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조의 혁신의 우주경제] 고다드를 조롱한 NYT…49년 뒤의 반성문

1969년 7월 16일, 인류의 오랜 동경의 대상인 달을 향해 새턴 V 로켓이 거대한 화염을 뿜으며 비상했다. 전 세계가 경이로운 시선으로 아폴로 11호의 궤적을 좇고 있던 바로 다음 날, 미국 최고 권위 언론인 뉴욕타임스 지면 한구석에는 매우 이례적인 정정 보도가 실렸다. 그것은 49년 전 자사가 저지른 뼈아픈 오만을 인정하는 지연된 반성문이었다. 그들이 뒤늦게 고개를 숙인 대상은 미국 액체연료 로켓 기술의 아버지, 로버트 고다드 박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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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9년 아폴로 발사 성공하자
1920년 ‘고다드 오보’ 정정보도
액체로켓 아버지 고다드 박사
오늘날 심우주 탐사의 선구자
」
![인류의 달 착륙 50주년을 맞은 2019년 7월 아폴로 11호 발사에 사용된 로켓인 새턴V의 이미지가 워싱턴 기념탑에 투영되는 행사가 열렸다. [EPA=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7/joongang/20260427001535616axvt.jpg)
고다드의 우주를 향한 열망은 역설적으로 가장 나약한 육체적 한계 속에서 피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결핵 등 잦은 질병에 시달리며 침대에 갇혀 지내던 그는 조지 웰스의 『우주 전쟁』을 읽으며 지구 밖 세계로 나갈 수 있겠다는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 그의 정신은 이미 중력을 벗어나 대기권 너머의 심연을 유영하고 있었다. 그의 충격이 명확한 삶의 목적으로 굳어진 것은 1899년 10월 19일, 뒷마당의 벚나무 위에서였다. 마른 가지를 치기 위해 나무에 올랐던 17세의 소년은 지상을 내려다보며 우주선에 대한 강렬한 환영을 경험했다.
훗날 그가 기념일이라 부르며 평생 되새겼던 이 환상은, 훗날 겪게 될 학계의 무관심과 언론의 가혹한 조롱 속에서도 결코 연구를 포기하지 않게 만든 내면의 단단한 성소가 되었다.
혁명의 서막과 오만한 펜의 횡포
물리학자로 성장한 고다드는 벚나무 위의 환상을 차근차근 방정식으로 번역했다. 1919년, 스미스소니언 협회의 후원으로 출간된 『초고고도에 도달하는 방법』은 현대 로켓 공학의 기틀을 다진 고전이었다. 이 책자에서 고다드는 증기터빈에서 쓰던 라발 노즐을 로켓에 적용하면 효율을 기존 2%에서 64%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과 지구 중력을 벗어나기 위한 배기 속도는 초속 2.2㎞ 이상이어야 한다는 수치까지 제시했다. 그리고 68페이지에 실린 아홉 줄의 짧은 글에 달 탐사의 상상을 적는다. “로켓에 플래시 파우더를 실어 달의 어두운 면에 충돌시키면, 그 섬광을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다.” 나머지는 모두 실험과 수식, 냉정한 데이터였다.

하지만 언론은 아홉 줄에만 집착했다. 1920년 1월 12일, 뉴욕타임스는 1면 기사로 고다드의 연구를 다뤘다. 스미소니언의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한 소개 기사였다. 그런데 다음 날, 같은 신문 ‘Topics of the Times’라는 코너에 훗날 정정보도의 대상이 된 기사가 실린다. 제목은 ‘신빙성에 대한 심각한 훼손.’ 기사는 고다드를 ‘고등학생만도 못한 교수’라 조롱했다. ‘진공에서 로켓이 추력을 얻으려면 공기 같은 게 필요하다’는, 잘못된 상식을 권위의 이름으로 선언했다. 한마디로, ‘우주에는 공기가 없으니 로켓이 밀어낼 대상도 없다. 그러니 추진력도 있을 수 없다.’ 그들은 뉴턴의 제3 법칙을 대충 그런 느낌으로 이해한 채, 시대를 앞선 과학자를 공개적으로 능멸했다. 고다드는 하루아침에 ‘미치광이 달 박사(Dr. Moon Man)’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로켓 공학에 의하면, 진공 상태에서의 로켓 추력은 외부의 대기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로켓 내부에서 연소한 가스가 후방으로 뿜어져 나갈 때 발생하는 질량의 이동 그 자체에 대한 내부적 반작용으로 생성된다. 거대한 언론의 융단폭격과 대중의 멸시는 고다드를 깊은 고립으로 몰아넣었다. 뉴욕타임스가 오해한 물리적 진공은 역설적으로 고다드의 처지를 완벽하게 은유했다. 그는 소통의 매질이 철저히 사라진 사회적 진공 상태에 내던져졌다.
그럼에도 그의 집념은 소멸하지 않았다. 1926년 3월 16일, 매사추세츠주 어번의 눈 덮인 차가운 양배추밭에서 그는 인류 최초의 액체연료 로켓 ‘넬(Nell)’을 조용히 쏘아 올렸다. 최고 고도 12m, 체공 시간 2.5초. 미미해 보이는 이 짧은 비행은 우주 탐사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위대한 도약이었다. 하지만 언론의 조롱이 두려웠던 그는 이 역사적인 발사를 대중에게 숨겨야만 했다. 이후 찰스 린드버그의 도움으로 뉴멕시코주 로즈웰의 사막으로 이주한 고다드는, 세상과 단절된 채 아내 에스더의 헌신적인 조력 속에서 자이로스코프 제어 등 현대 우주선의 핵심 메커니즘을 묵묵히 완성해 나갔다.
진공에 남겨진 메아리, 불멸의 발자국
1969년 아폴로 11호의 완벽한 발사 성공은 고다드의 이론이 단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진리였음을 인류 전체가 목도한 순간이었다. 뉴욕타임스는 49년 만에 “로켓이 대기권뿐만 아니라 진공 상태에서도 완벽하게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 확고히 확립되었다.
타임스는 “그 오류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백기를 들었다. 하지만 고다드는 달 착륙을 24년 앞둔 1945년, 쓸쓸히 세상을 떠난 뒤였다. 그는 평생 조롱받던 자신의 꿈이 전 세계의 찬사를 받으며 달에 닿는 광경도,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언론의 사과문도 보지 못했다. “모든 비전은 첫 번째 사람이 그것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단 실현되고 나면, 그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된다(Every vision is a joke until the first man accomplishes it; once realized, it becomes commonplace).”
고다드가 남긴 이 묵직한 통찰은 미지의 진리를 향해 걷는 선구자의 처절한 고독을 대변한다. 우주를 향해 내디뎠던 그의 고독한 발자국은 오늘날 우주의 심연을 항해하는 인류의 모든 로켓 엔진 속에 영원한 심장 박동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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