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퇴직 61세 깜짝 근황…8000조 판 흔들 ‘욜드족’ 뜬다

문희철, 김윤호 2026. 4. 27.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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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서울시 시니어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방문객이 돌봄로봇 다솜K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26년간 삼성전자에서 일했던 정용채(61)씨는 퇴직 후 한양대(ERICA캠퍼스)·한양여대·중앙대 등에서 산학협력 중점교수로 일했다. 교수로 일하면서도 틈틈이 공부해 전기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전기는 사인·코사인·복소수 등 수학적 개념을 이해해야 하는데 들여다볼수록 흥미로웠다”는 정씨는 지난해 8월 초등학교 시설주무관으로 취업했다. 지난해 말 사고로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현장을 많이 돌아다니는 시설주무관을 그만둬야 했다. 그는 “다리가 나으면 전기기사 자격증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다시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전기설비 기술인력 양성과정'에서 배선 작업을 실습하다 구멍 난 정용채 씨의 장갑. [사진 본인 제공]

욜드, 노동·소비 구조 바꾼다…정책도 달라져

고춘화 씨가 서울 강동구 강동시니어문화센터에서 시니어 바이올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정씨처럼 신체가 건강하고 경제활동이 가능한 60세 전후의 젊은 고령층을 일컫는 ‘욜드(Young Old)족’이 한국 사회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우리나라 인구의 37.5%가 50세 이상이다. 2050년이면 이들이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7.6%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최근 부상하는 욜드족은 축적된 지식·경험을 바탕으로 은퇴 후에도 활발하게 경제 활동에 참여하거나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문화·여가·배움·사회 참여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지난 22일 찾은 서울 강동구 강동시니어문화센터. 3층 강당에선 60세 전후의 어르신 10여명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전자책을 만들고 있었다. 건물 2층 강당에선 시니어 바이올린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수강생 고춘심(72) 씨는 “현역때는 정신없이 일하느라 취미를 가질 수 없었다”며 “퇴직 이후 악기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사회 참여가 증가하면서 욜드족이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도 커지는 추세다. 글로벌마켓스태티스틱스가 발표한 ‘실버 경제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욜드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조329억달러(4450조원)에서 2034년 5조4075억달러(8000조원)로 확대할 전망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욜드 산업 규모는 85조2000억원 수준이다.

급증 예상되는 한국 욜드족 인구. 그래픽=박경민 기자

욜드족이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관련 정책도 달라지는 추세다. 기존 시니어 정책은 주로 소득 보전이나 복지, 부양의 관점이었다. 하지만 이들을 보호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핵심 구성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관련 정책도 이들의 사회 참여를 이끌고 전문성·재능을 살리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춘천미래동행재단 중장년기술창업센터는 이들을 ‘신중년’으로 정의하고,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강동50플러스센터는 지난해 709명의 욜드 세대 취업·창업을 지원했다. 대구시는 ‘시니어클럽 특성화 사업’을 통해 욜드 세대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전 세계 욜드 시장 규모. 그래픽=박경민 기자

정부 ‘시니어 일자리’ 아직 대부분 저임금

연령계층별 구성비 변화와 전망치. 그래픽=박경민 기자

하지만 정부·지자체가 욜드족에게 제공하는 일자리의 상당수는 여전히 저임금 일자리에 그치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시니어 일자리 참여자의 70%는 월평균 활동비가 30만원 미만이다. 강혜정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사회서비스부장은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노년층의 일자리 수요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단순 일자리 확대를 넘어 개인의 경력과 전문성을 반영한 맞춤형 일자리 제공이 중요하다”며 “보다 전문화된 교육 과정을 제공해 전문직 형태나 양질의 시니어 일자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친화산업 시장 규모. 그래픽=박경민 기자

정부·지자체 정책이 보다 세분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인구정책연구센터장)는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4년생)와 비교하면, 최근 욜드족으로 편입 중인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5~1974년생)는 전쟁이 끝난 후 태어나 교육을 제대로 받았고, 고성장 시기를 경험하며 자산을 축적한 사람도 많지만, 사회·경제적 수준은 편차가 훨씬 더 크다는 특징이 있다”며 “하지만 예컨대 특정 연령 이상이면 전원 대중교통 무료 혜택을 제공하는 등 우리 사회가 아직 천편일률적인 정책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65~84세를 ‘신(新)중장년기’로 정의한 이제경 100세경영연구원장은 “욜드족의 인구집단을 정밀하게 세분해서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신체·인지 기능이 우수하고 사회 참여가 활발한 욜드족에겐 가치지향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정책을, 취약계층 노년층에겐 생활밀착형 정책을, 이들 사이에 있는 욜드족에겐 재교육 중심 정책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정책 세분화의 지향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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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철·김윤호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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