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올라가고 한국은 후위로? 미국의 위험한 속내

강명구 2026. 4. 2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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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뉴욕 직설] 한국 군수기지화와 일본 중심 재편... 전작권 전환에 담긴 위험한 거래

[강명구 기자]

 22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인도·태평양 군사태세 청문회에서 자비에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답변하고 있다.
ⓒ 유튜브 갈무리
지난 두 달,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벌인 전쟁의 영상을 보는 일은 고통스러웠다. 폭탄과 드론이 건물을 파괴하고,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의 비명이 화면 너머로 느껴졌다. 어느 시점부터는 영상을 의도적으로 피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무력감이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 전략상으로도 불편한 현실을 맞닥뜨리게 한다. 이번 전쟁에서 카타르의 미군기지에 이란 미사일이 떨어졌고, 바레인의 미 5함대 사령부, 아랍에미리트 알 다프라 기지, 쿠웨이트의 미군 작전 거점이 차례로 표적이 됐다. 두바이 국제공항은 드론 공격에 따른 화재로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 아랍에미리트에는 탄도미사일 438발과 드론 2000여 대가 날아들었다. 어느 나라도 이 전쟁을 원하지 않았지만 미군 기지로 인해 휘말려 들어간 형국이다. 한국도 그다음이 될 수 있다.

지난 22일 미국 의회에서 그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의회는 1961년 이후 매년 국방수권법(NDAA)을 갱신한다. 그 입법 절차의 일부로 봄철마다 인도태평양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 등 주요 지휘관들이 상·하원 군사위원회에 나와 군사태세 청문회에서 증언한다. 이 자리에서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 한 마디 한 마디는 한국 언론에 의해 대서특필된다. 지난 22일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인도·태평양 군사태세 청문회도 그 정례 절차의 자리였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에서 드러난 사실은 종전의 주한미군 발언 보도라는 틀로는 담아낼 수 없는 것이었다. 한국도 멀지 않아 페르시아만의 미군 기지들과 같은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공개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축을 일본으로 옮기면서 한국을 후방 군수기지로 재배치하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역할도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대중국 억지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을 미군의 후방 군수기지로

이번 청문회에서 한국과 관련해 부각된 핵심 개념은 권역 지속지원허브(Regional Sustainment Hub)다. 미군 함정·항공기·무기를 한국에서 정비하고 수리하고 보급한다는 뜻이다.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에서 분쟁이 길어지면 미군의 가장 큰 약점은 보급이 된다. 한국 영토에 정비·보급 거점이 들어서는 순간, 미국은 본토에서 군수품을 실어 나르지 않고도 전방 자산을 유지할 수 있다. 한국이 미군 작전 지속력을 떠받치는 후방 군수기지가 된다는 의미다.

일부 한국 언론 보도처럼, 미국의 한국 군수기지화 전략이 조선소와 방산업체에 호재가 될 수도 있다. 일자리가 늘고 방산기술 협력도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국제관계에서 '공짜 점심'은 없다. 한국이 치러야 하는 대가도 크다.

후방 군수기지는 곧 적의 표적이 된다는 의미다. 군사 교리의 상식이다. 분쟁이 시작되면 적의 보급망부터 마비시키는 것이 우선순위다. 중국군 군사 교리도 마찬가지다. 카타르와 쿠웨이트, 바레인, 아랍에미리트가 지난 두 달 겪은 일이 정확히 그것이었다. 한국 영토의 정비·보급 시설은 미·중 충돌이 일어날 경우 중국이 가장 먼저 노릴 가능성이 높다.

위협의 양상도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그동안 한국 안보의 핵심은 북한의 핵과 장사정포에 대비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한국 군수기지화가 현실화하면, 중국의 장거리 미사일, 군집 드론, 그리고 보급기지를 마비시키는 사이버 공격까지 대비해야 한다.

일본은 올라가고 한국은 후위로
 2026 미국 국가방위전략
ⓒ 미국 전쟁부
미국의 한국 군수기지화는 사실 더 큰 재편의 한 부분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26 국가방위전략(NDS)은 대중국 억지 전략으로 제1도련선 구축을 핵심으로 제시했다. 일본에서 대만,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이 선은 미국이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기 위해 그어놓은 봉쇄선이다.

미국은 이 선 위에서 일본은 지휘, 호주는 잠수함, 필리핀은 전진 기지를 맡는 분담 구조를 짜고 있다. 호주는 미국·영국과 맺은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통해 핵추진잠수함 분야에서 미국과 통합되고 미군 폭격기 순환 배치까지 받아들였다. 필리핀은 강화된 방위협력협정(EDCA)에 따라 9개 거점을 미군에 개방했고, 미국은 여기에 3억 달러(4423억 원) 이상의 인프라를 투자했다. 미국이 이 분담 구조 안에서 한국에 맡기려는 자리가 후방 군수기지 역할이다.

문제는 한미동맹이 미일동맹의 하부 단위처럼 역할 하는 구조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3월 24일 일본은 육해공 자위대를 단일 지휘 체계로 통합하는 통합작전사령부(JJOC)를 출범시켜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와 직접 연결되는 협력 창구를 만들었다. 닷새 뒤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은 일본을 방문해 주일미군사령부를 통합군사령부로 격상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인태 작전의 지휘 축이 사실상 도쿄로 이전되고 있다는 의미다. 70년 미일동맹 역사에서 가장 큰 구조 변화로 평가된다. 한반도에서는 주한미군사령관 직급 격하 논의가 거론되는 것과 정확히 반대 방향이다.

여기에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이 더해진다. 일본이 제안하고 미국이 검토 중인 이 구상은 동중국해·남중국해·한반도를 단일 작전 전역으로 통합하는 방안이다. 한반도가 이 단일 전역으로 통합되면 한반도 방위를 전담해 온 한미연합사령부의 지위와 역할이 약화되고, 한국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돌려받더라도 그 전작권을 일본 중심 통합 지휘 체계 안에서 행사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현재 한국 정부가 반발하고 있지만 실제 이 구도대로 굳어지게 되면 한국의 국가안보 체계에도 지대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결국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은 한국이 북한 억지의 1차 책임을 지고, 미국은 그만큼 한반도 자원을 줄여 일본 중심 제1도련선 방어에 집중해서 대중국 억지를 강화하고, 이 제1도련선 방어를 위해 한국을 후방 군수기지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 억지의 1차 책임을 한국이 맡도록 하기 위해 전작권도 2029년 1분기까지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형식적 군사 주권을 얻는 대신 전략적 중요성을 잃는 거래가 될 수 있는 위험한 지점이다.

전략적 유연성과 전작권 전환의 연동

전작권 전환은 한국이 마땅히 받아내야 할 자주국방의 출발점이다. 1950년 7월 위임된 작전권을 75년 만에 되찾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비정상의 정상화다. 문제는 같은 결정이 미국에는 정반대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다. 한국이 자주국방의 출발점으로 받아내는 그 권한이, 미국에는 주한미군을 한반도 밖으로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는 장치가 된다.

이 두 의미가 갈라지는 지점이 바로 전략적 유연성이다. 평시에는 한국 영토에 머물던 미군이 위기가 발생하면 어디로 움직이는가. 이 질문이 2006년 한미 합의의 핵심에 있었다. 노무현 정부와 부시 행정부는 그해 1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고, 한국 외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을 그 분쟁에 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미국은 한국이 동북아 분쟁에 자국 의사에 반해 개입되지 않도록 한국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그 약속이 의도적으로 모호한 언어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미국 행정부의 선의에 기댄 약속이었을 뿐, 사전 승인 절차는 명문화되지 않았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영토 밖으로 이동하는 순간 한국이 법적으로 개입할 근거는 사라진다. 방공 자산이 빠져나가도 이의를 제기할 수단이 제한적이다.

트럼프 2기는 미국의 선의에 기댄 안보 정책이 얼마나 허망한 기대일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다루고 있다. 자비에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이번 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의 시야가 "서쪽으로 넓어진다(looking westward)"고 공개 발언한 것이 그 신호다. 대북 임무에 묶여 있던 미군의 시선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로 옮겨간다는 의미다. 사령관 자리에서 공식 언급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 전략적 유연성이 자동화되는 메커니즘이 전작권 전환이다. 같은 청문회에서 브런슨 사령관은 2029년 1분기까지 전환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증언했다. 한국에 이 일정은 자주국방의 출발점이지만 미국에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한반도 재래식 방어의 책임이 한국군으로 넘어오는 순간, 미국은 핵우산과 확장억제만 유지하면 된다. 브런슨 사령관 자신의 표현대로 "필수적이지만 더 제한적인" 지원이다. 동시에 주한미군은 미국의 자율적 판단 영역에 들어간다. 한반도 밖 분쟁 지역으로 옮겨가도 한국 정부가 거부할 카드는 사실상 없다. 한국에 결정권은 없고 책임만 있는 구조, 트럼프 행정부가 전작권 전환에 호의적인 핵심 이유다.

전작권 전환 협상이 단순히 언제 받느냐의 문제일 수 없는 까닭이 여기 있다. 한미 양측이 같은 용어를 쓰지만 그 안에 담긴 속내는 정반대 방향으로 갈라진다. 따라서 한국이 전작권 협상에서 다투어야 할 것은 환수 일정뿐만 아니라 전환 이후의 조건이다. 그 조건을 국익에 맞게 제대로 관철해 내지 못하면, 비정상의 정상화는 새로운 비정상의 시작이 된다.

청문회가 역으로 입증한 한국의 전략적 가치
 2025년 8월 27일 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에서 열린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주한미군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한국군 K200 장갑차가 부교 도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변화는 미군 부대 한 곳의 이전 문제가 아니다. 향후 수십 년 한국이 어떤 나라가 되는가의 문제다. 한국 영토가 미·중 충돌의 첫 표적이 되는 자리로 옮겨가고,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위계에서 한국이 일본의 후위로 재배치되며, 주한미군이 한반도 밖으로 옮겨갈 때 한국이 거부할 수단을 갖지 못하는 구조, 이 세 가지가 한 묶음으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청문회는 역설적이게도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다시 증명하기도 했다. 한국이 미군의 군수기지로 역할 하지 않으면 미국의 대중 억지 전략은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 즉,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모든 것이 곧 한국이 가진 대미 협상 카드라는 뜻이다.

한국을 대체할 아시아 동맹국도 사실상 없다. 일본이 미군의 후방 군수기지 역할까지 수행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한미동맹이 한국 안보의 중요한 축이지만, 미국의 인태전략 재편의 완성에도 필수불가결하다는 얘기다. 한국이 자기 위치를 정확히 인식하고 협상 카드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면, 미국은 자기 설계를 일방적으로 관철할 수 없다.

올 하반기 국방수권법 통과를 전후해 주한미군 부분 철수나 기동군화 문제가 다시 한국 정치를 흔들 수 있다. 병력 숫자가 줄면 곧 '안보 파탄'이라는 프레임으로 내부를 갈라치는 움직임도 노골화될 것이다. 그러나 안보가 달린 문제일수록 소수가 쉬쉬하며 결정할 일이 아니다. 국민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한국 사회가 함께 토론해 국민의 총의를 모으면, 미국발 흔들기는 한국 국익 증진의 기회로 바뀔 수 있다.

일부 세력이 안보 불안을 정치적으로 부추겨 내부를 갈라치는 낡은 관행, 그 틈에서 대미 협상력을 잃어온 실수, 적어도 그것만큼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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