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호랑이'와 '홍천 호랑이'가 건넨 질문
천안시 학예연구사이자 20여 년 동안 문화유산을 연구하고 탐방해 온 문화유산 전문 여행작가입니다. '거룩한 장도, 한국 호랑이를 찾아서'라는 주제를 지속적으로 다룹니다. <기자말>
[정재학 기자]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2살 수컷 늑대인 '늑구'가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비록 9일 만에 생포되어 해프닝으로 끝났고 그 바람에 늑구가 일약 전국구 유명세를 치르게 되었다. 하지만 동물원의 울타리 등 관리 허점과 동물복지에 대한 성토가 빗발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우리가 '보호'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가두고 있는지를 되묻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동물복지라는 말은 더 이상 관념이 아니다. 생명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자, 인간이 자연과 맺는 관계의 윤리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과 숲은 전 국토의 약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우리 일상생활에서 아주 중요하고 밀접한 생태 조건이다. 그런데 개발과 관리라는 이름으로 그 속살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숲은 점점 정형화되고, 인간만을 위한 장소로 변모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숲은 단순한 녹지 공간이 아니다. 생태계의 근간이며, 기억과 시간, 그리고 생명의 층위가 겹겹이 쌓인 공간이다. 그리고 그 숲의 정점에는 언제나 호랑이가 있었다. 그래서 호랑이숲을 찾아 지난 4월 15일에 봉화군으로 길을 나섰다.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호랑이
봉화로 향하는 길은 점점 깊은 산속으로 스며들었다. 굽이진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풍경이 달라지고, 숲은 더 짙어진다. 이 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인간의 시간에서 자연의 시간으로 넘어가는 통로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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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전경 백두대간 산림 자원을 수집.보존.전시하기 위해 2017년에 출범했다. |
| ⓒ 정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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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랑이트램 수목원을 트램으로 탐방할 수 있다. |
| ⓒ 정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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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랑이 철제조각상 철제로 만든 호랑이 조각이 인상적이다. |
| ⓒ 정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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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랑이숲 가는 길 코스는 숲길과 도로길이 있는데, 숲길을 걸어보길 권장한다. |
| ⓒ 정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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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랑이 '도' 2013년생 암컷 호랑이로 뛰어난 미모로 미스 백두호랑이라 불린다. |
| ⓒ 정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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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랑이숲 관람대 인공구조물과 너무 가깝고 개방적인 관람대가 아쉽다. |
| ⓒ 정재학 |
공교롭게도 일부러 유리 벽을 두드려 호랑이의 심기를 건드리는 관람객들이 있었다. 좀 더 높은 트리하우스 같은 관람탑, 좀 더 격리된 관람대, 좀 더 호랑이의 생태를 이해할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인간과 호랑이가 공존할 수 있는 곳으로 개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시베리아 야생 호랑이 다큐 감독이 만든 숲
봉화를 떠나 다음 목적지인 홍천으로 향했다. 역시 강원도답게 길이 구불구불 멀미가 날 정도로 곡예 운전해야 했지만, 펼쳐진 숲과 강은 다시 감정을 정화하기에 충분했다. 홍천 소재 '나는 숲이다'는 이름처럼 '머무는 공간'이라기보다 '스며드는 공간'에 가까운 문화복합 숲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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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숲이다 입구 집 모양의 안내부스가 인상적이다. |
| ⓒ 정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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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펜션 전경 머무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스며드는 공간에 가까운 문화복합 숲 |
| ⓒ 정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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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끼연못 전경 이끼가 자라는 연못이 인상적이다. 보이는 건물에는 야생곰 사진을 볼 수 있다. |
| ⓒ 정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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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리하우스 전경 이곳에 트리하우스를 조성해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
| ⓒ 정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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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뮤지엄 전경 카페로 조성된 숲뮤지엄에는 야생호랑이 다큐 영상과 호랑이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
| ⓒ 정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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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순 감독과 호랑이 촬영천막 여러 차례 야생호랑이 촬영을 하면서 사용했던 천막들을 보여주고 있다. |
| ⓒ 정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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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랑이 촬영천막 15m 높이 나무 위에 조성된 호랑이 촬영 천막 |
| ⓒ 정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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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베리아 호랑이 촬영 장소 저 멀리 호랑이를 촬영하던 천막이 보인다. 가는 길에 선명하게 찍힌 호랑이 발자국 |
| ⓒ 정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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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랑이발자국 문신 20년 만에 다시 만난 호랑이를 기념하기 위해 새긴 문신 |
| ⓒ 정재학 |
앞으로 이 숲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그의 고민도 들었다. 글로 머리로 이해하는 보여주기식 숲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직접 체득하면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숲으로 만들고 싶다고 한다.
숲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다. 그곳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공간일 뿐이다. 동물복지는 결국 인간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보호라는 이름으로 가두는 것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것이다. 숲 역시 마찬가지다. 개발이 아니라, 최소한의 개입과 세심한 관리로 유지되어야 한다.
봉화의 호랑이숲과 홍천의 작은 숲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자연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호랑이는 더 이상 우리 곁에 없지만, 그 부재는 오히려 더 큰 존재로 남아 있다. 숲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속에,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 속에. 어쩌면, 진짜 호랑이숲은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방식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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