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욕심낸 S씨가 옳았다 [편집장 레터]
2002년 8월, 기자 초년병일 때 취재수첩을 하나 썼습니다. 제목은 ‘16평 아파트가 6억원이라니~’입니다. 당시 반포주공아파트 16평이 6억원쯤이었습니다. 신반포1차아파트는 32평이 6억원 좀 넘었고요. 신반포1차 소유주인 S씨는 이렇게 푸념하더군요. “강남 지역에서 재건축 허가를 금지한다니 집값이 떨어지겠다”고요. 당시 정부의 재건축 규제를 두고 한 말이었습니다.
지금 들으면 헐값(?)입니다만, 당시 저는 6억원이라는 절대금액에 놀랐죠. 그랬더니 S씨는 재건축 개념을 설명해줬습니다. 아파트를 새로 지어 5년 뒤인 2007년 S씨가 받게 될 집은 50평입니다. 강남이라 학군 좋고 교통 편리하니 ‘미래수익’을 반영한 이 정도 가격이 타당하다고요.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대통령…시장 이기는 정책 나올까
원론적으로 따져도 노동소득을 훌쩍 뛰어넘는 부동산 가격이 존재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죠. 2002년만해도 보통 직장인이 월급으로 평생 벌어도 5억원 모으기가 쉽지 않은 때였으니까요. 저는 취재수첩 마지막 문장에 못마땅한 듯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공간 하나 얻는 데 이만한 돈을 줘야 하는가. S씨는 욕심도 많다.”
2026년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누가 맞았는지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압니다. S씨입니다. 그의 아파트는 반포 대장주 아크로리버파크가 됐습니다. 그의 집 시세는 100억원을 바라봅니다. 심지어 분담금 대신 1억원 가까이 현금을 받았습니다. 2007년보다 늦은 2016년 입주했지만 S씨가 ‘위너’인 건 분명합니다. 16평 주공아파트는 ‘래미안트리니원’이라는 이름으로 한창 지어지고 있습니다. 완공되면 평당 2억원쯤 할 겁니다. 부동산 욕심 많다고 제가 비꼬았던 S씨의 투자법이 정답이었습니다. 저와 가까운 사이인 S씨는 지금까지 저를 놀리곤 합니다. 그때 취재수첩을 쓸 게 아니라 눈 딱 감고 대출 받아 집을 샀어야 했다고요.
시장이 이러이러해야 한다고 설파해봐야 의미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공자님 말씀인 거죠. 당위를 앞세우다 실패한 정책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특히 부동산이 그랬습니다. 끝없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양극화의 주범이 됐을지언정 우리가 바꿀 수 없는 현실입니다.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시장 흐름을 읽고 대응하는 것 뿐이죠.
이재명정부는 어떨까요. 증시는 활황이지만 부동산은 살얼음판입니다. 정부는 다주택자 규제, 대출 제한, 보유세 확대 등의 카드로 수요를 막고 있는데, 공급 부족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도 부동산 대세 상승을 외치는 S씨가 또 맞는 걸까요. 아니면 이재명정부가 부동산 문법을 바꿔서 안정세로 돌릴 수 있을까요. 주식 시장에서 ‘이번엔 다르다’라는 말이 가장 위험하다고 합니다. 이재명정부는 이번에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제 마음의 소리도 그러한데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7호(2026.04.29~05.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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