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화려한 ‘베이글’을 굽는 법, 서울스프링페스티벌 [취재진담]

김미경 2026. 4. 2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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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으로 탄탄하게 구워진 표면을 지나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희고 폭신한 속빵이 드러난다.

서울시 행사 담당 관계자들에게 행사 기간 변경을 일방 통보하고 정해진 예산 외 인건비는 못 주겠다는 것이 '부당하지 않은지' 물었다.

서울시가 이 위계 관계를 인지했든 아니든, 마땅한 노동의 대가를 산정할 책임을 '을'의 입장에 있는 이들에게 떠넘긴 것은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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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으로 탄탄하게 구워진 표면을 지나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희고 폭신한 속빵이 드러난다. 여느 것보다 네 배는 두툼해선지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부드러움이 남다르다. 하지만 낭만적인 식감은 찰나다. 하얀 부드러움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어둡고 질긴 껍질의 텁텁함이다.

베이글 하나에는 이토록 다른 두 세계가 공존한다.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듬뿍 얹는 것은 끝맛의 씁쓸함을 가리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포장지에 붙은 영국 국기 스티커 아래, 큼직한 로고가 눈길을 끈다. ‘London Bagel Museum’. 서울시가 이번 스프링페스티벌에서 보여주고 싶어 했던 화려함과 닮아 있다. 

지난 2월 중순 서울시는 매년 일주일 내외로 진행하던 서울스프링페스티벌 축제 기간을 돌연 4배로 늘리겠다고 행사 관련 업체들에게 통보했다. 일이 4배로 늘었다. 행사 개막을 한 달 가까이 앞당겨 준비 기간조차 촉박해졌다. 그러나 서울시는 늘어난 업무에 따른 추가예산 편성은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이를 ‘갑질’이란 제하로 보도하자, 서울시는 일방의 주장일 뿐이라며 기사 제목 수정을 수차례 요구했다.

갑질은 별다른 게 아니다. 강자의 위치에 있는 이가 약자의 노고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그것이 ‘관행’이란 이름의 평범으로 자리잡는 것이다.

서울시 행사 담당 관계자들에게 행사 기간 변경을 일방 통보하고 정해진 예산 외 인건비는 못 주겠다는 것이 ‘부당하지 않은지’ 물었다. 돌아온 답은 “부당하다면 업체가 적극 항의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으니 부당한 게 아니다”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가 업체라면 어차피 같이 일해야 할 사이니 불만이 있어도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침묵을 동의로 간주한 것이다.

당당했던 서울시와 달리, 업체 관계자들은 입을 여는 것조차 공포였다. 익명 요청만 최소 대여섯 번씩 거듭했다. 하나같이 ‘직원들의 밥줄이 걸려 있다’, ‘서울시에 찍히면 앞으로 일을 받을 수 없다’며 두려워했다. 서울시가 이 위계 관계를 인지했든 아니든, 마땅한 노동의 대가를 산정할 책임을 ‘을’의 입장에 있는 이들에게 떠넘긴 것은 무책임하다. 

시민들은 이런 현실에서 축제를 즐거운 마음으로 누릴 수 없다. 지난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런던베이글뮤지엄에 보이콧이 이어진 것이 이를 방증한다. 현장에서 소모되는 청년들도 서울 시민이다. 서울 시민의 노동을 착취해 서울 시민에게 웃음을 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서울스프링페스티벌이 조기 개막한 지난 10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행사가 열리는 한강 여의도 공원을 찾았다. 이튿날에는 개인 SNS에 행사 사진과 함께 ‘한강 르네상스’라고 자찬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시민의 웃음소리도 전시행정이냐. 민주당이 다시 서울을 점령한다면 한강을 다시 회색빛으로 돌려놓을 것’이라는 문구와 함께다.

한강이 ‘회색빛’인지 ‘화려한 오색빛인지’만을 신경 쓴다면 그것이야말로 전시행정이다. 한강은 시민의 웃음이 넘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한 시민으로서 동의한다. 다만 한강이 정말로 웃을 수 있는 공간이 되려면, 겉의 화려함에 치중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정은 베이글이 돼서는 안 된다. 같은 빵 안에서 속을 더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다른 부위를 쥐어짜는 행태는 흰 속빵을 먹는 이라도 용납하기 어렵다. 시정은 화려한 크림치즈로 외곽의 쓴맛을 애써 덮는 게 아니라, 빵 전체가 고루 익도록 살피는 세심함에서 시작돼야 한다.
김미경 기자 95923ki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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