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보다 두려운 건 침묵"...'성소수자' 노동자의 정면승부

이진민 2026. 4. 2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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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후보는_없다 ②] 최효 노동당 인천시의원 비례대표 출마예정자 동행 취재

유명 정치인도, 당선이 확실한 강성 후보도 아니지만 6·3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변화를 꿈꾸며 손을 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작지만 큰 존재감이 있는 숨겨진 후보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이진민 기자]

 지난 24일 <오마이뉴스>가 최효 노동당 인천시의원 비례대표 출마예정자를 동행취재했다.
ⓒ 이진민
"제가 이기려고만 했다면 '성소수자 후보'라는 말도 꺼내지 않았겠죠. 진짜 패배는 노동 환경에 대해 질문하지 못하는 겁니다."

승패가 갈리는 선거에서 득표 대신 물음표를 택했다. 그것이 최효가 생각하는 승리다.

'차별과 정면 승부'를 외치는 최효(35) 노동당 인천시의원 비례대표 출마예정자는 자신의 정체성에서 비롯된 차별을 정치적 의제로 만들었다. 그는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탐색 중인 '퀘스처너리'이자 쿠팡 부당해고 노동자이다. 이를 토대로 최 출마예정자는 "성소수자도, 그 어떤 노동자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쿠팡 물류센터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쿠팡 물류센터를 특정한 이유는 "취약한 노동자일수록 쿠팡으로 내몰린다"는 점 때문이다. 사회적 안전망이 취약할수록 급전과 일자리 때문에 쿠팡을 선택하고, 열악한 노동 환경에도 문제 제기하지 못해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는 "쿠팡이 한국 노동시장의 현실"이라며 "쿠팡을 바꾼다는 것은 결국 한국 노동자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문제 환경을 개선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효의 눈에 쿠팡은 한국의 축소판이자, 누군가의 생계다. 그래서 그는 쿠팡으로 향한다. 최 출마예정자는 이달 중순부터 쿠팡 산재 피해 유가족과 함께 지역별 쿠팡 물류센터 현장 순회 투쟁을 치르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4일 고 장덕준씨 유족과 함께 투쟁하기 위해 고양 물류센터로 향하는 그의 뒤를 따랐다.

제 눈에 쿠팡이 한국 사회처럼 보입니다
 지난 24일 <오마이뉴스>가 최효 노동당 인천시의원 비례대표 출마예정자를 동행취재했다.
ⓒ 이진민
오전 10시, 최 출마예정자의 휴대 전화가 울렸다. 상담을 원하는 쿠팡 노동자의 전화였다. 가끔은 새벽에도 전화가 왔다. 지금처럼 누군가의 '동지'가 된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면 불합리한 매니저 때문에 힘들었다. 그래서 "쿠팡에 가면 다른 것 없이 일만 하면 된다"는 아는 언니의 말에 솔깃했다. 그는 쿠팡에 가면 사람 걱정 없이 일만 할 줄 알았다.

아는 언니의 말이 맞았다. 쿠팡은 분업에 따라 노동자의 역할을 세분화했기 때문에 자신이 맡은 일만 하면 됐고, 사람과 부딪힐 일도 없었다. 하지만 사람 걱정이 없다는 것은 사람의 존재를 지우는 일이기도 했다. 그는 "노동자 대부분이 일용직이라 서로 한 번 보면 마는 사이였다"며 "계약직도 업무가 다르면 서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몰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2017년 10월부터 일용직으로 쿠팡에 출근했지만, 매번 다른 사람과 말 한 번 섞지 않은 채 일했다.

쿠팡에서 사람들은 쉽게 사라졌다. 출고 수량을 채우지 못하거나, 손이 느리거나, 관리자에게 반발하는 사람은 며칠 안 돼 쿠팡에서 사라졌다. 최 출마예정자는 "자주 나오던 일용직이 어느 날 출근하지 않으면 '아, 그 사람 블랙 당했구나' 생각했다"며 "그래서 나도 쿠팡에서 사라지고 싶지 않아 버티면서 일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 출마예정자는 쿠팡 일을 좋아했다. "물류(센터) 일은 민첩성과 순발력이 필요한데 제 장점을 살릴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쿠팡의 사람들을 좋아했다. "2018년 덕평 물류센터에서 일할 때 동료들이 좋았어요. 거의 대화 나눌 수 없는 환경이었는데도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쿠팡을 바꾸고 싶었다. 구인·구직 어플에 "쿠팡은 하루만 일하는 곳"이라는 후기가 달려도, 친한 동료들이 "너는 젊으니까 빨리 쿠팡 말고 다른 데서 일해야 한다"고 말해도 그랬다.
 지난 24일 <오마이뉴스>가 최효 노동당 인천시의원 비례대표 출마예정자를 동행취재했다. 최 출마예정자는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사무장을 맡고 있다.
ⓒ 이진민
그는 2021년 6월 인천1물류센터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게 되며 쿠팡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처음에는 조합비만 내고 노조 활동은 안 하려고 했다. 최 출마예정자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노조 활동이 '안 맞는 옷'처럼 느껴졌다"며 "점점 활동하면서 나도, 쿠팡도 변화하는 걸 느꼈고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노조 사무장으로 활동하던 그는 2022년 6월 계약 연장 시점에 재계약을 거부당했고, 지난해 5월 1심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최 출마예정자는 쿠팡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곳을 바꾸고 싶어졌다. 그는 "전국 각지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가 몰리는 공간이 역설적으로 가장 극악의 노동 환경을 자랑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쿠팡을 바꾼다는 것은 한국 사회 각계각층의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며 "하나의 상징적인 공간으로서 쿠팡 물류센터가 지닌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낙선보다 더 두려운 게 있습니다
 지난 24일 <오마이뉴스>가 최효 노동당 인천시의원 비례대표 출마예정자를 동행취재했다.
ⓒ 이진민
오전 11시 30분, 세 번의 지하철 환승과 한 번의 버스 탑승 끝에 고양 물류센터에 도착했다. 잦은 환승과 장기간 이동은 쿠팡 노동자 최효의 일상이기도 했다. 그 일상에 최 출마예정자는 정치를 넣기로 했다. 노조 활동을 통해 "무엇이든 변화를 만들려면 혼자 힘으로 어렵고, 많은 사람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배웠다. 그는 또 다른 최효를 찾고자 선거에 나선다.

최 출마예정자는 "선거 과정을 통해 나처럼 성소수자 노동자나 쿠팡 노동자를 한 명이라도 더 찾는 것이 진짜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겪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함께 노동 환경을 바꿔 나가는 것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숨은 의의"라고 덧붙였다. 그는 "선거에서의 실패가 곧 낙선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노동 의제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사회적인 주목을 끌어내지 못한 채 선거를 마치는 것이 진짜 실패"라고 강조했다.

그는 쿠팡 물류센터 노동 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생활동반자법 조례 제정과 직장 내 성소수자 차별을 다루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함께 공약으로 걸었다. 이에 대해 "모든 노동자가 성 정체성 때문에 차별 받거나 함께 동반자적 관계를 이루지 못하면 안 된다"면서 "내 공약은 노동자로서의 더 나은 삶이면서 모든 사람을 위한 정책이길 바란다"고 했다.

숨 가쁘던 그의 설명이 일순간 멈췄다. 두 눈만 말없이 움직였다. 시선 끝에는 고 장덕준씨 유족이 있었다. 쿠팡 물류센터 앞에서 안내문을 나눠주는, 쿠팡 산재 피해 유가족이 있었다. 지하철 환승을 놓쳐도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반응하던 그가 성큼성큼 다가갔다. 안내문을 뭉텅이째 들었다. 마이크도 쥐어 들었다.
 지난 24일 <오마이뉴스>가 최효 노동당 인천시의원 비례대표 출마예정자를 동행 취재했다. 최 출마예정자가 쿠팡 고양물류센터 앞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
ⓒ 이진민
"여러분 오늘도 정말 수고가 많으십니다. 왜 우리는 이토록 열심히 일하는데 쿠팡은 노동 환경을 바꾸고 있지 않는 겁니까? 힘을 합치면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습니다."
현장 관리자 앞에서 한 마디도 못할 때면 스스로 '지는 사람' 같았다던 노동자가, 다시 '질 것 같은' 선거에 나간다. 그러나 최효는 이길 것이다. 노동자의 손을 잡고, 물음표를 놓지 않은 채로.
 지난 24일 <오마이뉴스>가 최효 노동당 인천시의원 비례대표 출마예정자를 동행취재했다. 쿠팡 고양물류센터 앞 최 출마예정자(가운데)와 고 장덕준씨 어머니인 박미숙씨의 모습(왼쪽).
ⓒ 이진민
 지난 24일 <오마이뉴스>가 최효 노동당 인천시의원 비례대표 출마예정자를 동행 취재했다. 최 출마예정자가 쿠팡 고양물류센터 앞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
ⓒ 이진민
 지난 24일 <오마이뉴스>가 최효 노동당 인천시의원 비례대표 출마예정자를 동행 취재했다. 최 출마예정자가 쿠팡 고양물류센터 앞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
ⓒ 이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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