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75만원이면 한국 체류 OK”…이런 ‘가짜 난민 브로커’ 판친다

#투르크메니스탄 국적의 A씨는 2025년 초부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한국으로 이주해 살고 싶어하는 자국민들을 모집했다. ‘난민’ 지위를 받도록 해 주겠다며 국내 관광객으로 위장할 수 있도록 관광 계획서, 호텔 예약증을 제공했다. 무사히 입국한 이들에게는 허위 내용이 포함된 난민 신청서 작성까지 도와줬다. 1건당 약 75만원을 받아 챙겼다. 자신 역시 거짓 내용으로 ‘난민 신청자 체류자격’(G-1-5)을 획득하자 시작한 일이었다. 덜미가 잡힌 A씨는 지난 1월 인천지방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B씨는 4년 전 경기 화성시의 한 건물 임대인으로 위장했다. 난민 신청에 필요한 서류인 임대차 계약서를 허위로 만들어 팔기 위해서였다. 그는 서류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난민 업무 전담 인력이 부족해, 이들이 현장에 직접 가는 일이 드물다는 점을 노렸다. B씨는 난민 체류 자격을 원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1건당 7만~10만원가량을 받으며 2022년 3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총 123차례 허위 계약서를 제공해줬다. 결국 재판에 넘겨진 B씨는 지난 1월 13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허위 난민의 국내 체류를 도와주다가 적발된 브로커가 늘어나고 있다. 26일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허위 난민 신청을 알선하다가 적발된 사람은 109명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9명 ▶2022년 14명 ▶2023년 24명 ▶2024년 24명 ▶2025년 38명으로 증가했다. 법무부는 “109명 모두 형사 또는 행정처분 대상에 해당하고, 일부는 처벌 결과가 나왔다”며 “57명은 징역형 선고를 받았고, 13명은 벌금형에 처했다”고 밝혔다.
브로커들은 난민 제도의 허점이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난민법(제5조 제6항)에 따르면 난민 심사 절차가 끝날 때까지 국내 체류를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 본지가 다수의 난민 소송 판결문을 검토한 결과, 절차는 ‘난민 신청 접수→심사→이의신청→행정소송(1심~상고심)’으로 이어졌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는 평균 4년 이상이 걸렸다.

이에 더해 난민 재신청 횟수나 기간에도 제한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난민 인정 가능성이 작더라도, 신청과 소송을 무제한 반복하면서 머물 수 있는 셈이다. 실제 한 외국인은 2013년 최초로 난민 신청을 한 이후, 7차례나 난민 신청·소송을 반복하며 13년째 한국에 머물고 있다. 이날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난민 소송은 연평균 3136건에 달했고, 이 중 1심에서 원고가 승소한 것은 19건(승소율 0.6%)에 불과했다. 난민 소송을 제외한 행정소송의 1심 승소율(15.2%)과 비교하면 극히 적은 규모다.
결국 가짜 난민들의 재신청·소송이 반복되면서 정작 보호가 필요한 난민들이 제때 심사를 못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대환 한국이주노동재단 이사장은 통화에서 “브로커뿐 아니라 일부 변호사·행정사까지 허위 난민 소송을 부추기는 분위기가 있어서 이를 악용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본국에서 박해를 받은 진짜 난민은 하염없이 기다리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50대 중국인 장모씨도 종교적 탄압을 받은 뒤 한국으로 와 난민을 신청했지만 3년째 심사를 대기하는 상태라고 한다.

난민 소송의 적체 현상이 재판 지연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법원에 접수된 전체 행정소송 가운데 난민 소송의 비율이 36%에 달했다. 난민법 시행 이듬해인 2014년엔 1.6%에 불과했다. 난민 소송을 담당했던 한 변호사는 “최근 재판소원 시행 후 청구된 1호 사건이 이른바 ‘시리아인 강제퇴거명령 취소 사건’이었던 만큼, 4심제까지 활용되면 절차가 6개월~1년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중대한 사유 없이 난민 신청을 반복하는 경우 등에는 신청을 조기에 각하하는 내용의 난민법 개정안이 여야 양쪽(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에서 각각 발의됐지만 수개월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향후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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