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대식 쇼는 옛말…1분 만에 끝내는 압축 미식 리포트 [2026 먹방의 현재③]

전지원 2026. 4. 26.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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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장면 덜어내고 아이디어로 채우다… 푸드 콘텐츠도 미니멀리즘 추구

브이로그가 먹방에 '사람 사는 이야기'라는 진정성을 불어넣었다면 이제 그 이야기는 1분이라는 시간의 틀 안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의 푸드 콘텐츠는 더 이상 인내심을 요구하지 않는다. 음식을 꺼내고, 자르고, 굽고, 완성하는 과정은 1분 내외로 압축된다. 먹는 장면은 획기적으로 줄었지만, 그 빈자리는 정보와 아이디어가 채웠다. 2026년 현재 푸드 콘텐츠는 긴 포만감 대신 빠른 이해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효능감을 주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유튜브 '이상한 과자가게' 채널

이러한 변화는 실제 플랫폼 이용 행태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6~9월 조사해 도출한 '2025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 결과를 보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한 청소년(초4~고3)의 하루 평균 시청 시간은 200.6분에 달했다. 특히 숏폼 콘텐츠를 매일 본다는 응답이 49.1%에 육박하는 가운데, 자주 이용하는 플랫폼은 인스타그램 릴스(37.2%), 유튜브(35.8%), 유튜브 쇼츠(16.5%) 순이었다.

주목할 점은 플랫폼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가장 즐겨 찾는 콘텐츠 1위(40.6%)가 '요리·먹방'이라는 사실이다. 다만 그 형식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틱톡(TikTok)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푸드 트렌드는 단순 소비를 넘어 이용자가 아이디어를 재해석하고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변모했다.

복잡한 요리보다는 누구나 따라 하기 쉬운 레시피에 비주얼과 예상 밖의 조합을 더한 콘텐츠가 주도한다는 설명이다. 초밥을 타코처럼 바꾼 '스시 타코'나 만두를 라자냐로 재구성한 '덤플링 라자냐'처럼 익숙한 포맷을 뒤트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특히 한국의 '두바이쫀득쿠키'나 '버터떡'이 전 세계 숏폼 안에서 반응을 얻는 것은, 지금의 푸드 콘텐츠가 얼마나 많이 먹는지보다 신선하게 보여주고 따라 하게 만드는지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콘텐츠의 호흡이 짧아지면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도 정교해진 것은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먹방 유튜버들이 30분 내내 식탁 앞을 지켰다면, 최근 인기를 끄는 채널들은 1분 안에 모든 서사를 끝낸다. 빠른 속도감과 재치 있는 자막으로 레시피를 전달하는 1분요리 뚝딱이형이나, 복잡한 과정의 음식을 간단한 레시피로 풀어서 알려주는 레읽녀(레시피 읽어주는 여자) 등의 채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먹는 장면을 과감히 생략하거나 짧게 노출하는 대신, 시청자가 영상을 끝까지 본 뒤 '나도 저 정도는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만드는 데 주력한다. 지뻔뻔이나 이상한과자가게처럼 음식 하나를 실험하고 응용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음식은 먹는 대상을 넘어 실험하고 구경하는 창의적인 소재로 소비된다.

ⓒ유튜브 '새니' 채널

이 흐름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제작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일상 브이로그를 주력으로 제작하며 팬덤을 구축한 유튜버 새니는 브이로그 속 먹는 장면에 대한 팬들의 높은 요구를 반영해 아예 일정 주기의 먹는 영상을 모음집으로 만든 '소식좌의 입짧은 먹방 콘텐츠'를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유튜브 쇼츠와 릴스 등 숏폼을 통해 짧고 강렬한 푸드 콘텐츠를 생산, 변화를 적극 수용 중이다.

새니는 본지의 취재에 먹방 콘텐츠의 패러다임이 자극에서 공감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먹방이 누가 더 많이, 혹은 더 매운 것을 먹는지 겨루는 도전의 느낌이 강했다면 지금의 시청자들은 음식을 대하는 느낌과 분위기, 감각 자체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며 "많이 먹지 않아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짚어낼 때 시청자들의 반응이 훨씬 좋게 나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숏폼 열풍에 따른 콘텐츠 전략의 변화도 언급했다. 새니는 "플랫폼이 다변화되면서 숏폼에서는 젤리 얼먹(얼려 먹기)이나 짧은 먹방처럼 짧고 강한 포인트를 가진 영상에 대한 니즈가 더 생겼다"며 "롱폼영상이 많이 먹는 모습을 길게 소구한다면, 숏폼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를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한 핵심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크리에이터로서 쇼츠 제작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제작 환경의 효율성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존재했다. 그는 "아무래도 롱폼보다 숏폼 조회수가 잘 나오고, 편집이 훨씬 쉽고 시간도 덜 걸리다 보니 제작자 입장에서 부담이 적다"며 "심리적 부담이 적으니 영상을 더 많이 올릴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시청자의 니즈와 제작자의 효율성이 숏폼이라는 지점에서 맞물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틱톡, 도우인 등에서 외국인들에게 유명한 간장게장 가게. ⓒ틱톡 'sha' 채널

이러한 변화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중국의 숏폼 플랫폼 도우인(Douyin)을 주로 이용하는 중국인 교환학생 A(26)씨는 최근의 변화를 몸소 체감하고 있다. A씨는 "중국에서도 여전히 빨간 기름이 가득한 자극적인 괴식 먹방이 존재하지만, 정작 제가 자주 찾아보고 저장하는 건 실제 가볼 만한 맛집 추천이나 자취방에서 5분 만에 만드는 요리 릴스'다"라고 말했다.

먹는 장면은 줄었을지언정 시청자가 얻는 정보의 양과 만족의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그는 "어차피 일반인은 유튜버처럼 많이 먹지도 못한다"며 "코로나 시기에는 자극적인 영상을 보며 시간을 때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내가 실제로 갈 수 있거나 직접 해볼 수 있는 콘텐츠가 훨씬 중요해진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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