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4633번 ‘낙뢰 폭탄’ 쏟아졌다…유독 서해안에 날벼락 왜
지난해 국내에서 낙뢰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충남 서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온다습한 성질의 북태평양고기압이 지난해에는 유독 서쪽으로 크게 확장하며 서해안 지역에 낙뢰의 연료 격인 수증기가 집중적으로 공급됐기 때문이다.

27일 기상청이 발간한 ‘2025년 낙뢰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충남 서산시에는 총 4633회의 낙뢰가 발생했다. 전국 시·군·구 중 가장 많은 횟수다. 2위는 충남 당진시(3451회), 3위는 충남 보령시(2892회), 4위는 충남 서천시(2498회)로 나타났다.
낙뢰가 많았던 지역은 모두 서해안 인접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산·당진·보령·서천은 모두 서해안을 끼고 있다. 5위인 전북 김제시(2131회), 6위 충남 태안(2029회), 7위 전남 영광군(2007회), 8위 전북 군산(1984회) 등도 마찬가지다. 해상낙뢰 역시 서해(27만7693회)가 남해(14만5539회)와 동해(7만5497회)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세력 뻗친 고기압, 서해 통해 수증기 유입

이는 지난해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강했기 때문이다. 정혜훈 기상청 레이더분석과장은 “지난해 따뜻한 수온으로 힘이 강해진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서쪽으로 세력을 더 크게 확장한 해였다”며 “시계방향으로 순환하는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한반도 남서쪽으로 온난하고 습한 공기가 집중적으로 유입됐고, 이 때문에 서해안 인접 지역에 낙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수증기가 낙뢰의 원인이 되는 건 전하를 분리시키기 때문이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관은 “구름 사이 물방울과 얼음 입자 등이 마찰하며 양(+)전하와 음(-)전하가 분리돼야 구름과 지표면 사이 방전이 일어날 수 있다”며 “그러려면 전하 분리를 일으키는 수증기가 다량 공급돼야 하는데 그 역할을 북태평양고기압이 하고, 따뜻한 서해는 그 통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쪽 지역은 지난해 낙뢰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같은 해안가라도 서해에서 멀어질수록 수증기 유입 통로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광역시·도 단위로 분석했을 때 ▶충남 2만8165회 ▶전북 1만5714회 ▶전남 1만3318회를 기록했지만 ▶강원 6100회 ▶경북 7873회 ▶경남 8197회를 기록했다. 낙뢰 횟수가 가장 적었던 건 부산시(382회)였다.
봄·가을의 낙뢰가 많이 증가한 것도 지난해의 특징이다. 통상 여름철에 한반도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북태평양고기압이 더 일찍, 더 늦게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5월과 9월의 낙뢰량이 많아졌다. 9월 낙뢰 횟수는 3만281회로 지난 10년 월평균 횟수(9530회)의 3배가 넘었다. 5월 전국의 낙뢰 횟수는 1만2288회로 10년 월평균보다 2900회(30.9%) 많았다.
■ 2025년 북태평양고기압이 벌인 일
「

지난해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 확대는 ‘서해안 집중 낙뢰’ 외에도 여러 기상현상을 발생시켰다. 역대급 더위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연평균 기온은 13.7도로 2024년(14.5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았고, 폭염일수(29.7일)도 평년(11일) 대비 2.7배 많았다. 열대야일수는 16.4일로 평년(6.6일)의 2.5배 수준이었다.
‘가을 비’도 많았다. 수증기가 가을철까지 공급되면서 9·10월 강수일수(34.3일)가 역대 2위를 기록했다. 반면 영동지방의 경우 남서풍이 발달해 태백산맥을 넘으며 건조해진 탓에 여름철 강수량이 역대 최저를 기록, 가뭄을 발생시켰다.
」
7월17일은 지난해 최다 낙뢰일로 기록됐다. 이날 하루 만에 2만3031회의 낙뢰가 쳤다. 이 시기는 닷새(7월16~20일) 만에 경남 산청·합천·하동 등에 600㎜ 이상의 집중 호우가 쏟아진 시기였다. 대기 하층엔 고온다습한 공기가, 대기 상층으로 기압골의 영향으로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대기 불안정이 발생,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었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낙뢰가 집중되고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여름철엔 낙뢰 위험에 많이 노출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날씨알리미 등을 통해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낙뢰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고 낙뢰 시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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