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쟁서 눈 돌리려 총격 조작” 음모론 30만건 퍼졌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장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한 이후 소셜미디어(SNS)상에서는 각종 음모론이 퍼졌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 “사건 직후 SNS상에서는 음모론과 책임 공방이 급속히 퍼졌다”며 “인플루언서들이 관심과 팔로워를 끌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추측을 쏟아내며 정보 공백을 채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일부는 이번 공격이 ‘조작된(staged)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지지율 하락, 이란 전쟁 문제 등에서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트럼프 진영이 꾸민 일이라는 음모론”이라고 전했다.
SNS 분석업체 트윗바인더에 따르면 ‘조작된’이라는 표현은 이날 정오까지 X(옛 트위터)에서만 약 30만 건 이상 언급됐다. X의 대체 플랫폼인 블루스카이에서도 사건 발생 직후부터 수십 개 계정이 동시에 ‘조작됐다’는 단어를 반복 게시했다.
총격 사건에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개입했다는 ‘이스라엘 배후설’도 양산됐다. 용의자 콜 토마스 앨런가 범행 당시 IDF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는 내용 등 검증되지 않은 사실이 SNS상에서 단기간에 퍼졌다. 일부 사용자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인공지능(AI)으로 조작된 이미지를 첨부한 게시물도 만들어 배포했다. 러시아 국영 매체인 러시아투데이(RT)는 X에서 이러한 주장 일부를 확산시키기도 했다. 다만 현재까지 이를 뒷받침하는 사실은 추가로 드러난 게 없다.
총격범의 과거 행적을 근거로 좌파 급진 세력이 국가 전복을 목적으로 총격 사건을 기획했다는 설도 널리 공유됐다. 총격범은 2024년 민주당 정치자금 모금 플랫폼 ‘액트블루(ActBlue)’를 통해 카멀라 해리스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 25달러(약 3만원)를 기부한 이력이 있다. X에는 총격 사건을 언급하며 특정 단체를 해시태그한 게시물이 진영을 불문하고 쏟아졌다. 다만 주요 외신은 “총격범이 진보 진영과 가깝다는 사실은 향후 수사 과정에서 범행 동기와 관련해 다뤄질 순 있지만 그렇다고 그의 배후에 특정 단체가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고 전했다.

총격범이 현장에서 사살됐다는 거짓 내용도 SNS에서 공유됐다. 실제 총격범은 사살되지 않고 체포됐다. NYT는 “일부 사용자들은 게시물을 정정했지만, 이는 거짓된 내용이 담긴 본래 게시물보다 훨씬 적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클리프 램프 미시간대 교수는 NYT에 “루머는 매우 빠르게 퍼지지만 이를 바로잡는 데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NYT는 SNS상에서 이같은 음모론이 퍼지는 이유로 ‘인플루언서’를 꼽았다. NYT는 “인플루언서들은 자신이 믿지 않는 내용이라도 추측과 루머를 퍼뜨리는 데 동기가 있다”며 “이는 팔로워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되고 X와 같은 수익 공유 플랫폼에서는 더 큰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온라인상에서 소통하는 점도 음모론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사건 직후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어젯밤 일어난 일은 모든 대통령이 지난 150년간 백악관 부지에 크고 안전하고 보안이 철저한 연회장을 요구해온 바로 그 이유”라며 자신이 추진하는 백악관 연회장(볼룸) 건설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번 만찬 행사가 백악관이 아닌 워싱턴 힐튼 호텔에서 열렸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수의 우파 인플루언서들은 곧장 해당 주장을 퍼뜨렸다.
대형 총기 난사 사건과 음모론에 관한 언론 보도를 연구해온 어맨다 크로퍼드 코네티컷대 교수는 NYT에 “진실을 밝히고 사실과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확립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대중은 그런 인내심이 없다”며 “이런 이유로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질문에 관한 조작된 서사가 즉각 등장하는데, 여기에는 종종 공유하는 사람의 편견이 반영돼있다”고 설명했다. 램프 교수는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사실에 따라 현실을 재구성하고 있다”며 “정확한 정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믿음을 뒷받침해줄 정보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80대에 40대 뇌 가진 사람들…간단한 습관 세 가지의 기적 | 중앙일보
- “‘백악관 열창’ 후 윤 돌변했다” 4개월 뒤 충격적인 커밍아웃 | 중앙일보
- 세계가 놀란 '치매 막는 마사지'…뇌 진짜 하수구 찾았다 | 중앙일보
- “사람 실종됐다” 봄 맞은 제주 발칵…이틀간 이런 신고 14건, 뭔일 | 중앙일보
- “전여친 프사 눌렀다 깜짝”…또 개편한 카톡에 이용자들 ‘발칵’ | 중앙일보
- 수억 기부 문근영 “공무원 부모님, 떵떵거리며 쓰고 싶지 않다고…” | 중앙일보
- 돌연 다리에 수포, 40대 숨졌다…‘치사율 50%’ 이맘때 덮치는 감염병 | 중앙일보
- 비명도 못지르고 울며 산속 달렸다…“여자 혼자 산 가지마” 충격 사건들 | 중앙일보
- 산에서 37시간 조난된 베트남 대학생…“한국 ‘이것’ 먹고 버텼다” | 중앙일보
- “나이+근속 70 넘으면 나가라”…51년 만에 첫 희망퇴직 나선 이 회사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