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의 역설…뛰는 성장률, 금리 인상 압력 키운다

김원, 장원석 2026. 4. 2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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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냐 물가냐’ 사이에서 줄타기하던 통화정책의 무게추가 다시 물가 쪽으로 기울고 있다. 예상치를 크게 웃돈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1.7%)이 확인되면서 인하 기대는 빠르게 식고,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금리는 한국은행이 1분기 성장률을 공개한 지난 23일 큰 폭으로 뛰었고, 다음 날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23일과 24일 이틀 사이 3년물 금리는 0.131%포인트 상승하며 연 3.496%로 올라섰다. 국고채 전 구간에서 금리가 일제히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했다. 금리 인하 기대가 빠르게 걷히고, 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1분기 성장률(1.7%)은 2020년 3분기(2.2%) 이후 약 5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초 중동발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과 공급망 충격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반도체 호황이 이를 압도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한국 경제의 복원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해외 투자은행(IB)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높이고 있다. JP모건은 올해 한국 성장률 예측치를 3.0%로 상향했고, 씨티은행도 2.9%로 올렸다. 국내에서도 NH투자증권이 2.5%로 전망치를 높이고 수출 증가율은 30%로 제시하는 등 경기 회복 기대는 한층 강화되고 있다.

문제는 성장 회복이 역설적으로 통화정책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데 있다. 성장 둔화 우려가 줄어든 만큼 금리 인하를 서두를 명분은 약해졌다. 반면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긴축 실행의 걸림돌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달 수입물가 상승률이 16%(전월 대비)를 웃돌고 기대인플레이션도 2.9%(향후 1년)로 상승했다. 신현송 총재 역시 성장과 물가가 충돌할 경우 “물가를 우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긴축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시장에서는 인상 시나리오를 다시 기준금리 전망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JP모건은 올해 11월과 내년 11월 각 0.25%포인트씩 인상을 예상했다. 씨티은행은 기준금리 예측치를 연말 연 3.0%, 내년 3.25~3.5%로 제시했다. 삼성증권도 내년 두 차례 인상 가능성을 전망치에 반영(연 2.5→3.0%)했다.

하지만 올 1분기 깜짝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난해 1.92%에서 올해 1.71%로 0.21%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1.57%로 더 내려간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2년(3.63%)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2%를 밑돌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경기 과열이나 침체 없이 한 국가가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을 뜻한다. 경제 규모가 클수록 잠재성장률이 낮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세계 1위 경제 대국인 미국보다도 낮다. 2023년 2.41%로 미국(2.44%)에 처음 뒤처진 뒤 오히려 격차가 2024년 0.13%포인트, 2025년 0.28%포인트, 올해 0.31%포인트 등으로 확대됐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처럼) 단일 산업에 의존하는 경제는 경기 변동성에 취약하다”며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등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원 기자, 세종=장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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