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소멸 위기 아와지섬을 살린 파소나 그룹

정원석 2026. 4. 2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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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석 도쿄 특파원

일본 고베시 남서쪽 아와지시마(淡路島). 소고기와 양파, 도미가 특산품으로 에도 시대에는 왕실에 진상했을 만큼 고급 식자재로 유명한 곳이다. 강화도 면적의 2배로 농·수·축산이 모두 발달한 곳이었지만 이 섬도 도시 집중화를 피해가진 못했다. 20만 인구는 점차 줄어 반토막이 났고 인구 소멸 위기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2020년부터 다시 증가로 돌아섰다.

섬에 들어와 도로를 달리면 산과 밭이 이어지다 갑자기 세련된 가게나 건축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인재 파견 회사로 유명한 일본 파소나 그룹이 기존 폐교나 창고 등을 사들여 리모델링한 곳이다. 각종 음식점 등 30여 점포가 섬 곳곳에 흩어져 있다.

파소나 그룹이 이주 직원들을 위해 설립한 국제학교의 수업 모습. 정원석 특파원

회사 측은 2008년 처음 이곳에 들어왔다. 창업자인 난부 야스유키(南部靖之)가 지방 소멸 문제에 기업이 기여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 자신의 출신인 효고현(兵庫)에 속한 아와지시마에 ‘마을 활성화(まちづくり)’를 하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시작은 농업이었다. 농업과 자기계발에 관심 있는 젊은이 300명을 선발해 땅과 숙소, 농기구를 제공했다. 오전에 농사를 짓고 오후에는 예술 등 자기 계발에 힘쓰는 형태였다. 농작물이 나오기 시작하자 음식점을 만들어 주민들 물량까지 사들이면서 지역 경제가 돌기 시작했다. 2017년엔 ‘나루토’, ‘크레용신짱’ 등 애니메이션 테마파크도 조성했다. 방문한 날도 외국인 관광객이 절반이라 느낄 정도로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다고 한다.

2020년엔 아예 본사 기능 일부를 이곳으로 옮겼다. 직원들 이주 조건은 파격적이었다. 정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라 판단해 영어 유치원부터 방과 후 돌봄교실이 포함된 국제학교를 만들었다. 직원 배우자가 일이 필요하다고 하면 정직원으로 채용했다. 각종 지원이 보태진 결과, 5년 만에 이주 직원이 2000명이나 된다. 전체 그룹사 직원의 10% 정도다. 최근 10년간 지역의 1인당 소득도 30% 늘었고, 기업이 들어온 이후 경제적 효과는 원화로 환산하면 약 1000억원에 이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 지방 소멸 대책으로 공공기관·공기업 이전이 거론될 때마다 찬반 논란이 되풀이된다. 뭔가가 들어오기만 하면 지역이 살아난다는 발상은 아와지시마 사례를 보고 있으면 안일하게 느껴진다. 사회 공헌은 사업으로 지속 가능해야 하고, 이주는 그들이 뿌리내릴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 선의가 아닌 전략이 지방 소멸을 되돌릴 수 있는 문제로 바꾼다.

정원석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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