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이발·목욕 등 생활밀착 업종까지...중동발 서비스물가 급등

김경희 2026. 4. 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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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세탁소에서 주인이 드라이클리닝 세탁기를 작동하는 모습. 뉴스1

직장인 박모(44)씨는 최근 동네 세탁소에 겨울옷 드라이클리닝을 맡겼다가 가격을 듣고 깜짝 놀랐다. 패딩과 코트·바지 등 4벌을 맡겼는데 9만원이 넘게 나와서다. 박씨는 “사장님께 가격이 너무 뛴 거 아니냐 하니 ‘드라이클리닝 용제와 기름값이 올라 어쩔 수 없다’고 미안해하시더라”며 “원래 옷장 정리차 세탁을 몇 번 더 맡기려고 했는데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7년째 미용실을 운영하는 유모(32)씨는 지난달부터 커트 가격을 2만5000원에서 2만8000원으로 올렸다. 유씨는 “오랜 단골이 많아 최대한 가격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중동전쟁 발발 이후 재료비가 10% 오르는 등 부담이 커져 버티기 어려웠다”며 “미용실 이전을 앞두고 있는데 인테리어 비용까지 치솟아 걱정이 많다”고 했다.

소비자물가가 2%대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중동발 유가 불안 등이 더해져 서비스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6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2%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1%)을 웃돈다.

김경진 기자


구체적으로 116개 개인서비스 품목 중 105개가 1년 전보다 가격이 올랐다. 비율로 따지면 90.5%로 10개 중 9개 품목이 인상된 것이다. 김밥(4.2%)·자장면(4.8%)·도시락(5.7%) 등 39개 외식 품목 중에선 오르지 않은 게 없다. 외식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 중에서도 취업학원비(-0.7%)·독서실비(-0.2%) 등 7개 품목을 제외하고 다 올랐다. 가전제품 수리비(14.3%)·컴퓨터 수리비(10.4%)는 인건비와 부품 가격 상승 등 여파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가격이 유지된 4개도 금융수수료·자동차검사료 등 오랜 기간 변동이 없는 품목이다.

특히 서비스 물가 중에서도 세탁료(7.1%)·이발료(3%)·목욕료(2.9%)·미용료(2.3%) 등 생활밀착 서비스 이용료가 오름세다. 가장 여파가 큰 건 세탁업종이다. 온라인 세탁 플랫폼 런드리고도 지난 24일부터 와이셔츠 세탁 가격을 2400원에서 2900원으로 20.8% 올렸다. 런드리고 측은 중동전쟁 이후 국제 유가가 불안정해지면서 포장 비닐과 소모품, 옷걸이 및 고정 자재, 드라이클리닝 용제와 유류비가 약 16.7~80% 급등했다고 인상 배경을 밝혔다. 크린토피아도 올해 들어 주요 품목별 가격을 5~12% 올렸다.

김경진 기자


이 외에도 대입전형료(9%)·이러닝이용료(7.2%)·산후조리원이용료(5.2%)·학교기숙사비(3.9%)가 크게 오르면서 양육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수학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45)씨 역시 올해 3월 학원비를 10%가량 올렸다. “코로나19 때 이후 계속 학원비를 동결해왔는데 인건비 등 여러 비용이 모두 상승해서 올해는 학원비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3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서비스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특히 세탁비는 일일 점검체계를 구축해 가격 동향을 점검할 예정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전쟁 이전부터 누적된 원자재·유가 상승의 영향이 개인서비스로 전이되기 시작한 것이고 하반기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추가경정예산을 해서 돈을 뿌리면 단기적으로 소비가 늘어날 수 있겠지만, 결국엔 다시 물가를 부추기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만큼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서비스 물가는 한번 오르면 잘 내려가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있는 데다, 에너지 가격 인상이 각종 생활물가에 반영되면서 앞으로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며 “특정 품목의 가격을 억누르기보다는 유통수급 구조나 플랫폼 수수료 등 구조적 대책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짚었다.

세종=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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