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고 불타고' VR로 예방주사…중대재해 제로 SKT '안전 혁신'[르포]
이미지 분석 AI와 드론 이용해 전국 2600여개 통신탑 판독시간 85%↓
개관 이후 200개 기업, 1만여명 다녀가…SKT, 중대재해 3년간 '0'건
AI위험성 평가, AI 법적 준수사항 관리 시스템 도입 등 안전 중시 강화

75m 철탑 기어오르기, 차량 버킷(바구니)서 공중 작업하기, 어두운 맨홀 속 케이블 잇기.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통신 현장에서는 매일 마주하는 생존의 현장이다.
고위험 작업이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환경에서 모든 위험을 사람이 사전 감지하고 대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무더위·혹한 등 극한 기상환경에서는 더욱 강도 높은 안전관리가 요구된다.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고 개개인의 위험 인지 능력과 대응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버킷 탑승부터 누설 전류 체크까지… 통신 현장 맞춤형 '고위험 작업' 체험
대전 중구에 위치한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안전체험교육관(Safe T Center)'은 2023년 10월 개관해 맞춤형 특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개관 이후 올 3월까지 약 200개 기업에서 1만1165명이 방문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24일 방문한 교육관에서 통신주 고소작업대, 철탑∙전주 작업 등 통신공사 분야와 화재 대피 등 현장 및 생활안전 분야, 전기 안전 체험 등 다양한 종목을 직접 확인해봤다.

"탑승 완료했습니다." "케이블 쪽으로 버킷 이동합니다." 현장 한 켠에서 작업차 버킷 탑승 및 공중 작업이 이뤄졌다. 절연 장갑과 활성 경보기 등 보호구 착용을 마친 뒤 발판을 디뎌 조심스럽게 버킷에 탑승한다. 안전 고리를 설비에 건 뒤 조종자에 요청해 작업 구조물로 이동한다.
오용근 SK텔레콤 프로는 "구조물에 누설 전류가 있는지 검전기로 먼저 체크한다. 안전 작업하고 난 뒤에는 조종자에 사실을 알리고 역순으로 작업을 마치면 된다"고 말했다.
이동식 사다리는 통신 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떨어짐' 재해가 발생하는 곳이다. 실제 산업 현장 사망자의 대다수는 2m 이하 낮은 높이에서 발생하며 심지어 30cm 높이에서도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오 프로는 "2m 이상 오른다면 구조물에 안전 고리를 걸어야 하며 3접점(3-point, 양손과 양발 중 최소 세 지점이 사다리에 밀착)을 유지한 상태에서 내려와야 한다"면서 "사고 시 안전대와 안전 고리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첨단 기술로 현장 위험 막는다" 사람 대신 AI 드론 띄우고, VR로 추락·화재 간접 체험
올해는 AI 이미지 분석 기술과 드론을 활용해 통신탑 안전도를 점검하는 과정을 반영한 안전교육 코너를 신설해 체험자들이 고위험 현장의 사고 예방의 중요성을 실감하도록 했다.
통신 안테나가 설치된 통신탑은 전국 곳곳에 있으며 높이만 최대 75m에 달한다. 이전에는 사람이 직접 최상단 트러스까지 올라가 볼트나 너트가 풀렸는지 노후화 여부를 점검해왔는데, 안전사고 위험이 컸다. 사람을 대신해 AI 드론이 이 작업을 5년 전부터 해오고 있다.
작업대 앞에 마련된 1m 사이즈의 드론이 붕 떠올라 철탑 주변을 날았다. 실제 현장에서는 AI 드론이 찍은 사진을 분석 툴로 전송하면 AI가 부식 여부 등을 판독해 작업자의 위험 노출을 최소화한다. SK텔레콤은 폭풍이나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한 틀어짐 정도와 같은 시설물의 변형 여부를 판독하는 기술까지 개발 중이다.
전국에 20m 이상 통신탑은 2632개가 있다. AI와 드론을 활용하면 사람이 점검하는 것 대비 점검 기간은 60%, 이미지 판독 시간은 85% 단축돼 업무 생산성은 올리고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 네트워크 본부별로 2~3대의 드론을 보유하고 있으며 직원들은 한 해 20~30회 가량 현장에서 활용한다.

오 프로는 "철탑 점검이 3년에 한 번씩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안 시설을 제외한 대부분의 철탑 점검이 이뤄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교육관에서는 고소작업대나 옥탑 작업 등 위험 노출이 많은 근로 현장을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AR∙VR안경을 착용하고 깊고 밀폐된 맨홀 공간에서 가스가 누출돼 뜨거운 열기가 얼굴로 뿜어져 나오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또 높은 통신탑에서 작업 중 사다리에서 발을 헛디뎌 몸이 휘청이며 추락하는 듯한 아찔한 체험도 할 수 있어, 안전장비의 필요성을 몸으로 실감하게 된다.
VR 코쿤(cocoon) 기기에서 VR 기기를 착용하고 '공조실 설비 점검'을 가상 체험해봤다. 2인 1조로 사다리 작업 중 안전 수칙을 위반하고 사다리에 올랐다가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아찔한 가상의 사고가 벌어졌다.
주변 인화물질을 치우지 않고 부주의하게 용접 작업을 진행하다 불이 옮겨붙어 발화되는 사고도 이어졌다. 열기와 비명 소리가 섞여 실제로 사고가 발생한 듯한 현장감을 제공했다.

3년간 ‘중대재해 제로’ SKT…AI 기반 위험성 평가 도입해 안전 관리 고도화
이같은 질식·전도·화재 사고 예방을 위해 통신사들은 공사 전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안전모∙안전화 등 보호장비 착용 여부를 점검한다.
특히 맨홀 아래 유해가스 농도나 온∙습도, 침수, 뚜껑 열림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워 원격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솔루션들을 개발, 적용 중이다.
4D 환경에서는 ▲옥외 안테나 설치 작업 ▲유선 작업 ▲건물 공조실 보수 ▲SKT대리점 인테리어 작업 ▲물류센터 하역 작업 5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천장 크레인 작업 중 깔림이나 감전 사고 등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심폐소생술, 심장충격기 사용법 교육을 통해 응급 상황 시 골든타임을 확보하도록 돕고 있다.
특히 심폐소생술 교육을 이수한 교육생이 실제 작업 현장에서 동료의 생명을 구한 사례가 전해져 교육의 실효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을 기반으로, SKT는 지난 3년간 ‘중대재해 제로(Zero)’를 달성할 수 있었다.
SKT는 올해 안전보건실 산하에 안전보건진단팀을 신설했으며, 올해를 목표로 AI 기반의 위험성 평가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AI 위험성평가는 AI가 과거 데이터와 공정 정보를 분석해 위험 요소를 자동으로 추천한다. 관리자는 AI가 제안한 대응 대책과 관련 법령을 검토하는 것만으로도 누락 없는 평가서를 완성할 수 있다.
법적 안전관리 이행 프로세스를 수행할 때 AI를 통해 증빙자료의 적정성을 자동 검토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보통 68개 사업장에 27개의 법령과 374개 점검 항목, 487개의 증빙자료 등이 수반되는데 이를 AI를 통해 자동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최훈원 SKT 안전보건실장은 “앞으로 AI 기반 체험 콘텐츠와 교육 시스템을 강화해 실질적인 사고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 개선할 계획”이라며 “SKT는 보안뿐 아니라 안전보건에도 제로트러스트 원칙을 적용해 산업재해 예방책을 함께 고도화하는 한편 근로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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