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인 티가 나서 좋아요"... 어느 AI 광고 제작자의 고백
[정누리 기자]
|
|
| ▲ AI 광고 스냅샷 |
| ⓒ 정누리 |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에게 "AI로 광고 만드는 일을 합니다"라고 말하기엔 낯부끄럽다. 사람들이 AI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달갑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명령어 몇 줄로 거저 돈을 번다는 인식. 사실 나조차도 '딸깍' 누르는 수고만으로 쉽게 돈을 벌겠다는 얄팍한 심보로 이 일을 시작했다.
요즘 사람들은 무분별하게 양산된 AI 콘텐츠에 극심한 피로를 느낀다. 인터넷에는 'AI 찌꺼기'라는 뜻의 'AI Slop'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자잘한 음식물 쓰레기가 배수구를 꽉 막아버리듯, 영혼 없이 쏟아지는 콘텐츠들이 소통의 흐름을 방해한다.
심지어 창작자들조차 '내가 아니라 AI가 만든 것'이라며 은근슬쩍 책임을 회피한다. 이제는 우리 물음을 던질 때다. 과연 누가 창작자인가. 혹시 난 기계의 보조자는 아닐까.
|
|
| ▲ 휘어진 안경테에 앉은 소녀를 표현하려고 프롬프트를 수정하는 모습 |
| ⓒ 정누리 |
하지만 안경테가 엿가락처럼 유연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AI는 이해하지 못했다. 계속 해서 이상한 것들만 만들어냈다. 머리에 쥐가 났다. 5초짜리 장면 하나를 놓고 3일 동안 씨름했다. 발상을 바꿨다. 꼭 안경테라고 설명해야 할까? '안경'이라는 단어를 쓰는 순간, AI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료로 고집을 부리는 듯했다.
프롬프트를 바꿔보았다. 안경이라는 말을 빼고 단순한 플라스틱 소재 막대기라고 바꿨다.
"PPSU 소재의 플라스틱 소재의 막대기 끝에 소녀가 걸터앉아 체중을 싣는다. 관이 유리공예처럼 쭈욱 늘어난다."
성공했다. 그제야 알았다. AI는 그것이 안경이건 뭐건 나의 의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묘사한 대로 철저히 표현해주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다. 그제야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AI가 할 수 있는 것이 명확히 보였다. AI는 '양'은 채워줄 수 있어도, '질'을 담보하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어쩌면 양산형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나처럼 '쉽게 한 몫' 벌어보려고 시작한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허나 그들도 언젠가는 벽에 부딪힐 것이다. 나와 같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수백, 수천 명이다. 그들과 나를 차별화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찌꺼기는 돈이 되지 않는다. 결국 같은 재료가 배수구로 갈지 혹은 사람들의 접시 위에 오를지 정하는 것은 연장을 쥔 사람의 몫이었다.
한번은 고객에게 내 광고 서비스를 택한 이유를 물었다. "사람들은 어차피 AI가 이질적이라는 것을 알잖아요. 그래서 차라리 비현실적인 연출을 하는 게 맘에 들어서요." 과일이 쏟아져나오는 걸쭉한 보라색 스무디 파도, 전광판을 뚫고 지나가는 방향제. 그가 맘에 들어한 장면들이었다.
소비자는 항상 똑똑하다. 얼른 AI가 발전해서 허구와 현실을 구분할 수 없게 돼서 AI를 무시했던 사람들을 놀래켜주겠다던 내 맘을 부끄럽게 하는 말이었다. AI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이 자체로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진정 사람들을 덜 피로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
|
| ▲ AI와 사람 |
| ⓒ Igor Omilaev |
오히려 우리의 상식으로는 쉽게 닿지 않는 기묘하고도 낯선 연출, 현실과 비현실이 섞여 만들어내는 그 이질감 자체를 하나의 새로운 장르로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기계가 쏟아내는 수많은 조각들 중에서 어떤 것이 배수구를 막는 찌꺼기이고 어떤 것이 흥미로운 요리인지 가려내는 것은 결국 그것을 맛보고 향유하는 사람들의 안목이다. 소비자가 기계의 속임수 대신 창작자의 의도를 읽어내고 진가를 알아볼 때, 창작자들 역시 기계 뒤에 숨어 쉽게 한 몫 챙기려는 얄팍한 시도를 멈출 수밖에 없다.
미술사에서 누가 더 똑같이 현실을 사진처럼 그리는가 경쟁하던 때가 있었다. 사실주의는 결국 입체주의와 추상주의로 나아갔다. "이것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라며 저마다 다른 시각을 뽐냈다. 피카소가 그러했고, 몬드리안이 그러했다. 그런 거창한 세상을 내게 빗대는 것은 아니다. 다만, AI 시대의 많은 창작자들이 이러한 의지를 가질 때에 우리는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도, 막연한 거부감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AI와 인간이 교차하는 과도기에 선 지금, 이제야 난 조금씩 기계의 보조자가 아닌 창작자로서 꽃을 조금씩 피워나가고 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평택을 출마 두 대표의 민심 잡기...넙죽 절한 조국·밑바닥 훑는 김재연
- 대구시장 '불출마' 이진숙 "보수의 붉은 심장이 파란색으로 물들면..."
- 미국이 1등 향해 달릴 때 중국은 시장을 장악했다
- 합정역인데 "이번역은 홍대입구", 지하철 왜 이러나 했더니
- "사법부 대신해 사과..." 46년 만에 인정받은 적법한 투쟁
- 맞벌이인데 주말마다 이벤트 없냐고 묻는 남편
- "왜 증언거부하냐" 다그치자... 표정 굳은 김건희 "약이 독해서..."
-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진보 단일 후보 유지... 후폭풍은 계속
- "본인 패배하니까 무효 주장, 청소년들에게 부끄러운 행동"
- "아무런 조치 안 해"... 이태원참사 당시 용산소방서장 재판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