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퍼먹는 원숭이들…관광객이 준 '정크푸드'가 원인이었다
장 건강 회복하려… “정크푸드가 장 균형 깨”
스페인 남부 지브롤터 바위산에 서식하는 원숭이들이 관광객이 준 음식을 먹은 뒤 흙을 섭취하는 행동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를 단순한 습성이 아니라 소화 불량을 완화하기 위한 행동으로 분석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더 가디언 등은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공개한 바바리마카크 원숭이의 '토식(土食)' 행동 연구 결과에 대해 전했다. 토식은 동물이나 사람이 의도적으로 흙이나 진흙을 먹는 행위를 뜻한다.
연구에 따르면 지브롤터에는 약 230마리의 바바리마카크가 서식하는데, 이들은 관광객과의 접촉이 많을수록 흙을 더 자주 섭취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관광객이 몰리는 휴가철에는 해당 행동이 더욱 두드러졌다. 2022년 여름부터 2024년 봄까지 관찰한 결과 원숭이들이 섭취한 음식의 약 20%는 관광객이 제공한 감자칩,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이었다. 관광객 밀집 지역에 사는 개체일수록 가공식품 섭취 비율이 높았고, 흙 섭취 빈도 역시 다른 무리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연구진은 이같은 행동이 영양 보충 목적은 아니라고 봤다. 임신 또는 수유 중인 개체에서 흙 섭취가 특별히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고지방·고당분·고염분의 저섬유질 음식이 장내 미생물 균형을 무너뜨리면서 소화 장애를 유발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 흙을 먹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실뱅 르무안 박사는 "지방과 소금, 설탕이 많은 정크푸드가 장내 미생물 균형을 무너뜨리고, 흙 속의 박테리아와 미네랄이 이를 다시 회복시켜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원숭이들은 주로 '테라 로사'로 불리는 붉은 점토를 선호했으며, 일부는 도로 틈의 흙까지 섭취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연구진은 도로 주변 흙의 경우 매연과 오염물질에 노출돼 있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관광객의 먹이 제공이 야생 동물의 행동과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관리 필요성을 강조한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샌안토니오 캠퍼스의 영장류학자 폴라 펩스워스 박사는 "가장 좋은 해결책은 관광객들이 원숭이에게 사람 음식을 주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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