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 피해 노동자의 고통... '제도 설계자' 법무부는 뭐 하는가
'계절노동자 제도'는 한국 농어번기의 고질적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단기 외국인 고용 제도입니다. 하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 브로커의 불법 개입과 부당이득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계절노동자들이 인권침해와 임금체불 등으로 고통받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계절노동자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기획은 계절노동자 제도의 문제점을 열 편에 걸쳐 심도 있게 다루면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기자말>
[최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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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구군 피해 계절노동자 66명이 2026. 4. 17. 새벽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
| ⓒ 이란주 |
(관련 기사: 한국에 아직 '인신매매'가 있다... 기막힌 사례들 https://omn.kr/2hf8p)
지난 17일 오전 인천공항으로 66명의 필리핀 국적 이주노동자가 입국했다. 이들 2023~2024년 양구군 계절노동자로 근무하며 브로커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금전을 갈취당한 900여 명 피해자 중 일부다. 법무부는 이들에게 체류자격 변경을 허용해 다시 일할 기회를 열어주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재취업'이라는 최소한의 조치에 그칠 뿐, 실질적인 피해회복 대책은 여전히 부재하다. 일부 피해자의 진정 이후 고용노동부 장관 지시로 TF까지 구성되었지만, 수개월 조사 끝에 체불임금 사실만 확인되었을 뿐 실제적인 보상이나 회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피해 이주노동자들은 민사소송을 제기해야만 권리구제가 가능한 구조에 내몰려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재취업 기회조차 법무부의 선제적 판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민단체들이 수차례 민원을 제기한 끝에야 법무부는 뒤늦게 움직였다. 법무부는 두 차례의 민원에 대해 피해자 보호나 수사 협조를 위한 입국 보장이 아니라, 오히려 '체불임금을 받으려면 기존 농가의 추천을 다시 받아 입국하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으며 피해자들을 다시 가해 구조에 종속시키려 했다.
결국 법무부는 제도를 통해 사실상의 인신매매 구조를 만들고도, 피해자가 이를 입증하고 회복하려는 과정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입국'조차 보장하지 않는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이는 단순한 행정 미흡을 넘어 국가의 보호의무를 저버린 책임 회피다. "병은 국가가 주고, 약조차 제대로 주지 않는다"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법무부가 피해회복 책임져야
계절노동자 프로그램 등 법무부가 운영하는 이주인력정책은 구조적으로 브로커 개입을 차단하기 어려운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송출국에서의 모집 과정, 과도한 비용 부담, 제한된 정보 접근, 불안정한 체류 자격까지 모든 위험이 이주노동자 개인에게 전가되는 사이, 국가는 '비자 발급'이라는 최소한의 역할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 공백을 파고드는 것이 바로 브로커이며, 그 결과 노동자는 구조적으로 취약해지고 중간착취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고용허가제(E-9)와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고용허가제는 송출국 정부와 협약을 통해 인력 선발과 송출 과정을 공적으로 관리하고, 민간 브로커 개입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는 데 제도의 핵심을 두고 있다. 물론 사업장 변경 제한 등 한계가 존재하지만, 최소한 송출 과정의 투명성 측면에서는 과거 산업연수생 제도보다 진전된 평가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과거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비판을 받았던 산업연수생 제도의 문제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유사한 비자 제도를 확대해왔다.
이제는 책임의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설계로 인해 발생한 인신매매 피해에 대해서는 법무부, 나아가 국가가 선제적으로 피해를 배상하고, 이후 브로커와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이 검토되어야 한다. 제도를 통해 위험을 만들어 놓고 그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한, 한국은 '인신매매 설계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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