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여파 딛고 지지층 결집 꾀하는 트럼프 “민주당 훨씬 위험”

김형구 2026. 4. 2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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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힐튼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 행사 도중 총격사건이 발생한 뒤 백악관으로 들어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이 전날 겪은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장 총격사건의 용의자를 “급진화된 반(反)기독교인”, “상당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또 과거에도 이런 정치 테러는 늘 있었다면서 “민주당의 증오 발언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번 만찬장 총격 사건을 정치적 지지층 결집의 모멘텀으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겪은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장 암살시도 사건(7월 13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골프장 암살시도 사건(9월 15일) 등 두 차례 암살미수 사건은 그해 11월 대선 승리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 있었다.



용의자 향해 “급진화된 반기독교인”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CBS, 폭스 등 방송 인터뷰에 잇따라 출연해 전날 겪은 사건을 상세히 증언했다. 그는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총격범 표적이었는지 알고 있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모른다. 그가 (범행 직전) 쓴 선언문을 보니 그는 급진화됐다”며 “원래 기독교 신자였지만 이후 반기독교인이 됐고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답했다.

용의자인 콜 토마스 앨런(31)은 범행 약 10분 전 범행 동기 등을 담은 선언문 형식의 글(매니페스토)을 가족에게 보냈고, 앨런 형제가 코네티컷주 뉴런던 경찰에 이를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앨런이 해당 글에서 “소아성애자·강간범·반역자” 등 자신을 겨냥한 듯한 표현을 쓴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나는 강간범이 아니고, 소아성애자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힐튼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장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용의자인 콜 토마스 앨런의 체포 사진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공개했다.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트럼프, 용의자 주장 ‘소아성애자’ 부인


‘소아성애자’ 등 표현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 등으로 복역 중 교도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과거 친분을 고리로 ‘엡스타인 스캔들’ 연루 의혹이 제기된 것을 두고 한 말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행자를 향해 “당신은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의 헛소리를 읽은 것이다. 당신들은 그런 글을 읽은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발끈했다. 앨런이 트럼프 대통령 반대 집회로 열렸던 ‘노 킹스(No Kings)’ 시위 참석 이력이 있다는 진행자 물음에는 “나는 왕이 아니다. 내가 왕이었다면 당신 같은 사람과는 상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사건 당시 부상자 발생 등을 얼마나 걱정했느냐는 질문에는 “걱정하지 않았다”며 “나는 인생을 잘 안다. 우리는 미친 세상에 살고 있다”고 답했다. 또 “20년, 40년, 100년, 200년,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이런 일(정치 테러)은 항상 있었다”며 “나는 민주당의 증오 발언이 정말로 이 나라에 훨씬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민주당 증오 발언이 훨씬 더 위험”


트럼프 대통령은 2년 전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장에서 암살 미수범이 쏜 총에 귀를 맞아 피를 흘리면서도 주먹을 들며 “싸우자(Fight)”를 외쳐 강인한 인상을 남겼고, 이는 그해 11월 대선 승리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총격 사건보다 민주당의 정치 공세를 문제 삼고 ‘위협받는 지도자’라는 서사 구축을 시도하며 지지층 결집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총격 발생 후 대통령을 행사장 밖으로 안전하게 대피하는 데 20초 안팎이 걸리는 등 상황이 혼란스러웠다는 지적에 대해선 “내 탓이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고 싶었고, 그들(경호원)에게 ‘잠깐, 무슨 일인지 보자’고 했다가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다”며 “내가 그들의 대응을 조금 늦추게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폭스뉴스 전화 인터뷰에선 일각에서 제기된 경호 허술 논란에 대해 “잠재적 위협에 비해 모두 강인하게 대처해 줬다. 비밀경호국과 모든 법 집행 기관은 정말 훌륭했다”고 감쌌다. 또 “그(용의자)는 마치 NFL(미국프로풋볼)이 그를 영입해야 할 것처럼 달려들었다. 정말 빨랐는데 경호요원들이 단번에 막아섰다”고 농담을 섞어 당시 상황을 전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힐튼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 행사 도중 용의자 콜 토마스 앨런이 보안검색대를 지나쳐 뛰어가는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안 카메라 캡처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게시했다.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두께 10㎝ 방탄유리 갖춘 연회장 공사중”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4억 달러(약 5880억원) 규모의 백악관 연회장 건설 공사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그는 폭스 인터뷰에서 “객실이 1000개나 되는 곳에서는 (보안·경호 등이) 항상 어렵다”며 “우리는 두께가 거의 4인치(약 10.2㎝)에 달하는 거대한 방탄유리를 사용해 매우 안전하고 아름다운 대형 연회장을 짓고 있다”며 “드론 방어 같은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총격 사건이 벌어진 워싱턴 DC 힐튼호텔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내 행사 공간 부족을 이유로 백악관 동관(이스트윙)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약 9만 제곱피트(약 2530평) 규모의 연회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최근 미 연방법원은 국가역사보존협회(NTHP)가 연회장 건설과 관련해 제기한 소송에서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백악관을 개조할 권한이 없다”며 공사 중단을 명령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29일(현지시간) 대통령 전용기 내에서 백악관 동관 리모델링 공사 설계도를 들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NYT “백악관 건설 공사 결부는 실상 간과”


뉴욕타임스(NYT)는 “만찬 행사 보안 문제를 연회장 건설 프로젝트와 연결시키려는 시도는 출입 기자단 연례 만찬 행사 실상과 전날 발생한 보안 사건 상황을 간과한 것”이라며 “설령 백악관 공간이 제공된다 해도 출입 기자단의 동의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출입 기자단은 전날 사건 여파로 파행된 만찬 행사 재개최 여부를 회의를 열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구금 상태인 앨런은 27일 워싱턴 DC 내 연방법원에 출석해 기소인부(認否)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이는 피고인이 유무죄 인정 여부에 대한 재판관 질문에 답하는 형사재판 절차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 인터뷰에서 이란 종전 협상과 관련해서는 “사람들(협상단)을 18시간이나 여행하게 해서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전화로 하겠다. 그러니 그들이 원하면 우리에게 전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모든 카드를 쥐고 있다”며 중재국 파키스탄이 계속 관여할 것이라고 했다. 굳이 ‘대면 협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내며 현 국면에서 이란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말로 풀이된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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