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은혜”…70년 순교 신앙 위에 다시 선 아현중앙교회
부활과 개혁신앙 고수해온 지난 70년 돌아봐
권오진 목사, “70년의 주인공은 하나님,
복음 본질로 교회 다시 세우자”
소외 이웃과 함께하는 교회, 신앙의 세대 계승 다짐

“내 삶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었던 것을, 모든 것이 은혜 은혜였소.”
26일 서울 서대문구 아현중앙교회(권오진 목사) 예배당. 4세 아이부터 90세의 할머니까지. 전 세대 교인 70명으로 구성된 특별 찬양단 ‘글로리70 찬양대’가 CCM 찬양 ‘은혜’를 한목소리로 불렀다. 지휘는 1956년생으로 교회 창립과 함께 태어나 이듬해 영아세례를 받은 안흥순(70) 장로가 맡았다. 찬양 도중 회중을 향해 돌아선 그의 손짓에 맞춰 성도 300여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노래하며 교회의 지난 70년을 되새겼다.
아현중앙교회가 교회 창립 70주년을 맞아 전 세대가 함께하는 기념 예배와 다양한 행사를 열며 지난 신앙의 여정을 돌아보고 새로운 비전을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예배에는 백구영 이선균 원로목사 등 역대 담임목사들도 참석했다.
안 장로는 “1957년 4월 28일 세례를 받은 기록을 교회 역사책을 통해 확인하고 감회가 남달랐다”며 “북한에서 피난을 와 남대문에서 노점상을 하시던 어머니가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평생 교회를 위해 헌신하신 모습을 지켜봐 왔기에 나 역시 교회를 떠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찬양곡으로 ‘은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시청 공무원으로 평생 공직에 헌신하며 신앙을 지켜올 수 있었던 지난 삶을 돌아보니,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고백이 절로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유치부부터 어르신까지 한목소리로 찬양하는 모습을 보니 그 또한 하나님의 은혜였다”며 미소 지었다.



아현중앙교회는 교권과 물질로부터 자유로운 교회를 지향하며 1956년 당시 북아현교회(현 아현교회)에서 분립 개척됐다. 초대 담임인 김성렬 목사가 교회를 이끌었으며, 한국교회 안에서 부활과 개혁신앙의 전통을 고수해왔다. 1971년 한국전쟁 당시 납북·순교한 김유순 감독 등 41명의 교역자를 기리며 ‘납북순교자 기념교회’로 봉헌됐다.
김 목사의 아들로 이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이어온 김한중(78) 장로는 “교회는 단순한 신앙 공동체를 넘어 삶의 터전이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연세대 총장을 지낸 경험을 언급하며 “교회에서 배운 공동체 경험과 봉사가 삶의 리더십의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현중앙교회는 부활 신앙과 개혁 신앙이라는 두 축 위에 세워진 공동체이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 했던 길을 선택한, 믿음의 선진이 내린 신앙의 결단이 다음세대에 전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납북순교자 기념교회’라는 정체성에 대해서는 “납북된 목회자들의 가족들이 교회를 지켜왔고, 그들의 희생 위에 공동체가 세워졌다”며 “끝까지 교인 곁을 지키겠다는 목양과 소명에 충실했던 선진의 정신이 오늘날에도 이어졌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70년 전 전쟁의 폐허 속에서 시작된 작은 공동체는 이제 세대를 잇는 신앙 공동체로 성장했다. 권오진 목사는 이날 예배에서 과거의 순교 신앙을 기억하며, 앞으로의 70년은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교회로 거듭날 뜻을 밝혔다. 권 목사는 설교에서 “70년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하나님”이라며 “과거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현재에 감사하며, 미래에 이루실 하나님의 일을 기대하자”고 전했다. 이어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 영혼을 구원하고 제자를 세우며, 지역사회에 받은 복을 흘려보내는 교회가 되자”고 권면했다.
아현중앙교회는 이날 월드비전 자립준비청년 지원 사업에 참여해 청년들을 후원하기로 했다. 희귀 유전 질환을 앓는 장애인을 위한 엔젤만증후군협회에도 후원금을 전달했다. 또 지역 소외 이웃을 위한 도시락 지원 등 그동안 펼쳐온 다양한 섬김 활동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권 목사는 신앙의 세대 계승도 강조했다. 그는 “교회는 선교를 위해 세워진 공동체이며, 오늘날에는 지리적 선교를 넘어 세대 간 신앙 전승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부모와 자녀 간 신앙이 이어지는 모습이 건강한 교회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에 “소그룹을 통해 교제와 전도, 제자 양육이 이뤄지고 제자의 재생산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며 “다음세대를 세우고 사회와 함께하는 교회로서, 복음을 삶으로 증명하는 공동체가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교회는 2014년 지금의 예배당을 재건축하면서 교회 수양관에 보관해 왔던 종탑을 다시 세우는 제막식도 이날 진행했다. 종탑의 종은 1988년 교회를 증축할 당시 김정립 장로가 봉헌했다. 창립 70주년을 맞아 안 장로와 강정훈 장로가 종탑을 봉헌하며 교회 예배당 앞에 다시 자리하게 됐다. 권 목사는 직접 종을 울리며 앞으로의 70년을 향한 새로운 여정의 시작을 알렸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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