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직 공장장에 기밀 퍼줬다…반도체 ‘대표 오른팔’의 배신 ②
「 2화. 공범 」

" 베트남에 간 거로 알고 있습니다. "
2025년 5월 7일, 서울 반도체 P 회사 13층 회의실. 중국 공장장 K의 USB 유출 의혹(1화. ‘340억 USB’ 들고 튄 공장장 中에 반도체 1위 기술 넘겼다)을 확인하기 위해 중국 영업 총괄 J(48)가 본사로 불려 왔다. J는 K의 상사였다. 테이블에 회사 대표와 부사장, 회사 변호사가 앉았다. 부사장이 J에게 물었다.
" 그 친구(중국 공장장 K) 중국 경쟁 기업에 이직했다는 소문이 돌던데 뭐 얘기 들은 거 없어요? "
속으로 움찔했지만 J는 태연한 척 둘러댔다. K가 베트남에 있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그때 부사장이 다시 물었다.
" 베트남 갔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최근에 연락한 적 있나? " " 문자로 했습니다. "
빠져나가려고 한 말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 그래요? 그럼 그 문자 좀 봅시다.(부사장) "
당황한 J는 “문자를 지웠다”고 둘러댔다. 회사 나간 사람과 한 얘기를 굳이 남겨둘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둘러댔지만 분위기가 싸했다.
" ‘어, 이거 뭐지. 이 사람도 이상한데?’ 그런 느낌이었죠. 공장장(K)이 회사 기밀을 들고 중국 경쟁사로 간 거 아닌지 파악하려고 한 건데, 갑자기 그 윗사람(J)이 이상한 행동을 하니까 ‘이 사람도 관련돼 있나’ 의심이 간 겁니다.(변호인) "
회사 대표가 말했다.
" 문자를 지웠으면 지운 거라도 봅시다. "
안 된다고 할 수도 없었다. J가 머뭇거리며 휴대폰을 꺼냈다. 폰을 든 그의 손이 떨렸다.
회의실에서 휴대폰이 열린 순간, 모든 의심이 사실로 바뀌었다. J가 K와 주고받은 SNS 대화 내용이 기술 유출을 증명하고 있었다. J는 회사에 오기 전 의심을 받고 있던 K에게 휴대폰 SNS 문자를 전부 지우라고 했지만 정작 자신의 휴대폰은 신경 쓰지 않았다. 본인 폰을 열어보게 되는 일이 생길 줄 상상도 못 했다.
J의 휴대폰은 ‘판도라의 상자’였다.
(계속)
반도체 기술 中에 넘긴 공장장…상사 폰에선 충격 문자 찾았다②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3385
‘340억 USB’ 들고 튄 공장장, 中에 반도체 1위 기술 넘겼다 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2771
■ ‘이팩트: 이것이 팩트다’ - 반도체 기술 중국 유출 사건 전말
「 손가락만 한 USB 하나가 세계 1위 반도체 부품 기업을 흔들었다. 피해 회사는 반도체 후공정의 핵심 부품인 ‘캐필러리’ 시장의 약 70%를 점유한 한국 업체다. 수백억 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제품의 핵심 기술이 내부 직원을 통해 중국 경쟁 기업으로 빠져 나갔다.
이 사건은 한 회사 직원의 일탈이 아니라 한국 반도체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경고다. 해당 직원은 지난해 긴급 체포 후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팩트: 이것이 팩트다’ 취재팀은 지금까지 한번도 공개되지 않은 ‘캐필러리’ 기술 유출 사건의 내막을 3회에 걸쳐 심층 보도한다.
1화. ‘사라진 USB’는 업체 전직 공장장이 기밀을 빼돌린 수법과 중국 기업에 자료를 넘긴 과정을 추적했다. 2화. ‘공범’에선 또다른 회사 내부자들이 조직적으로 기밀 자료를 빼돌린 정황을, 3화 ‘중국의 검은 손’은 중국 경쟁사의 추격과 기술 유출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던지는 의미를 짚는다.
」
■ 이팩트:이것이 팩트다-또다른 사건들
「 ‘제니 안경’ 디자인 카피 전쟁…틱톡커 한마디에 시작됐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8518
‘당신도 작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마약 빠져 3000만원 날렸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6708
“내 새끼 소득 40% 뜯긴다” 그 의사, 한국 떠나는 이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0894
“현금다발 택시비 고마워여”…김소영, 모텔 살인 직후 소름 카톡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0967
김소영 ‘모텔 살인’ 부검서 입수…약물만 8개 “최소 50알 먹였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2682
」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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