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만찬, 대통령 참석했는데 왜…‘보안 최고등급’ 지정 안 됐나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장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행사였음에도 국가 최고 수준의 보안 등급이 지정되지 않았던 사실이 논란이 되고 있다.
26일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행사의 보안 설계·준비 과정에 관여한 트럼프 행정부 내부 인사들을 인용해 “미국 워싱턴DC 힐튼 호텔에서 열린 백악관출입기자협회 연례 만찬에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다른 행사보다 낮은 수준의 보안이 제공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행사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JD 밴스 부통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정부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WP에 따르면 이처럼 많은 고위 인사가 모이는 행사의 경우 통상 국토안보부 장관이 ‘국가 특별 보안 행사(NSSE, National Special Security Event)’로 지정한다. NSSE로 지정되면 미 비밀경호국(USSS)이 국가 보안 총괄 권한을 갖고 경찰, 국토안보부, 미 연방수사국(FBI) 등의 기관을 통합 지휘하게 된다. USSS를 중심으로 연방 차원 통합 보안 체계가 가동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번 행사는 NSSE로 지정되지 않았고, 그 탓에 총격범이 만찬장 근처까지 총기를 들고 진입할 수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USSS가 제공하는 최고 수준의 보안 조치는 만찬장을 포함한 주변의 아주 좁은 경계에만 집중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당시 참석자들은 종이 혹은 디지털 출입증을 제시하는 간단한 절차만 통과하면 호텔 내부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으며, 금속 탐지기 검사는 만찬장 입구로 이동하기 직전에야 이뤄졌다. 또 보안 조치가 당일 호텔 외부에 있던 시위대나 당일 행사장 출입자들에게만 집중된 탓에, 총격범은 행사 전날 총기를 소지한 채 호텔에 투숙하며 내부 구조를 파악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행정부 관계자들은 WP에 “백악관출입기자협회 연례 만찬은 대통령 취임식이나 국정연설, 주요 정상회의 같은 국가 필수 행사가 아닌 데다,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NSSE 지정까지는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행사에 전임 대통령들은 대부분 참석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는 모두 불참했다. 이번이 첫 참석이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 연례 만찬이 NSSE로 지정됐던 사례를 알지 못 한다”고 반박했다. 행사 준비 상황을 보고 받았다는 또 다른 관계자는 “NSSE는 보통 대통령과 주요 각료가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다일 일정 행사에 적용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측은 “결과적으론 용의자 저지에 성공했다”며 보안 조치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USSS와 법 집행기관, 경찰까지 모두 정말 훌륭했다”며 “불만이 있다면 내가 제기했을 것이다. 내 목숨이 걸린 문제니까”라고 했다. 숀 커런 USSS 국장도 CNN 인터뷰에서 “오히려 이는 대규모 보안 성공 사례”라며 “총격범은 보안 경계선을 거의 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 일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안일한 보안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조사 및 대책 마련 요구가 나온다. 전직 USSS 요원인 앤서니 캉겔로시 뉴욕 존제이 형사사법대학 강사는 블룸버그에 “해당 장소의 보안 취약점을 찾아 이를 보완할 계획을 검토하고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내 대형 연회장 건설’을 밀어붙이는 것으로 맞서고 있다. 총격 사건 직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백악관 내 최고 보안이 가능한 연회장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절대 안 일어났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건설을 추진했으나 지난달 워싱턴DC 연방법원이 건설 중단 가처분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미 법무부도 이날 공사 중단 소송을 낸 국가역사보존협회(NTHP) 변호인 측에 소송 취하 요구 서한을 발송했다.
공화당과 보수진영도 “국토안보부 예산에 연회장 건설 예산을 포함해야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공화당 하원의원 두 명은 연회장 건설 완료를 보장하는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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