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3번째 테러’에 “링컨 봐라, 업적 남긴 사람만 노려”

강태화 2026. 4. 2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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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탕!” 현지시간 25일 오후 8시 30분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 도중 총성이 울렸다. 행사장에 있던 비밀경호원들은 단상에 있던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를 둘러싼 뒤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도중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에선 총기로 무장한 용의자가 보안 검색대를 뚫고 행사장으로 진입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총격이 발생했다. 수사 당국은 용의자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AFP=연합뉴스

대선 기간이던 2024년 7월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과 그해 9월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 골프장에서 총격 테러 미수 사건에 이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3번째 암살 시도다. 특히 이번 총격 사건은 현직 대통령을 노린 암살 시도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무장한 채 검색대 돌파…현장서 체포


트럼프 대통령의 암살을 노렸던 용의자는 캘리포니아 출신의 콜 토마스 앨런(31)으로 확인됐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해 있던 워싱턴 힐튼 호텔의 보안 검색대를 전력 질주해 돌파했다. 그러자 보안 요원들이 일제히 권총을 꺼내 대응했다.
현지시간 25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고 있던 행사장에 한 남성이 산탄총 등으로 무장한 채 호텔 로비에 설치된 보안검색대를 돌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총격이 발생했고, 용의자가 발사한 총에 보안요원 한명이 맞았지만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있어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행사장 입구에서 발생한 총격에 만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보안요원들은 일제히 총을 꺼내 주위를 경계했고, 참석자들은 테이블 밑으로 몸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시 17분 소셜미디어(SNS)에 “비밀경호국과 법 집행기관이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고, 그들은 신속하고 용감하게 대응했다”며 “총격범은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어 올린 글에선 자신을 비롯해 “영부인과 부통령, 모든 국무위원은 무사하다”고 확인했다.

백악관 만찬 총격 사건 용의자.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용의자가 보안검색대를 돌파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과, 체포된 용의자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직접 공개했다.


링컨 언급하며…“업적 남긴 사람만 노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용의자가 체포된 이후 백악관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비밀경호국 요원들의 신속한 대처를 치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단과의 연례 반찬 행사 도중 총성이 들리자 비밀경호국 요원들의 경호 하에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번째 반복된 테러 시도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는 “에이브라햄 링컨 대통령같은 인물을 보라”며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 즉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표적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별다른 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테러범이)노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링컨에 비유한 뒤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좀 쑥스럽지만 나는 영광스럽게도 많은 일을 해냈다”며 “수년간 조롱거리가 됐던 이 나라를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 목숨이 걸린 일이지만 나는 이 나라를 위대하게 만들고 싶기 때문에 살고 싶다”며 “그것이 내가 살고 싶은 이유”라고 했다.

2024년 7월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야외 유세에서 암살을 모면한 후 주먹을 불끈 쥐며 “파이트(Fight·싸우자)”를 외치는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테러를 “신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나를 구했다”고 주장했고, 당시 외친 구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는데 핵심 원인 중 하나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두 차례의 암살 시도를 재차 언급하며 “오늘 저녁 사건을 계기로 모든 미국인이 마음을 다해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격을 받고 피를 흘렸던 ‘버틀러 유세’ 이후에도 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하며 지지층 확장에 성공했다. 특히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피를 흘리며 외쳤던 ‘싸우자(fight)’라는 구호는 트럼프 재선의 결정적 계기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2024년 9월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택 골프장에서 암살을 시도하려던 용의자가 현장에서 체포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단독범행”…이란 연관성 일단 부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테러의 용의자에 대해 “수사당국은 그의 단독범행(lone wolf)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나도 그렇게 여긴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총기 테러 사건이 발생한 직후 백악관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퇴장하고 있다. 그의 뒤에는 JD밴스 부통령의 모습이 보인다 AP=연합뉴스

범행 동기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란과 관련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하지만 (이란과의 연관성은) 알 수 없고, (수사를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이것(테러 시도)은 내가 이란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란이 테러 시도에 관여한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차단하면서도, 이란과의 전쟁에 반대하는 진영을 향해 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석사’ 출신 교사…계획 범죄 정황


한편 AP통신에 따르면 용의자는 캘리포니아 공과대(칼텍)을 졸업한 뒤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고 LA 인근에서 교사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용의자가 이날 만찬 행사가 열린 호텔의 투숙객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암살을 노린 계획적 범죄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또 CBS 등은 용의자가 이날 오후 만찬장 인근 보안이 허술한 뒷방에서 장총을 조립한 뒤 호텔 로비에서 비밀경호국이 지키고 있던 검색대를 향해 돌진하다가 저지됐다. 호텔에 투숙하며 범행에 필요하 동선 등을 사전에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

총격범


용의자는 체포 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총격·무기 소지 등 2개 혐의로 기소돼 27일 기소인부 절차에 회부될 예정이다. 현직 대통령을 목표로 진행된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는 FBI 대테러 부서가 주도하고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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