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부 이야기] 맞벌이인데 주말마다 이벤트 없냐고 묻는 남편

김지호 2026. 4. 2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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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부부 여자 이야기] 관심을 가져달라는 표현일 텐데... 주말에 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현실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두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주말부부가 되었습니다. 아내와 남편 입장에서 주말 부부 이야기를 씁니다. <편집자말>

[김지호 기자]

평일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가고, 금요일 오후가 되면 마음이 조급해져 온다. 집안 상태며, 아이들 건강, 마지막으로 내 컨디션까지 살펴야 한다. 저녁 메뉴도 챙겨야 한다. 아이들보다 먼저 출근하기 때문에 아침에 아이들이 간단한 청소는 하고 갔는지도 궁금하다.

일 때문에 주말부부로 지내는 남편이 집에 오는 금요일 저녁엔 가격이 저렴하고 그가 좋아하는 양고기 집으로 향한다. 남편이 도착할 시간에 맞춰 가면 이미 만석이다. 먼저 가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힘껏 뛰어가도 매번 대기자가 넘친다. 실망한 남편 얼굴이 떠오르긴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중국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남편이 오는 금요일 저녁

나는 금요일이 되면 한 주의 긴장이 풀리는지 저녁 먹는 동안에도 졸음이 몰려오고 피곤함이 겹겹이 쌓여 온몸이 욱신거린다. 그런 내 사정을 아는지 모르느지 남편은 "이벤트 없어? 우리 마누라, 또 졸리고 피곤하지?" 하고 놀리기 바쁘다.

모처럼 집에 온 만큼 평일보다 더 밀도 있는 주말을 보내고 싶어 하는 남편의 마음을 알기에 비타민과 영양제까지 챙겨 먹지만 무거운 눈꺼풀은 봄바람에 꽃잎이 떨어지듯 감겨온다.

남편은 전혀 아니다. 집에 와서도 소파에 앉질 못한다. 꼭 오늘 해야 할 일을 못한 사람처럼 좌불안석이다. 그런 남편 모습에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서울에서 가까운 을왕리라도 가자고 하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남편은 차에 시동을 건다.
▲ 새벽에 찾은 커피숍 낮보다 밝은 곳, 글을 쓰던 내 곁을 지켜준 남편이 앉아 있던 곳
ⓒ 김지호
도시를 빠져나가면서 느껴지는 한적함과 눈에 들어오는 야경을 보며 마음이 차분해진다. 출발하기 전 느꼈던 짜증은 사라지고 피곤함도 느슨해진다. 화려한 불빛을 뿜어내는 카페가 가득했고, 늦은 시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카페 안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기분이 좋아져서 한 마디 했는데 오히려 남편 심기를 건드렸다.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커피숍이 이렇게 많아, 신기하다."
"검색하면 요즘은 어디에나 있어, 당신은 찾아볼 생각도 안 하잖아."

푸념 섞인 남편 말에 겨우 좋아졌던 기분이 나빠졌다.

"난 뭐 일주일 동안 놀았어? 나도 바빴다고, 당신이 찾아보면 되잖아!"
"내가 가자고 하면 억지로 따라오니까, 당신은 한 번도 어디 가고 싶다, 뭐 먹고 싶다고 먼저 말하지 않잖아, 왜 먼저 가자고 안 해? 다른 집은 여자들이 다 알아본다는데 어휴."
"여보, 대전(남편 일터)에서 무슨 일 있었어, 뭘 보고, 뭘 듣고 온 거야, 당신의 정체성은 어디에다 두고 자꾸 안 하던 소리하고 그래, 이벤트, 이벤트 하는데 그 말도 그만해."

결국 그동안 참고 있던 화가 폭발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결혼하고 크게 싸운 적 없던 우리 부부에게, 사소한 감정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동안 알면서 모른 척 했던 단점들을 한꺼번에 펼쳐놓고 네가 맞냐, 내가 맞냐, 확인 받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남편의 장점을 높게 평가했고, 어떤 부분은 닮고 싶기도 했었다. 잔잔했던 부부 생활에 불안한 감정들이 엉켜 가고 있었다.

나는 이벤트보다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의 폭, 서로를 인정하는 눈빛,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믿음이 좋은데... 매주 반복되는 남편의 "이벤트 없어?"라는 말에 주말이면 뭐라도 준비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 때문인지 평소보다 예민해진 것 같았다.

한바탕 서로의 감정을 쏟아내고 커피숍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글을 썼다. 내심 남편 행동에 반기 드는 소심한 복수였는데, 남편은 조용히 곁을 지켜줬다. 늦은 시간 커피숍에 함께 앉아 각자의 일을 하는 동안, 답답하게 굳어 있던 남편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남편이 서운했던 건 뭘까? 나는 왜 화가 났을까? 주말에는 집에서 좀 쉬고 싶었다. 평일에 쏟아내는 에너지가 주말까지 완충될 자신이 없었다.

새벽녘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주말이 사라졌다고 조용히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쉬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주말은 그냥 가버린다고 응수했다. 담담하게 말하는 남편 목소리가 평소보다 차분했다.
▲ 새벽에 거닐던 벚꽃길 함께 맞이한 주말
ⓒ 김지호
남편이 원하는 이벤트는 관심, 공감, 챙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내 몸이 피곤하고 지쳐서 주말이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남편 마음까지 살피지 못했다. 서로의 생각이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떨어져 있는 시간만큼 혼자 견뎌내고 있는 일상의 사소한 감정과 고충, 서로의 단점을 묵묵히 채워줬던 것처럼 알아서 챙겨주길 원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그러는 동안 서운함은 켜져 갔고, 서로의 탓을 하고 있었다. 남편의 소외감을 알려 하지 않았다.

주말부부, 서로 적응 기간이 필요해

"귀 뜨거워, 귀 뜨겁다니까, 전화 끊으라고."

주말 동안 남편은 같이 일하는 동료의 통화 내용을 흉내 냈다. 대화가 많은 부부라며, 실컷 통화하고나서 만나서 다시 이야기 하자고 끊는단다. 핸드폰이 뜨겁다고 여러 번 이야기 해도 아내가 전화를 끊지 않아, 뜨거워진 귀를 만지작 거리는 동료 모습이 웃겼다고, 껄껄거리며 말하는데, 왠지 짠했다.

"여보, 나도 전화해서 그렇게 오래 통화 할까?"
"당신이, 아이고 퍽이나 할 수 있을까?"

202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주말부부와 같은 비동거 비중은 14.1%로 늘었다(2015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어쩌다 우리 부부도 그중 하나가 되었고. 보이지 않은 사소한 감정이 쌓여 큰 불만이 되지 않도록 작은 감정부터 잘 살피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새로운 습관이 우리 부부에게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현실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지혜와 각자의 시간을 이해하고 응원한다면, 부부의 또 다른 신뢰가 쌓일 거라 믿어본다. 프랑스의 에세이스트 몽테뉴는 이렇게 썼다.

"인간의 가치는 살아가는 날들의 길고 짧음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간은 오래 살고도 얼마 살지 못하는 수가 있다." - 존 맥스웰 지음 <생각의 법칙> 중 인용

가끔은 귀가 뜨거위지는 경험... 나도 할 수 있을까.
《 group 》 주말부부 이야기 : https://omn.kr/group/two_house_story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두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주말부부가 되었습니다. 아내와 남편 입장에서 주말부부 이야기를 씁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북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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