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지원금이라더니…“주유소서 가득 채웠다가 깜짝” 뭔일
김준영(28)씨가 운영하는 소스 업체는 연매출이 5억원이 안 되지만, 소비자들은 김씨 가게에서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쓸 수 없다. 오프라인 매장없이 이커머스 플랫폼에만 입점해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5년간 소상공인으로 장사해왔고,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저처럼 이커머스가 기반인 상인들도 많은데 또 빠진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정부가 오는 27일부터 1인당 최대 60만원의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소상공인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사용처 제한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지원금을 쓸 수 있는 곳은 연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사업장으로 전통시장과 동네마트, 편의점·치킨·베이커리 프랜차이즈 가맹점 등이다. 하지만 같은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이커머스 입점 업체와 기업형수퍼마켓(SSM)은 사용처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씨처럼 쿠팡·컬리·11번가·지마켓·SSG닷컴 등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은 ‘피해지원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십만 셀러(seller) 대부분이 중소사업자인데도 계속 사용처에서 제외되고 있다”며 “이커머스 중심의 소비 패턴 변화에 맞춰 사용처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SM 점주들도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국내 SSM 1457개 점포(GS더프레시·이마트에브리데이·홈플러스익스프레스·롯데수퍼 합산) 중 절반가량인 721개가 가맹점 형태로 운영된다. GS더프레시는 전체 581개 중 471개(81%)가 가맹점이다. SSM 가맹점주 곽모(38)씨는 “지난해 소비쿠폰 지급 때는 편의점과 동네마트에 손님을 빼앗겨 오히려 매출이 2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주유소 업계에선 ‘연매출 30억원 이하’란 사용처 기준이 업종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석유유통협회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약 1만개 중 연매출 30억원 이하 비중은 30% 미만으로 추정한다. 주유소는 판매가에서 세금 비중이 높아 실제 수익 대비 매출 규모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도시에선 지원금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주유소를 찾기 힘들어 소비자 체감 활용도는 더 낮다”며 “고유가 지원금인데, 정작 유류비로는 쓸 수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지원금 역시 사용처에 따라 매출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한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소비쿠폰이 풀린 지난해 3분기 SSM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대형마트 매출은 10.2% 감소했다. 일부 이커머스에선 소비쿠폰이 지급된 직후 결제액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이 기간 편의점과 치킨 프랜차이즈는 주요 품목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같은 소상공인인데 온·오프라인에 따라 지원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보다 정교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주유소 역시 정책 취지에 맞게 이제라도 연매출 기준 상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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