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도 않는 '등골 브레이커' 교복, 왜 고집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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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도 기자]
딸아이의 중간고사가 끝났습니다. 시험 기간 내내 늦게까지 책상에 앉아 있느라 학교 가기 싫을 법도 한데, 유독 등교 준비가 다른 날보다 수월했습니다. "시험공부 하느라 힘드니 편하게 체육복을 입고 등교해도 된다"고 학교에서 허락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평소 같으면 셔츠를 다려 입고 하의를 챙기느라 아침마다 전쟁을 치렀겠지만, 체육복 등교가 허락된 며칠 동안은 아이도 부모도 한결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이를 지켜보며 문득 '도대체 교복은 누구를 위해, 왜 입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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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싼 교복값 잡는다 교육부는 이날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교복 가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당장 2월 27일부터 3월 16일까지 시도교육청과 함께 전국 중·고등학교 약 5천700곳을 상대로 '교복비 전수조사'에 나선다. 교육부는 "4대 브랜드와 소규모 업체 등 교복 사업자는 물론 유통구조, 교복 가격, 불공정행위 유형 등을 모두 분석할 것"이라며 "올해 안으로 실효성 있는 구매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
| ⓒ 연합뉴스 |
이런 촌극을 지켜보면 '이럴 바엔 처음부터 체육복 등교를 허용하거나 아예 자율 복장으로 바꾸는 게 낫다'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교복은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학교 공식 행사가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입게 하는 것도 대안입니다.
일부 학교는 후드 티셔츠 등 생활복을 교복으로 채택했지만, 아직 일부 학교는 활동성이 떨어지는 전통적인 정장 형태의 교복을 고수합니다. 솔직히 겨울에는 두꺼운 패딩 안에 입어 비싼 교복이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입니다. 여름에는 매일 땀에 젖는 하얀색 와이셔츠의 목 때를 지우고 다려야 해서 학부모들도 덩달아 바쁩니다. 차라리 땀 흡수가 잘 되고 세탁이 편한 여름철 생활복이 학생과 부모 모두에게 실용적입니다.
비싼 교복 재킷은 단 한 벌만 사서 행사 때만 입고, 평소에는 후드 티셔츠나 반소매 티셔츠처럼 편안한 형태를 기본으로 하되 하의도 단색 계열로 자율에 맡기는 방식은 어떨까요?
"하복 주세요" 공감하는 학생들
최근 '숏폼' 영상 플랫폼에선 학생들의 "하복 주세요" 영상이 유행입니다. 1천 건 가까이 공유된 이 영상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날씨가 더운데 두꺼운 동복을 입으려니 너무 힘들다"라며 "제발 빨리 얇고 시원한 하복을 입게 해달라"고 하소연하는 것입니다.
최근 기온이 오락가락하면서 부산 날씨는 최저 11도에서 최고 24도를 넘나듭니다. 규정 상 동복을 입고 등교한 학생들은 "낮에는 더워서 땀이 차고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며 입을 모읍니다. 두꺼운 동복 재질인 체육복도 마찬가지입니다. 하교하는 아이들을 보면 더위를 참지 못해 겉옷은 가방에 쑤셔 넣고 얇은 반소매 면 티셔츠 하나만 걸친 채 걷는 모습도 흔하게 눈에 띕니다.
일선 학교들의 가정통신문과 학칙을 확인해 봤습니다. 대부분의 학교는 5월 말이나 6월 1일부터를 하복 착용 기간으로 정해 두었습니다. 물론 4월 초부터 각자 체감 온도에 맞춰 동·하복을 혼용하게 하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학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규정에는 "동복, 하복, 춘추복 착용 시기는 날씨를 고려하여 안전생활부장이 정한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동복과 하복의 교체 시기를 학교가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구조입니다. 성별이나 개인에 따라 체감 온도 차이가 큰 데도 무 자르듯 일괄적으로 정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에 불과합니다. 이럴 바에는 그냥 4월 초부터 학생 각자의 체감 온도에 맞춰 동·하복 혼용을 자율적으로 맡기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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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싼 교복값 잡는다 교육부는 이날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교복 가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당장 2월 27일부터 3월 16일까지 시도교육청과 함께 전국 중·고등학교 약 5천700곳을 상대로 '교복비 전수조사'에 나선다. 교육부는 "4대 브랜드와 소규모 업체 등 교복 사업자는 물론 유통구조, 교복 가격, 불공정행위 유형 등을 모두 분석할 것"이라며 "올해 안으로 실효성 있는 구매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
| ⓒ 연합뉴스 |
지자체가 교복 구입비를 지원해도 맹점은 남습니다. 3년 동안 학교에 다니려면 땀 냄새와 세탁을 고려해 계절별 와이셔츠는 최소 2벌 이상 사야 하고, 아이 성장에 맞춰 바지와 치마도 계속 새로 구매해야 합니다. 결국 "교복을 입음으로써 사복 구입에 대한 비용을 아낄 수 있다"라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학생들의 일탈 방지와 소속감 고취'라는 명분도 궁색합니다. 아침에만 억지로 입고 하교 땐 체육복으로 갈아입는 교복이 무슨 소속감을 주겠습니까. 일제강점기나 군대도 아닌데 굳이 획일화된 복장으로 소속감을 준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입니다. 학부모 부담을 줄이겠다며 도입한 공동구매도 실효성이 없습니다. 생활복이나 후드 티셔츠 형태의 교복조차 시중 옷보다 비쌉니다. 가슴에 학교 마크 하나 달았다고 가격이 훌쩍 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지난 2월 12일 이재명 대통령은 "교복 구입비가 60만 원에 육박해 부모들이 '등골 브레이커'라고 얘기한다"면서 "업체에 돈을 대주는 게 아니라 생산 자체를 협동조합으로 만들어 일자리도 만들고 국내 산업 발전도 돕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거대 교복 업체들의 반발을 넘어설 수 있을지, 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디자인이 나올지는 미지수입니다.
이제는 전면적인 교복 자율화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합니다. 정 필요하다면 대학생들의 '과잠(학과 점퍼)'이나 정장 재킷처럼 학교 행사용 겉옷 한 벌만 상징적으로 지정하고, 생활복도 남색(네이비)이나 흰색 등 과도한 레터링이 없는 무지 색상 규정만 둬 시중에서 자유롭고 저렴하게 사 입도록 선택권을 줘야 합니다.
딱딱한 정장을 고집하던 일반 회사들도 업무 효율을 위해 자율복을 도입한 지 오래입니다. 굳이 학부모는 돈 쓰느라 힘들고, 정작 당사자인 학생들은 불편해서 입지도 않는 교복을 끝까지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여전히 의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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