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속' 같은 세상을 해부하는 퍼포먼스들

오광해 2026. 4. 27. 13:2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행위예술가협회 '한 평 속에 내가 있다' 행위 작가 15인의 실연 현장

[오광해 기자]

1960년대 앨런 캐프로의 '해프닝'과 플럭서스 운동으로 촉발된 기존의 박제된 예술에 대한 반감과 부정은 충격과 파격을 던졌고, 국내에도 작지 않은 파장과 사건이 되어 짙은 상흔으로 남아있다.

이 예술 형식은 초기 해프닝으로 불릴 만큼 그 어떤 장르에도 속하지 않는 전위성을 부여했지만, 전위의 복제가 불가하듯 퍼포먼스 아트(행위예술)로 장르화되면서 끊임없이 모색하며 동시대의 현재화에 맞게 살아있는 날 것의 생명력을 유지해 오고 있다. 퍼포먼스는 '만두 속' 같은 세상을 해부하고 진단하여 지금 여기를 헤치며 걸어 나가고 있다.

이 역사를 함께 해 온 '한국행위예술가협회'가 지난 19일 전주 기린미술관에서 '한 평 속에 내가 있다'라는 제목으로 열다섯 행위 작가 실연이 있었다. 그 중 일부 작품을 소개하면서 이런 실천의 단면을 살펴 본다.
▲ 씨앗을 안고 일렁이는 산통 씨앗이 든 검은 보퉁이를 안고 앉아 산통처럼 일렁이며 초록의 첫 움을 틔운다.
ⓒ 권영일
[조은성] 행위예술의 독보적 가치 중 하나는 '현장성'이고 공연이 아닌 1회성 '실연'에 있다. 조은성은 그 시대의 이슈와 기억을 작품으로 환기 시키고 모든 시각 예술을 잘 정리 해 표현 한다. 작가는 흰 사각 보자기 위에 자기 몸을 동그랗게 모아 정물처럼 흰 눈처럼 소리 없이 앉혔다. 씨앗이 든 검은 보퉁이를 안고 앉아 일렁이며 처음 초록의 움을 틔우더니 사이 공간 여백을 두며 순차적으로 입체 만다라 같은 꽃을 피운다. 이후 바닥에 깔린 무명천의 접힌 주름 위에 내린 꽃씨로 한 폭의 꽃송이가 피지만 이내 별일 아닌 듯 흩어서 성호 같은 무한대를 그렸다. 꽃피는 세상보다 작가가 한 수 더 바라는 것은 지속 가능한 '꽃피우는 세상'이었던 것이다.

[김용수] 예술 활동의 작업과 결과에 대한 투명성을 요구한다. 작가는 특히 유명인 상표와 현학적 용어로 포장된 상품을 도슨트식 주입으로 점철시키는 현대미술의 허구와 거래의 단면을 행위로 보여준다. 말 잔치로 시작한 다음 말을 생산하는 입에 붓을 물려 가공할 만한 말을 회화 형식을 빌려 표현하고 가격도 말의 재량으로 선언한다.

감각의 탐닉에서 시사의 감각적 분노로
▲ 시사의 감각적 분노 간헐적 포효와 폭력처럼 엉킨 응어리를 끌어안은 채 벗은 웃통으로 전의를 돋운다.
ⓒ 권영일
[이혁발]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이 고였는지 남도 소리 같은 구음을 입에 달고 간헐적 포효와 폭력처럼 엉킨 응어리를 끌어안은 채 벗은 웃통으로 전의를 돋운다. 작가는 최근 세계 뉴스의 기사에 화가 치밀어 <팍팍퍽퍽>으로 제목을 바꿔왔다고 했다. 벽에는 거친 다색 테이핑을 하며 결국 꽃을 완성했지만, 꽃은 그저 긍정적 삶을 읽는 텍스트일 뿐 여전히 세상은 전쟁과의 공존으로 지쳐간다. 그가 감각의 제국을 꿈꾸던 시절에 비하면 시사성 분노가 도드라져 보일 수도 있겠으나 꽃을 날리며 꽃길을 희구하는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조혜림] 시리도록 푸르고 음영이 깊은 달을 따서 캔버스에 담았다. 자신의 원(願)을 쏘아 올린 그 환상의 공간에서 가장 가까운 일상을 한 땀씩 섞어 현실로 옮겨 조율 되어 다시 걸린 수식은, 가만히 울림을 준다.
▲ 벽을 뚫은 피안에 앉다 사색만감을 쓴 다음 벽을 뚫고 건너 앉아있다.
ⓒ 권영일
[심홍재] 1980년대 풍성한 검은 수염이 젊음을 가린 그때부터 지금까지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행위 예술이라는 외길을 걸어 왔다. 그는 기도를 실천하고 염원을 전도하는 지독한 집념의 행위예술가다. 구도의 도구로 12지신을 배치한 다음 화두를 들고 침음하는 납자처럼 벽을 뚫고 피안을 향해 나아가는 수행이 그 징표다.
▲ 욕망과 희망의 영토를 향해 던지다 던져진 작은 탄력 공은 백색의 공간을 분홍으로 이염시키며 점차 욕망과 희망의 영토를 확장해 나간다.
ⓒ 권영일
[제니] 백색 공간에 백의의 작가가 던져 있다. 던져진 또 하나의 작은 탄력 공은 입술이라는 통로를 거쳐 백색의 공간을 분홍으로 이염시키며 점차 욕망과 희망의 영토를 확장해 나간다. 이 공간 속의 움직임은 입체적 긴장과 채색된 욕망이 도는 인터렉티브 중 한 순간이다.

움틈과 거침없는 포화의 파장

[신은미] 대형 흰 천 속에 들어간 작가의 시작은 초경 같은 붉은 물감이 번져 나오는데 나는 금세 아, 하는 공감의 이염을 본다. 작가의 제목 의도가 <움틈, 번짐>이듯 천을 이용한 원초적 번짐은 동양 회화 기법을 잘 활용하고 있다.
▲ 거침없는 포화의 파장 제목의 <움틈, 번짐>처럼 천을 이용한 원초적 번짐은 동양 회화 기법을 잘 활용하고 있다.
ⓒ 권영일
곧 거침없는 검붉은 붓질은 작금의 멈추지 못하는 전쟁의 포화를 보며 동시 삼원색의 필연은 스러지는 생명이다. 수려한 회화의 익숙함과 온몸으로 즉시 번지는 액션의 공감은 퍼포먼스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미덕이다. 그러나 이 미적 쾌감 현장은 직관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면 전달로서의 내 글은 한계다.
[변영환] 인간의 돈에 대한 욕망과 허영을 고발하거나 유희를 던지던 '쩐' 작가가 이번엔 묵직한 주제를 들고나왔다. 관객에게 한 움큼의 '쩐'을 나누어 주고 시작한다. 이어 폭탄을 투하한 다음 돈으로 칠갑을 해서 만든 투구와 무기로 무장을 한 자신은 중앙에 서서 장총을 난사하며 쩐을 투척하게 한다. 돈벼락을 맞으며 환호한다. 무기를 든 채 하모니카를 불며 앵벌이를 하다 이내 관객들에게 포획되어 비닐에 둘둘 말려 심판을 기다리는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지구촌 어느 곳 이 자가 아른거린다.
▲ 쩐 전 돈으로 칠갑을 해서 만든 투구와 무기로 무장을 한 자신은 중앙에 앉아 장총을 난사하며 쩐을 투척하게 한다.
ⓒ 권영일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