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캘리그라피는 세계적으로 충분한 경쟁력 갖춰"

송정훈 2026. 4. 2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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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여성캘리그라피작가협회 정기숙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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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훈 기자]

한국여성캘리그라피작가협회 정기숙 회장을 25일 인사동에서 만났다.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루벤에서 열리는 '2026 Korea Calligraphy Art Festival(KCAF)'를 준비하는 분주한 가운데서도 캘리그라피 예술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생각을 차분히 들려주었다.
 정기숙 한국여성캘리그라피작가협회 회장
ⓒ 송정훈 기자
수평적 협회가 만든 새로운 예술 공동체

한국여성캘리그라피작가협회는 전국에서 활동하는 여성 캘리그라피 작가들로 구성된 순수 예술가 단체다. 타 예술 분야에 비해 비교적 짧은 역사를 지닌 캘리그라피가 예술로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고, 일반 대중과 예술계에 캘리그라피 작품의 예술적 가치와 가능성을 널리 알리고자 창립됐다.

정 회장은 "캘리그라피는 단순한 글씨가 아니라 예술적 표현이 가능한 장르이며, 다른 예술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창의적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이 큰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협회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스승 중심이 아닌 다양한 배경을 지닌 작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수평적 구조라는 점이다. 그는 "한 방향으로 획일화된 작품이 아닌 각기 다른 감성과 창의성을 지닌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협회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다양성은 이 협회만의 정체성이자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는 29일부터 열리는 '2026 Korea Calligraphy Art Festival'은 협회가 그동안 축적해 온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수 있다. 그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원전이 아니라 캘리그라피 예술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년간 협회전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축적된 에너지를 바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준비했습니다. 협회 창립 이전부터 계획해 왔던 프로젝트이며 장기적으로는 타 예술 분야와 함께 만들어가는 통섭형 전시로 발전시키려고 합니다."

정 회장은 2030년 동대문 DDP에서 한글캘리그라피 를 소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해외에서 거듭 확인한 한글 캘리그라피의 가능성

정 회장은 국내 활동에 머물지 않고 해외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한국 캘리그라피의 가능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써왔다. 특히 올초 중국 산둥성의 문화도시 고밀시에서 열린 한중 교류전 참여 경험은 해외 교류 활동에 중요한 전환점이었다고 말한다.
 린이시 한중 서화 교류전
ⓒ 정기숙 회장 제공
고밀시는 서예와 전지공예 등 다양한 예술과 함께 노벨문학상 수상자 모엔의 고향으로 문화적 기반을 지닌 도시다. 정 회장은 이곳에서 열린 한중교류전에 직접 참가해 회원들의 작품을 선보이며 한글 캘리그라피의 조형성과 감성을 현지 작가들과 공유했다.

그는 "고밀시에서의 교류전은 단순한 전시 참여를 넘어 서로의 예술 언어를 이해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언어는 달라도 붓을 드는 마음은 같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고, 한글 캘리그라피에 대한 현지 작가들의 관심과 반응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이러한 해외 교류 경험은 작품 세계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전통적인 서예 정신을 기반으로 하되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새로운 표현 방식을 고민하게 되었고, 이는 현재 협회가 지향하는 방향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되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해외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한국 캘리그라피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K-캘리그라피는 이미 세계적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글이 가진 조형적 아름다움은 다른 문자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창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AI 시대 그래도 붓과 먹, 아날로그 감성의 힘
 25년 한글날 20 광화문 광장 휘회
ⓒ 정기숙 작가 제공
정 회장이 캘리그라피의 길에 들어서게 된 계기는 시각디자인 전공과 오랜 시간 품어온 서예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 단국대학교 예술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전통적인 서예를 현대적이고 회화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한다. 디자인적 감각과 붓글씨의 조형성이 결합되면서 자신만의 예술 세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최근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인공지능 시대 속에서 예술의 미래에 관한 생각도 밝혔다. AI를 하나의 도구로 바라보면서도 예술의 본질은 인간의 감성과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AI는 도움을 줄 수 있는 도구일 뿐, 작가의 감정과 의도를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붓의 움직임과 먹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차이는 인간만이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캘리그라피는 단순한 예술 장르가 아닌 또 다른 자신과 같은 존재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감정과 생각을 글씨라는 형태로 드러내는 과정 자체가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캘리그라피는 나의 내면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언어입니다. 붓을 들고 글을 쓰는 시간은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기숙 작가 작품 '홀로아리랑' 에는 한글캘리그라피를 세계에 알리는 쉽지 않은 길에 회원들과 손잡고 함께 ?가보겠다는 염원이 담겨 있는 듯 하다.
ⓒ 정기숙 작가
또한 창작 과정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슬럼프에 대해서는 특별한 비법보다는 꾸준함을 강조했다. "슬럼프가 오더라도 붓을 내려놓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떤 글귀가 마음을 사로잡을지는 알 수 없지만, 계속 쓰다 보면 새로운 창작이 시작되는 순간을 만나게 됩니다."

끝으로 정 회장은 창작 활동과 협회 회장직을 동시에 수행하는 일에 대한 어려움도 털어놓았다. 그는 개인적인 욕심을 내려놓고 함께 나아가는 길을 선택하는 일이 많다고 말하며 "협회를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공동체의 방향을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도 캘리그라피의 길을 선택한 작가로서 어떤 상황에서도 붓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합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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