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강 라면' 부럽지 않은 김밥, 이렇게 맛보세요

박영호 2026. 4. 2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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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자전거길, 묵호에서 심곡항까지... 월세가 아깝지 않은 바다 즐기기

[박영호 기자]

지난해 동해로 이사 와서, 스스로 <오마이뉴스> 동해 특파원이라는 농담을 하곤 한다. 지난주 학교로 나를 찾는 전화가 걸려 왔다. 수화기 속 상대는 조심스럽게 이름을 묻더니 진광고 출신이냐고 물었다. 그렇다는 대답에 이름을 밝히며 자신을 아느냐고 묻는다. 졸업하고 만난 적은 없지만 곧바로 생각나는 이름이다.

동해에서 '사는 이야기'를 써서 올린 <오마이뉴스> 기사를 우연히 보고, 다른 기사까지 읽고서 나라고 짐작 했단다. 규모가 작은 학교라 1988년에 졸업한 동기 가운데 수학 교사는 오로지 나 뿐이니 짐작하기 어렵진 않았을 것이다. 동해에 사는 고향 친구를 알게 되어 반갑다는 인사를 나누고 만남을 기약했다. 올해는 교무부장이라 주중엔 일이 많아 바쁜데 주말엔 아내와 함께 자전거 타느라 바쁘다. 1회 고사 마치고 여유가 생기면 한번 찾아봐야겠다.

지역마다 사람마다 어떤 도시에 대한 거리감이 다르다. 원주에선 인천보다 동해를 더 멀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원주와 동해는 같은 강원도지만 교류가 많지 않다. 원주에서 근무했던 학교에는 영동보다 수도권 출신이 훨씬 많았는데, 동해에 와 보니 영서보다 부산이나 경상도가 고향인 사람이 더 많다.

지난해 동해로 와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원주가 고향이라고 말하면 다들 왜 동해까지 왔냐고 묻는다. 바다를 보며 살아 보려고 왔다고 답하면 낭만적이라는 말을 하면서도 선뜻 믿지 못하는 표정을 짓는다. 속으로는 말 못 할 사정이 있겠지 생각하는 눈치다. 그런 이들에게 다시 한번 바다를 즐기는 주말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2026년 4월 25일 토요일 날씨 눈부시게 맑음

아침 일찍 아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섰다.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처음 목표는 옥계해변이다. 해돋이를 볼 계획이었는데 점심으로 먹을 김밥을 마느라 조금 늦었다. 그래도 이른 시각이라 묵호항에 사람이 많지 않아 자전거 타기에 수월하다.

고속열차가 다니고 난 다음부터 묵호는 젊은이들 사이에 뜨거운 여행지라 주말마다 너무 북적여 늦으면 자전거 타기가 쉽지 않다. 묵호항을 지나 어달항까지 지나면 주말에도 크게 붐비지 않는다. 아마도 묵호역에서 걸어서 오기엔 제법 멀어서 그런 듯하다.
 대진항 등대
ⓒ 박영호
 망상에서 옥계로 넘어가는 다리 위에서 바라 본 망상해변
ⓒ 박영호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본 도직항 뒤편 방파제는 금진항
ⓒ 박영호
 옥계로 가는 길에 시멘트 공장도 풍경이 된다
ⓒ 박영호
어달을 벗어나 대진항에 이르면 이제 바다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망상해변은 여름 극성수기가 아니라면 좀처럼 붐비지 않아 자전거를 타고 바다를 느끼기엔 가장 좋다고 생각했는데 더 좋은 길이 있다. 일품 솔숲을 지닌 옥계해변을 지나 북쪽으로 페달을 밟으면 금진항이 나오고 이어서 바다부채길 매표소가 있는 심곡항까지 그야말로 바다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자전거길이 있다.
바다가 정말 가까워서 파도가 잔잔한 날인데도 군데군데 바위에 부딪혀 부서진 물방울이 느껴진다. 자전거를 세우지 않고 달리면서 셔터를 눌렀는데 꽤 괜찮게 찍힌 사진이 있다. 말을 타고 뒤돌아 보며 화살을 날렸다는 고구려 기마병처럼 자전거 위에서 자유롭게 셔터를 누를 수 있으면 좋겠다.
 옥계해변엔 솔숲이 아름답다
ⓒ 박영호
 저 멀리 뛰는 사람이 보인다
ⓒ 박영호
 뒤 따라 달려오는 아내
ⓒ 박영호
 심곡항으로 들어서는 길
ⓒ 박영호
 심곡항 방파제 끝에서
ⓒ 박영호
 심곡항 등대에서 바라본 자전거길
ⓒ 박영호
 심곡항에서 정동진까지 이어지는 바다부채길
ⓒ 박영호
자전거를 타면 등대까지 쉽게 갈 수 있어서 좋다. 방파제 끝에 있는 등대는 제법 멀어서 걸어서 가기엔 어려울 때가 많은데 자전거를 타면 쉽게 다다라서 흔하지 않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항구에서 바다를 보는 느낌도 좋지만, 방파제 끝에 서서 항구를 되돌아보는 느낌도 참 좋다.
 금진항 방파제에 나란히 선 아내와 내 자전거
ⓒ 박영호
망상을 지나 옥계부터는 행정구역으로는 강릉이지만 굳이 바다를 강릉과 동해로 구별할 필요는 없다. 양양에서 타던 자전거길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 자리를 동해의 자전거길로 바꿔야겠다. 옥계해변에서 심곡항까지 거리는 5.5킬로미터쯤이다. 요즘 유행하는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도 눈에 띈다. 가파른 오르막이 없어서 걷기에도 좋은 길이다.

동해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면 동해안 자전거길을 한 번 달려 보시라. 외지인 뿐 아니라 동해 시민에게도, 망상에서 심곡항까지 이어지는 길을 권하고 싶다. 서울에 한강 자전거길이 있다면, 이곳에는 바다를 곁에 둔 동해안 자전거길이 있다.

자전거를 타다 지치면 해변에 앉아 바닷바람을 맞으며 김밥을 먹어 보시라. 그 맛은 '한강 라면'이 부럽지 않다. 돌아오는 길에는 묵호항에 들러 싱싱한 횟감을 사는 재미도 있다. 묵호항 사람들은 여느 항구와 달리 요란하게 손님을 부르지 않는다. 처음에는 무시하는가 싶어 서운하기도 했지만, 익숙해지니 오히려 그 담백함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묵호항에서 횟감을 살 때는 천천히 둘러 보다가 맘에 드는 집을 골라 흥정하면 된다. 저렴한 대신 회를 떠 주지 않아서 따로 돈을 내고 맡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게는 겨울에만 나는 줄 알았는데 아직도 홍게가 나온다. 건너편 시장에 게를 쪄주고 상차림비를 받는 가게가 있어 곧바로 맛볼 수 있다.
 바다 위에 커다란 화물선을 보면 호르무즈가 떠오른다
ⓒ 박영호
 묵호항 방파제는 막혀 있어 등대까지 갈 수 없다
ⓒ 박영호
 여전히 아름다운 하평해변
ⓒ 박영호
 하평해변에 있는 보리밭에서 청년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박영호
이제는 이별할 때

주말마다 제법 먼 거리를 달려 보니 오랜 세월을 같이 보내며 정든 자전거와 이별할 때가 되었음을 느낀다. 원주에서 자전거점을 운영하는 동창생에게 중고로 샀는데 언제 샀는지도 모를 정도로 오래되었다.

대략 15년은 족히 되었다. 이제는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기름칠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오르막에서 변속에 실패할 때가 잦아져서 대략 난감이다. 지난주에 새천년해안도로 오르다가 허벅지 터지는 줄 알았다. 그래도 운동 효과가 더 좋아지는 셈이라며 참아 왔지만 몸이 늙어서 점점 힘들다.
 심곡항 등대에서
ⓒ 박영호
아내가 타는 자전거도 꽤 오래되었으나 여전히 부드러운 변속이 맘에 들어서 출퇴근할 때는 아내의 자전거를 탄다. 아내도 이제는 제법 빠르게 달리는 탓에 중간에 사진 몇 장 찍는 사이에 뒤처진 거리를 다시 따라잡으려면 힘에 부친다.

얼마 전 아내의 자전거 타이어를 교체하는 데 8만 원이 들었다. 내 자전거 타이어도 닳아서 만질만질한데 삐그덕거리는 녀석에게 8만 원은 좀 아까워서 새 자전거를 찾아보고 있다. 원주라면 친구에게 부탁하겠는데 동해엔 아는 사람이 없어서 온라인으로 사려고 한다.

자전거 고수가 기사를 읽는다면 출퇴근용보다는 조금 더 좋은 사양으로 추천해 주시길 기대해 본다. 비싼 것이 좋은 줄은 이미 잘 알고 있으므로 가성비도 고려해 주면 더욱 좋겠다. 아무튼 이번 주말도 충분히 바다를 즐겼으니 이번 달 월세가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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