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암묵지 AI’ 추진에…노동계 “숙련마저 빼앗긴다” 반발
![현대자동차그룹이 2026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공개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현대차그룹은 로봇 기술과 자율주행·인공지능(AI)을 결합해 제조·물류에 적용하는 ‘피지컬 AI’ 전략을 추진 중이다. [사진 현대차그룹]](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7/joongang/20260427170137347bwxr.jpg)
산업통상부가 제조 AI 전환(MAX)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핵심 사업인 ‘제조 암묵지 기반 인공지능(AI)모델 개발사업’을 두고 노동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숙련공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비정형 데이터까지 AI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현장 노동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은 현대자동차의 아틀라스 로봇 논란의 확장판이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지난 17일 산업통상부가 ‘제조 암묵지 기반 AI모델 개발사업’ 대상 과제 공고를 내면서다. 이 사업은 자동차·조선·철강 등 10개 분야에서 제조 명장의 암묵지를 AI 학습이 가능한 형태로 가공하고, AI로 활용하는 걸 목표로 한다. 암묵지(暗默知·tactic knowledge)란 경험·학습을 통해 개인에게 체화돼 있지만, 공식화되거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지식을 말한다.
한국노총은 “단순한 기술개발을 넘어 제조 명장의 경험과 직관, 판단을 데이터로 전환해 AI가 대체·재현하려는 사업”이라며 “노동의 성격과 현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에서 다양한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실장도 자신의 SNS에서 “사람 없는 공장, 일자리 뺏는 AI를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이야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노동계에서는 고용 불안을 넘어 일자리 소멸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노총은 “막대한 데이터를 축적한 사업 수행 기업이 이 성과를 독점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특정인의 숙련과 경험으로 기업의 생산성이 올랐을 때, 그 성과를 해당 노동자에게 보상할지 사회와 배분할지에 대한 어떠한 기준도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해당 사안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 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노동계와 협의하고 설득해 반드시 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추진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해당 사업에는 이번 추가경정예산에서 480억원이 반영됐다. 정부는 숙련노동자의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청년 노동자 유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제조 현장의 암묵지를 AI로 축적·전수하는 작업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노동계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사업에 참여하는 노동자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고, 해당 모델이 노동자를 대체하기보다 숙련기술을 보존해 다음 세대가 더 빠르게 익힐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동계의 반발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현대차 노동조합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하면서, AI·로봇 확산에 대응한 고용 보장 요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19세기 산업혁명 직후 영국에서 노동자들이 기계설비 도입에 저항했던 '러다이트 운동'이 재현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AI의 일자리 대체는 거스를 수 없다”며 “사회적 대화와 논의는 필요하지만, 그 방향이 현재의 직업을 그대로 보장해달라는 요구에만 맞춰진다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역량 개발과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직무로의 전직 지원 등 실질적인 대책을 정부와 기업에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세종=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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