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사이에 ‘거친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김규환의 핸디 차이나]
日, 남중국해 발리카탄 훈련 기간 중 상륙 저지 훈련도 실시해
발라카탄 훈련에 日 전투병 사상 첫 참가에 中 심기 불편 노출
中, 구축함 동원해 훈련과 항공모함 파견 등 군사적 활동 확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일본 사이에 격랑이 일고 있다. 지난해 11월 다카하시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군사개입 시사 발언’ 이후 6개월이 다 돼 가지만 중·일 간 갈등이 완화하기는커녕 일본 전투병력이 사상 처음으로 남중국해 다국적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데 맞서, 중국은 차세대 강습상륙함을 급파하는 등 양국 간의 군사훈련 활동이 경쟁적으로 이어지며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은 상하이(上海)에서 출항한 차세대 강습상륙함 ‘쓰촨(四川)함’이 실전 훈련을 위해 남중국해로 출항했다고 중국 관영 중앙TV(CCTV)가 지난 21일 보도했다. 2024년 12월 첫 진수한 쓰촨함은 헬리콥터 여러 대가 동시 이착륙할 수 있는 대형 비행갑판을 갖춘 경(輕)항공모함이자 상륙작전용 병력·차량 수송선이다. 대규모 상륙작전을 지원하면서 헬기와 전투기뿐 아니라 드론(무인기)까지 운용이 가능해 ‘세계 최초 드론 항모’라고도 불린다.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 군사분쟁이 발생할 경우 즉시 투입될 것으로 관측되는 최신 해군 전력이다.
CCTV는 “쓰촨함은 진수된 이후 여러 차례의 시운전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며 “이번 훈련은 장비 전체 건조계획에 따라 조직된 정상적인 시험 훈련”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훈련이 특정 대상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CCTV는 극구 강조했지만 미국과 필리핀, 호주 등이 참여하는 연례 다국적 군사훈련 ‘발리카탄’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이카즈치’가 대만해협을 통과한 데 대한 ‘맞불 훈련’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일본은 중·일관계가 급랭한 상황에서도 중국의 강한 반발을 무릅쓰고 미국과 필리핀을 중심으로 3주간에 걸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지역과 대만해협에 맞붙어 있는 지역에서 진행하는 ‘발리카탄’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1998년 미군의 필리핀 철수 이후 해마다 열리고 있는 이 훈련은 최근 들어 중국이 필리핀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고 대만 유사시 등에 대비하는 방향으로 훈련의 성격이 강해졌다.

더군다나 이카즈치함의 대만해협 통과 역시 이 훈련에 참가하기 위한 것이다. 다음달 8일까지 19일 동안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리는 발리카탄 훈련에 일본은 전투병력 외에 군함 3척과 C-130H 수송기 1대, US-2 수륙양용 수색 구조기 1대를 파견했다. 또 함대함 미사일을 이용해 함선 격침 훈련도 벌일 예정인데, 대만 인근 해역에서 퇴역 함선을 침몰시키는 현장에는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직접 참관한다.
2012년부터 참관국으로 응급구조와 같은 비전투 요원을 보내는 방식으로 훈련에 참여해온 것과는 퍽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해상자위대가 공식 참가한데 이어 올해는 항공기와 육상자위대 전투병력 1000명을 포함한 모두 1400여명을 파견했다. 미국·필리핀 다음가는 규모다. 일본이 최대 규모 전투병력의 훈련 참가와 호위함과 수송함 등 함정 3척, 항공자위대 소송 수송기 파견 등의 배경엔 중국과의 갈등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일본이 필리핀과 2024년 군대를 상대국 영토·영해 등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 군사협정(원활화 협정)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맞설 수 있게 된 점도 배경 중의 하나의 요인으로 꼽힌다.
발리카탄 훈련에는 캐나다와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등도 이번에 참기해 1만 70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병력이 남중국해와 접한 필리핀 북부 루손섬 일대 등에서 실탄 훈련에 나선다. 일본은 훈련 기간 루손섬 북부에서 88식 지대함 유도탄을 사용한 상륙 저지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상륙 방지를 위한 실탄 훈련도 진행된다며 중국이 실효 지배를 하고 있는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黃巖島)에서 230㎞가량 떨어진 지점”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최대 규모 다국적 훈련에 대응해 중국은 실전훈련 등 군사적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군 동부전구 대변인 쉬청화(徐承華) 대교(대령)은 18일 해군과 공군 병력을 동원한 연합 전시 대비 순항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쉬 대변인은 이번 훈련이 원해(遠海) 작전 능력을 점검하기 위한 것으로 연간 계획에 따른 정례 활동이며 특정 국가나 대상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후 중국은 최신 구축함 바오터우(包頭)함 편대를 동원해 일본 남부 요코아테 수로를 지나 서태평양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일본 통합막료감부에 따르면 방위성은 19일 오전 11시쯤 가고시마현 요코아테섬 남서쪽 60㎞ 지점에서 루양(旅洋) III급 미사일 구축함과 장카이(江凱) II급 프리깃함(호위함)을 확인했다. 이들 군함은 동쪽으로 항해한 뒤 아마미오섬과 요코아테섬 사이를 지나 태평양으로 빠져 나갔다.
방위성은 이들 군함이 일본 이카즈치함의 대만해협 통과에 대한 대항 조치일 것으로 판단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바오터우함의 움직임에 대해 “지난 17일 이뤄진 이카즈치함의 대만해협 통과에 대한 대항 조치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관영 북경일보(北京日報)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인 장안가지사(長安街知事)는 요코아테 수로에 대해 중국 해군이 서태평양으로 진입하는 주요 통로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훈련에 투입된 '바오터우함'은 방공·대함·대잠 능력을 갖춘 중국 해군의 핵심 전력이다.
장쥔서(張軍社) 중국군 해군연구원 연구원은 해당 수로가 국제법상 공해 및 비영해 수역을 포함하고 있어 각국 선박과 항공기가 항행·비행의 자유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 해군의 해상 전투 능력과 국가 주권 및 해양 권익 수호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악의적 의도를 가진 세력에 대한 억지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 공교롭게도 일본이 대만해협에 함정을 보낸 날은 1895년 청일(淸日)전쟁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거액의 배상금을 물기로 서명함으로써 치욕의 ‘시모노세키조약’이 체결된 131주년이기도 해 중국인의 반일(反日) 감정을 크게 부추겼다. 시모노세키조약으로 당시 청나라는 조선의 독립을 인정하고 대만을 일본에 할양해 이후 50년 동안 대만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아야만 했다.

여기에다 옛소련 바라크함을 개조한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이 쓰촨함 출항 직전인 20일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대만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에는 랴오닝함 갑판에 J-15 전투기 8대와 헬리콥터 3대가 있는 모습과 랴오닝함의 선체 번호인 ‘16’이라는 숫자도 또렷하게 확인된다. 대만이 대만해협에서 중국 항공모함을 포착했다고 발표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만의 일이다.
대만 국방부는 랴오닝함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짤막하게 덧붙였다. 항로상 랴오닝함 역시 남중국해로 향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랴오닝함의 대만해협 통과는 지난 주 일본 자위대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 이후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과 맞물려 두 나라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국방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유효한 감제(瞰制) 통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감’(瞰)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다는 의미고 ‘제’(制)는 전면적인 통제와 억제를 뜻한다. 중국군이 대만해협 정세를 전반적으로 장악하고 있음을 부각한 표현으로 해석된다. 강력한 보복을 시사할 때 사용하는 ‘무지막지한’ 중국식 외교 용어를 동원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중국군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SNS) 계정 균정평(鈞正平)은 “중국에는 '벼랑 끝에서 말고삐를 잡는다'는 뜻의 ‘현애늑마’(懸崖勒馬)라는 표현이 있다”며 “일본은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신중히 행동하며 대만 문제에서의 모험을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만약 끝까지 고집을 부리고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기다리는 것은 자신이 지른 불에 타죽게 되는 것(引火燒身)”이라고 위협했다.
‘현애늑마’는 위험에 빠지고서야 정신을 차린다는 의미다. 중국이 다른 나라에 강력한 보복을 경고할 때 쓰는 용어다. 미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을 시행한지 1년 뒤인 2021년 7월 홍콩에서 활동하는 자국 기업에 사업 위험성을 경고하고 홍콩 인권 탄압에 연루된 중국 관리 7명을 제재하자, 이를 언급하는 등 걸핏하면 꺼내드는 ‘불량한’ 외교적 언사다. 당시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특파원공서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이 홍콩과 중국 내정에 간섭했다며 "중국 인민은 반드시 단호하게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비열한 계략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은 현애늑마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글/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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