물론 정신건강에도 정말 좋다"라면서 "이렇게 놀이를 통해 뇌를 자극하는 것이야말로 무척 중요한 학습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음처럼 교육감 후보들에게 제안했다.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놀 수 있는 권리를 가로막는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 학생들을 잘 아는 퇴직 교원에게 운동장 안전요원 봉사 기회를 주면 어떨까? 내년에 정년퇴직하는 나도 내가 근무하던 이 학교에 와서 하루 두 시간가량은 즐겁게 봉사할 마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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