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실질가치, 금융위기 후 최저…5개월째 위안화보다 저평가

지난달 원화의 실질가치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과 수입물가 급등에 원화가치가 더 내렸다.
26일 국제결제은행(BIS)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85.44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1.57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금융위기 국면이었던 2009년 3월(79.31) 이후 약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말 한국 지수 순위는 BIS 조사 대상인 64개국 중 일본(66.33), 노르웨이(72.7)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실질실효환율은 물가 상승분과 무역 비중 등을 고려해 산출하는 화폐의 상대적 구매력 지표다. 2020년 전체 화폐의 평균값을 100으로 기준 삼은 후 산출하는데, 지수가 낮을수록 해당 화폐가 국제시장에서 낮게 평가된다는 뜻이다. 원화의 실질가치는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째 중국 위안화보다 더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실질실효환율은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직후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돌파하며 91.37로 떨어졌다. 이후 지난해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 서학 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열풍, 확장 재정에 따른 유동성 증가 등 영향까지 겹치며 90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란 간 분쟁까지 터지며 원화가치는 더 미끄러졌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석유·가스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고 외환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외부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원화 실질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단기 환율 방어뿐 아니라 공급망 다변화, 외환시장 규제 완화 등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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