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썼으면 고쳐야지] "이거 혹시 AI가 썼나요?" 직접 물어봤더니

최은경 2026. 4. 2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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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썼으면 고쳐야지] 의심의 눈으로 퇴고 하기

시민기자가 쓴 글을 매일 고치고 다듬는 사람의 이야기. 인공지능(AI)이 쓰고 고치는 시대에, 인간이 쓰고 고치는 마음을 찬찬히 담아 봅니다. <기자말>

[최은경 기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이미지.
ⓒ 오마이뉴스
'뭔가 이상한데?' 최근 한두 달 사이 원고를 검토하면서 이상한 심증을 느꼈다. '인공지능(AI)이 썼나?' 하는 의심.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면, 20년 이상 인간의 글을 봐 온 사람의 촉 정도라고 해두자. 단지 촉만은 아니다. 글쓴이가 아는지 모르겠지만 AI 도움을 받은, 그것도 많이 받은 글은 문장이나 내용에서 티가 난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직접 물어봤다.

AI의 도움을 받은 글인가요?

조심스럽게 이 글을 쓰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AI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적도 있다. 잘못을 따지듯 '왜 그랬어요?'가 아니라 '써보니 어땠어요?'라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다가갔다(글로 물어봤는데 실제 내 이런 감정이 전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자기 경험을 글로 쓰는 과정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편집기자 입장에서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확인 결과, 내 심증이 맞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엔 나도 좀 당황했다. '이게 AI의 도움을 받지 않은 글이라고? 어떻게 그렇지?'

AI가 썼다고 혹은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는 글은 특정 표현이 반복되거나 문장 구조에 이상한 습관 같은 게 있었다. 너무 상투적인 표현,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쓸 수 있는 문장들이 있을 때도 의심스러웠다. 서술어나 단어 등이 반복되고, 같은 말인데 표현만 달리해 쓰거나 출처 없는 내용을 썼을 때도.

느낌이 싸한 원고를 보게 되면 처음부터 걸리는 부분을 빨간색으로 표시하면서 읽는데, 끝까지 다 보면 서너 군데 문단이 문장만 다를 뿐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아니, 퇴고를 했다면 이럴 수 있나? 이런 걸 왜 못 거르지?' 하고 의심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지금은 본인이 퇴고했더라도 잘하지 못하면 오해를 사거나 AI가 쓴 게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시대인 셈이다(너무... 한가?) 앞으로 글쓰기에서 퇴고가 이전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과정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나의 부족함뿐만 아니라 AI의 글까지 내 눈으로 확인해서 내보내야 해서다. 글의 책임이 나(자신)에게 있으니까.

지난 3월 이후 특별기획 'AI 시대의 글쓰기'를 진행하면서 원고를 청탁하고 편집하며 이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이 기획에 참여한 시민기자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AI에게 글을 보여주면 듣기 좋은 말을 해준다고. 그런 내용들을 볼 때마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런 의문이 들었다. 'AI는 사람이 보여준 글의 내용을 의심하지 않나?' 혹은 '사람들은 왜 AI가 하는 말을 의심하지 않지?'

내가 일할 때를 돌아봤다. 나는 거의 매번 의심하는 편이다. '봄 여행지인데 왜 사진은 겨울 느낌이지?(혹은 겨울인데 왜 사진은 여름 느낌이지?), 이 분은 얼마 전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쓰셨는데, 어떻게 평일에 도서관에서 사람들을 관찰한 내용을 쓰셨을까, 이 아이는 몇 살인데 이런 말을 하지? 하는 일과 이 글이 어떤 상관이 있는 거지? 이 글은 어떤 의도로 지금 쓰신 거지?' 때문에 글을 검토할 때 내용 확인을 요청하는 쪽지를 자주 보내게 된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편집 영역

그 쪽지들에 어떤 특징이 있지 않을까? 나는 지난 한 달간 내가 시민기자들에게 보낸 쪽지 내용을 모아 AI에게 주고 내 피드백에 어떤 특징이나 공통점이 있는지 분석해달라고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내 의도를 정확히 꿰뚫고 있어서다.

AI가 본 나의 피드백은 단순히 '글을 고쳐라'가 아니라, '이게 왜 뉴스여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있다'고 했다. 뭉뚱그린 표현을 그냥 넘기지 않고 글에 등장하는 인물의 신상, 날짜와 시점 등을 확인해 독자가 기사를 읽을 때 내용에 몰입하고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또한 출처를 집요하게 확인하고, '독자는 기자님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황차가 생소하니 설명을 보강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한 것에서는, 내가 글쓴이의 머릿속에만 있는 정보를 독자가 알 수 있게끔 꺼내놓으라고 주문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나의 피드백이 글쓴이에게는 까다로울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 읽힐 가치가 있는 공적인 기록'으로 격상시키는 과정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이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편집 영역이라고 봤다.

"AI 너는? 너는 정말 인간이 주는 원고를 의심하지 않아?" 진짜 궁금해서 물어봤다. AI는 단번에 답했다. "의심하지 않는다"라고. 깜짝 놀랐다. 왜지? 어째서? AI는 '입력된 텍스트를 진실로 가정하고 그 안에서 최선의 논리와 형식을 찾아내는 최적화 도구'라서 그렇다고 했다. (연재 1편에도 썼듯) AI는 확률적 예측에 기반해 그럴싸하게 완성하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AI는 문장을 믿고 기자는 맥락을 의심한다.
AI는 데이터를 믿고 기자는 출처를 의심한다.
AI는 완성도를 보고 기자는 의도를 의심한다.

그럴듯하지 않나? 하지만 나는 이와 비슷한 구조의 문장이 글에서 보이면 작성자를 의심한다. 어쩔 수가 없다. 이런 게 바로 AI 글의 특징이라서(이 외에도 많다). 실제 이렇게 문장을 쓰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겠다. AI 역시 누군가의 문장을 학습한 것일 테니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AI는 인간의 편집과 구분되는 점을 정확히 짚고 있었다.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런데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편집기자 같은 존재가 24시간 대기하고 있을 리 만무하다. 즉, 본인이 쓴 글에 대해서 만큼은 스스로 편집기자가 되어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이 연재 '썼으면 고쳐야지'를 쓰는 목적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 이야긴 다음 회에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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