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구경 왔는데 출입 금지... 국회 산책, 반려견만 안된다니

곽우신 2026. 4. 2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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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 취재] 명시적 규정 없이 개방된 광장 반려견 출입 불가... 해외는 조건부 허용 사례 다수

[곽우신 기자]

 국회의사당 전경.
ⓒ 김지현
[기사보강: 27일 낮 12시 27분]

30대 여성 최아무개씨는 최근 국회에 들어올 수 없었다. 반려견 '데이지'와 함께 꽃구경 삼아 국회까지 왔지만, 경내를 산책할 수 없다고 국회경비대가 입구에서 그를 막아세운 것이다. 최씨는 바로 옆에 다른 시민들이 자유롭게 국회 잔디광장을 오가는 것을 보며 "왜 들어갈 수 없느냐?"라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반려동물은 출입 금지"라는 이야기였다.

최씨는 <오마이뉴스>에 "일반 시민들이 자유롭게 산책을 할 수 있다면, 반려견을 동반한 시민도 당연히 산책할 수 있을 줄 알았다"라며 "목줄도 하고 있었고, 배변봉투도 당연히 챙겼다. 반려견 동반 출입이 왜 안 되는지 명확한 이유를 설명 듣지는 못했다"라고 밝혔다. 반려견 출입을 제한하는 이유를 묻자, 국회 경비대 측에서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처음"이라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도 전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2024년 1월, 국회에서 열린 개혁신당 창당대회에 한 당원이 참석하려고 했다가 '반려견 동반'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입장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스스로 '노부부'라고 밝힌 해당 당원은 개혁신당 누리집에 "어제 우리 노부부와 샛별이랑 국회의사당 창당대회에 갔다가 반려견 출입금지로 입구에서 돌아왔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회 내 반려견 출입, 왜 안 되는 걸까?

지자체는 허용하는 추세인데... 국회 사무처 "반려동물 출입 금지, 명시적 규정은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회 반려동물 출입을 막고 있는 '성문화된 규정'은 없다. 국회의사당을 포함해 의원회관 등 일부 건물은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지만, 경내 잔디광장을 포함해 분수대, 도보광장 등은 일반 시민도 출입이 가능하다. 특히 봄꽃 축제 기간처럼 전면적으로 국회 내 공간을 개방하는 때도 있다.

국회는 참관·견학·방문자센터 등을 통해 일반인 방문을 상시적으로 허용하고 있고, 별도 행사 및 보안이 필요할 때에 한해 따로 공지를 통해 외부인 출입을 제한해 왔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대체로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기 때문에, 봄이나 가을처럼 걷기 좋은 계절에는 인근 직장인들의 산책 코스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국회는 '동물'에게만큼은 문턱이 높은 곳이었다. 김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원내 입성한 2020년 전까지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국회 본회의장 등 출입조차 불가능했다. 지금은 후임 '태백이'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은퇴한 '조이' 덕분에 국회 내 안내견 출입이 공식적으로 허용되기 시작했다.

국회 사무처는 반려동물 출입 제한 조치의 근거에 대한 <오마이뉴스>의 질의에 "명시적인 근거 규정은 없다"라고 인정했다. 다만 "청사 안전과 시설 관리,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제한을 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과거 국정감사에 필요한 동물이 들어왔거나, 국회의원 행사 중 반려동물에 관한 행사가 있어서 당시에는 필요한 동물들을 '협의를 거쳐서' 들여온 적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목줄이나 입마개 활용을 조건으로 일시적이나마 허용한 바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 경우는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장 등 '건물 내' 출입 때의 이야기였다.

반면, 국내 여러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는 청사 혹은 공공에서 관리하는 공원 등에 반려견 출입을 허용하고 있는 추세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반려견 산책에 대한 시민들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반려견 산책을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여기는 문화도 한몫하고 있다.
 서울시는 9월 30일부터 연말까지 청계천 일부 구간에서 반려견 출입을 허용했다.(자료 사진)
ⓒ 연합뉴스
서울시의 성북천, 정릉천, 중랑천, 홍제천 등은 이미 반려동물 출입이 자유롭다. 청계천의 경우 '반려견 산책' 시범사업을 2024년 9월에 도입한 이후 성원 속에 연장을 거듭해왔다. 2026년 7월이 연장 시한이지만, 이전에도 그랬듯 추가 연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서울시의회는 정식으로 청계천을 반려견에 완전 개방하는 방안 역시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논의 중이다.

2013년에 개장한 서울푸른수목원은 처음부터 "애완견 출입 허용"을 공식적으로 안내했다.

해외엔 조건부 허용 사례 다수... 금지하는 경우에도 '근거 규정' 마련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 연방의사당 주변 외부 공간은 방문객에게 열려 있지만, 공식 금지품목 안내에 "동물(Animals)"을 명시하고 있다. 물론, 보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물(other than service animals)은 예외이다.

의사당 주변이라고 해서 모든 공간이 일률적으로 반려견 출입을 금지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이 자리한 '캐피톨 힐(Capitol Hill)' 일대의 경우, 일부 핵심 시설은 제한되어 있지만, 반대로 반려견 출입이 허용되어 있는 구역도 꽤 있다. 대표적으로 주변 공원 구역인 '캐피톨 힐 공원(Capitol Hill Parks)'에서는 리드줄 착용 같은 조건만 지킨다면 반려동물과 산책할 수 있다. 미국 의사당을 배경으로 반려견과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미국은 이처럼 공공기관과 결합되어 있는 형태의 공원의 반려동물 출입을 폭넓게 허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주 정부나 주 의회에 딸려 있는 공원형 개방 공간을 '캐피털 캠퍼스(Capitol Campus)'라고 하는데, 워싱턴은 '반려견을 포함한 반려동물의 출입을 환영한다'(Much of the Capitol Campus feels like a park, and your dog or other pets are welcome on the campus grounds)라고 공식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역시 주 의사당 외부의 공원과 광장에서 '리드줄' 등을 조건으로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국회 출입을 공식적으로 허용하는 대표적인 나라는 캐나다이다. 오타와에 자리한 캐나다 국회의사당(Parliament Hill)도 마찬가지로 조건부로 반려동물 출입을 넓게 허용하고 있다. 캐나다 의회의 공식 규정(General Rules on the use of Parliament Hill)은 반려동물 동반자에게 오타와시 동물관리 조례 준수(반려동물 등록 의무화, 사고 발생 시 민사 책임 등)를 요구하고 있다.

영국 의회는 공식 보안 안내에서 안내견(assistance dogs)는 허용한다면서 "다른 동물들은 금지한다(No other animals are permitted)"라고 적고 있다. 다만, 반려동물의 의회 출입을 금지한 경우에도 이를 명확히 공개해서 안내하고 있고, 근거 규정도 정확히 마련되어 있다. 다시 말해, 반려동물 출입 제한 여부를 공식 안내나 규정 형태로 비교적 명확히 공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국회와 달랐다. 우리나라처럼 성문화된 규정 없이 임의로 규제하는 경우는 이번 취재에서 찾기 어려웠다.

동물권 활동을 하는 법률사무소 물결 김소리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에 "우리 법제 역시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비해 나가고 있다"라며 "본래 시민에게 개방된 공간을 반려동물과 함께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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