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기업] 청소년기 습관, 성인기에 영향 미치는지 과학적 규명

2026. 4. 27.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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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

청소년건강패널조사, 장기간 추적
데이터 축적, 보건 정책의 밑거름
성인기 만성질환 선제적 예방 기대

‘청소년건강패널조사’는 동일한 대상자를 장기간 추적해 청소년기의 습관이 성인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규명한다. [사진 질병관리청]

서울 소재 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인 김민준(20·가명)씨의 하루는 불규칙함 그 자체이다. 오전 수업을 빠듯하게 가느라 아침은 거르기 일쑤고, 점심은 동기들과 자극적인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다. 고교 시절에는 보건 선생님의 잔소리라도 들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김씨는 “고등학생 때는 학교 급식이라도 영양 균형이 잡혀 있었고 체육 시간에 신체활동을 했었는데, 성인이 되니 누구도 내 건강에 관심이 없더라”며 “자유는 얻었지만, 건강은 방치된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김씨의 사례는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이른바 ‘성인이행기(Emerging Adulthood)’의 건강관리 공백을 여실히 보여준다.

청소년기는 단순히 키가 크는 시기를 넘어 평생의 건강 습관이 굳어지는 ‘골든타임’이다. 특히 고교 졸업 후 20대 초반에 이르는 이 시기는 부모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율성이 극대화하는데, 이때 형성된 음주·흡연·식습관 등 건강 행태가 향후 80대까지의 만성질환 여부와 삶의 질을 결정짓는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보건 정책은 학생 때와 성인 이후로 단절돼 있어 이 중요한 시기의 건강 변화를 연속성 있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10대의 건강 습관이 어떻게 성인기의 질병으로 이어지는지 그 ‘과정’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청소년건강패널조사’는 매년 새로운 대상자를 조사하는 단편적인 실태조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동일한 대상자를 장기간 꾸준히 추적해 변화된 건강행태의 시간적 선후 관계를 알 수 있으며,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가족·친구 및 사회환경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현재의 문제를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소년기의 특정 습관이 이후 성인기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한다.

청소년건강패널조사는 2019년 처음 시행 이후 매년 관련 데이터가 축적됐다. 지난해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의 원시자료(Raw Data)를 학계와 공공에 전격 개방해 정밀한 보건 정책 수립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1기 패널은 어느덧 성인기로 진입하며 조사의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1기 조사만으로 끝내기엔 현재 우리 사회가 마주한 새로운 건강 위협이 너무 많다. 지금의 청소년은 1기 패널(2019년 당시 초6)과는 전혀 다른 디지털 환경에 놓여 있다. 스마트 기기 과의존은 물론, SNS를 통해 확산하는 새로운 형태의 마약 및 도박 노출 위험이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또한 팬데믹 이후 굳어진 신체활동 저하와 배달 음식 위주의 식문화는 기존 데이터만으로는 예측과 대응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지선하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패널조사는 어떤 원인을 통해 결과가 발생했는지를 증명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특히 성인기로 넘어가는 향후 3년의 데이터는 청소년기 보건 정책의 효과를 검증하고, 성인기 만성질환을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당장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한 2기 신규 패널을 구축해 국가 건강 데이터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청소년건강패널조사는 우리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국가 데이터 자산”이라며 “특히 1기 패널의 성공적인 마무리와 함께 디지털 환경 변화와 같은 시대상을 반영한 2기 패널을 새롭게 구축해 국가 건강 데이터의 연속성을 반드시 확보하겠다”고 전했다. 임 청장은 이어 “2028년까지 이어질 1기의 성공적인 마무리와 새로운 2기 패널의 탄생은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건강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자, 미래 세대를 향한 가장 확실한 사회적 투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오는 8월 12일 ‘세계 청소년의 날’을 맞아 젊은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원시자료 활용 경진대회 및 학술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대회는 개방된 데이터를 활용해 실제 청소년들이 겪는 건강 문제를 청년 연구자들의 시각에서 분석하고, 현장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참신한 보건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자리로 주목받는다. 이러한 노력은 데이터 기반의 정책 수립이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재학 중앙일보M&P 기자 kim.jaih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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