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철 제주대 AI융합원장 “AI는 도구, 전공과 결합해야 경쟁력 생긴다” [AI 시대, 대학에 길을 묻다③]

|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의 파고가 높아지는 가운데, 제주대학교가 ‘AI오름’을 기치로 대학 전체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AI오름은 제주의 상징 오름처럼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AI 교육의 터전이자, AI로 대학과 지역 사회 전체를 변화시킨다는 AX(AI Transformation·인공지능 전환)의 의미를 담은 제주대의 새로운 키워드다. 쿠키뉴스는 제주대학교의 AI 전환을 이끄는 핵심 인물들을 만나 그 전략과 비전을 들어봤다. |
변영철 제주대 AI융합원장은 지난 15일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자동차 운전이 현대인의 필수 소양이듯, AI 역시 누구나 다룰 수 있는 생활의 도구가 됐다”고 말했다.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AI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창의적 인재만이 이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공지능 전문가이자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변 원장은 AI 기술의 최전선에서 연구해온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더 강조하는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닌 ‘활용’과 ‘융합’의 가치다. 올해 설립된 AI융합원을 이끌며 제주대의 AI오름 전략을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그를 인공지능연구실(AI LAB)에서 만났다.
다음은 변영철 AI융합원장과의 일문일답
AI가 생존의 운전대…융합 인재 키운다
Q. AI융합원이 지향하는 교육 철학은 무엇인가.
▷대학은 지식을 전달하는 곳을 넘어, 학생들이 AI라는 자동차에 올라타 상상력의 영토를 확장하도록 돕는 베이스캠프가 되어야 한다. AI가 사람을 대체한다는 두려움보다, 전문지식에 AI를 결합해 자신만의 성과를 창출해 내는 창의적 인재를 키우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강의실 안에서만 머무는 이론은 죽은 지식이다. 전공 역량에 AI라는 날개를 달아 제주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 그것이 우리 AX의 본질이다.
Q. AI융합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나.
▷단순히 코딩이나 프로그래밍 기술을 가르치는 공간이 아니다. 교육과 연구, 그리고 산업을 연결하는 거대한 플랫폼이다. 인문사회, 예술 등 비이공계 학생들도 자신의 전공에 AI를 쉽게 접목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출 것이다. 나아가 제주 지역 기업들과 협력해 실무형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컨트롤타워이자 베이스캠프로 활용할 방침이다.
전공 불문 ‘AI 부트캠프’…71억원 실전 교육
Q. 핵심 사업인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를 소개해달라.
▷총사업비 71억원 규모의 이 사업은 전공 불문, 전 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고강도 집중 교육을 지향한다. 바이오학과 학생은 스마트팜의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법학과 학생은 AI 법률 에이전트를 바이브 코딩으로 만들며, 의대생은 AI로 진단 보조 도구를 직접 설계하고 개발한다. 전공의 경계를 허문 이 교육은 나의 교육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내가 사업책임을 맡고 있는 만큼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
Q. AI 전공자가 아닌 학생들이 실제로 따라올 수 있나.
▷그것이 핵심이다. AI를 어렵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전공 문제를 AI로 즐겁게 풀어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바이브 코딩처럼 AI를 활용한 직관적 개발 방식이 등장하면서 비전공자도 충분히 즐기면서 개발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진입 장벽은 우리가 낮춰주면 된다.
제주가 실험실…‘런케이션’ 전략
Q. 제주의 지리적 특성을 어떻게 경쟁력으로 바꾸고 있나.
▷고립된 섬이라는 인식을 거점의 강점으로 뒤집은 전략이 ‘런케이션(Learnication·Learn+Vacation)’이다. 매년 육지 학생 2,000~3,000명이 제주로 내려와 AI 프로젝트에 몰입하고, 올여름에는 미국 워싱턴대학교 학생들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위해 제주대를 찾는다. 컴퓨터공학과와 무관한 학생들이 AI 기반 바이브 코딩으로 직접 개발을 경험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 매해 이어질 계획이다.
Q. 수도권보다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보다 기술 인프라는 부족할지 모르나, 다양한 산업과 서비스를 만들고 테스트할 만한 환경은 제주가 단연 유리하다. 스마트그리드, 전기차, UAM, 자율주행까지 대한민국 미래 기술을 가장 먼저 실험하고 안착시킨 제주는 수도권 대학이 결코 가질 수 없는 살아있는 플레이그라운드다. 제주는 그 자체로 거대한 ‘AI 필드 연구소’가 될 것이다.
전 생애 AI 교육…‘AI 운전면허’ 확산
Q. AI융합원의 교육 대상이 대학생에 그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렇다. 초·중·고 학생부터 지역 재직자까지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AI 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초·중·고 현직 교원을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학교 컨설팅’부터 재직자 대상 ‘AID 30+ 집중캠프’까지, 지역 사회 구성원 모두가 ‘AI 운전면허’를 취득해 상상력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교육 인프라를 전방위로 확장하고 있다. 지역 거점 대학으로서 제주대가 짊어진 사회적 책무이기도 하다.
Q.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단순한 인재 배출이 아니다. 길러낸 인재들이 제주에 정주하며 1인 창업과 지역 혁신을 이끄는 AI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행정혁신부터 연구 효율화까지, 대학 구성원 모두가 AI를 활용해 창의적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제주대에서 일어나는 이 즐거운 교육 실험이 대한민국 대학 교육혁신의 새로운 표준이 되도록 할 것이다.
인터뷰에서는 기술을 아는 전문가의 확신과 현장을 중시하는 실용적 시각이 분명히 드러났다. “기술보다 활용”을 앞세운 그의 접근은 제주대 AI 교육의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강의실을 벗어나 산업 현장으로 확장되는 교육 실험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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