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고생했는데 보호소행?” 논란의 은퇴군견 입소, 그 후 [개st하우스]

“군견을 유기견 시설에 밀어 넣었다는 오해가 있었는데요, 이곳 반려마루는 국내 최고 수준의 복지시설입니다. 축구장 20개 넓이의 산책로에서 마음껏 뛰놀고 전문적인 돌봄을 받으며 은퇴 군견들은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최근 입소한 4마리 중 3마리가 성공적으로 입양되었고, 비워진 견사에는 또 다른 은퇴 군견이 들어와 새로운 희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경기도 여주의 동물복지시설 반려마루는 약 300마리의 유기 동물을 수용하는 보호시설이자, 국내 최대 규모의 반려동물 문화공간입니다. 지난달 2일 오후 방문한 이곳에선 은퇴 군견의 입양을 축하하는 입양식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문화센터 현관에 내걸린 ‘은퇴 군견의 입양을 축하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 아래 레드카펫이 깔리고, 양쪽에 선 육군 군견훈련소 교관들과 관리사들의 박수를 받으며 은퇴 군견 ‘키위’와 ‘염토’가 입양 가족과 함께 늠름한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입양자 이경심씨는 “나라를 위해 고생한 군견에게 행복을 선물하고 싶어 삼척에서 달려왔다”며 “남은 견생은 푸른 언덕 위에 지은 펜션에서 마음껏 뛰놀며 자유롭게 살아갈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습니다.
외부인이 보기엔 그저 두 마리 개의 평범한 입양식일지 모르지만, 은퇴 군견의 노고에 걸맞은 여생을 약속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날은 특별합니다. 매년 발생하는 20여 마리 은퇴견의 ‘구조와 입양’이라는 선순환을 만드는 소중한 마중물 같은 순간이기 때문이죠.

이날까지 반려마루가 마련한 2개의 전용 견사를 거쳐 새 가족과의 삶을 찾은 은퇴 군견은 총 3마리. 2024년 처음 입소한 예랑이는 1년이 넘도록 단 한 건의 입양 신청도 받지 못한 채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러다 개st하우스를 통해 이들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국민일보 2025년 11월 29일자 보도, ‘“이렇게 똑똑한데 은퇴하면…” 인명구조견의 슬픈 견생’) 굳게 닫혀있던 입양의 문이 마침내 열렸습니다. 더 감사한 건, 후배 은퇴견들에게도 입양 기회가 이어졌다는 겁니다. 예랑이에 이어 2기 염토와 키위 역시 입소 2개월 만에 새 가족을 찾아 떠나게 된 거죠.
비워진 견사에는 육군훈련소에서 막 이송된 후배 은퇴견 두 마리가 새롭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24㎏의 늠름한 체격을 가진 8살 말리노이즈, 담비와 담보 자매입니다. 녀석들은 수많은 인파가 몰린 입양 행사장에서도 잘 훈련된 군견답게 의젓하게 자리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커다란 두 눈엔 평생을 보낸 훈련소를 떠나 낯선 보호시설에 도착한 당혹감과 호기심이 가득 깃든 모습이었습니다.
박현종 반려마루 센터장은 “군견훈련소의 노력만으로는 매년 발생하는 20여 마리의 은퇴견을 모두 감당하기 벅찬 상황”이라며 “새로 입소한 담비와 담보가 하루빨리 좋은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반려마루도 모든 역량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은퇴 군견이 처음 반려마루에 입소할 때만 해도 사회적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습니다. 첫 입소견인 예랑이와 윤지의 소식이 보도되자 댓글창에는 ‘왜 국가를 위해 헌신한 아이들을 유기견 시설에 보내 홀대하느냐’ ‘결국 안락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등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반려마루를 일반적인 시보호소(공공보호센터) 같은 곳으로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몰려드는 유기견 포획 민원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시보호소는 부족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법정 공고 기간이 지난 아이들을 대상으로 불가피한 안락사를 진행하곤 합니다.
반려마루는 다릅니다. 이곳은 안락사 없이 운영되는 노킬(No-Kill) 복지시설입니다. 무조건적인 구조 대신 시설이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입소 숫자를 자율적으로 조절해 과포화가 되는 최악의 상황을 원천 차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호하는 동물의 복지 질을 높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모든 입소견에게 하루 2시간 이상의 산책을 보장하고, 자체 동물병원을 갖춰 수술과 치료까지 가능합니다.
권지현 반려마루 동물관리팀장은 “반려마루의 시설과 관리 역량은 이미 국내 최고 수준”이라며 “은퇴 군견의 입양 경로를 넓혀주기 위해 반려마루도 힘을 보태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개st하우스는 지난 7일 반려마루 대형견동을 방문해 담비와 담보를 다시 만났습니다. 초등학교 건물 크기만 한 대형견동 내부엔 60여개의 견사가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한 마리당 6.6㎡(2평) 남짓한 개별 공간은 대형견들이 지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습니다.
취재진이 들어서자 견사 안 아이들이 철창에 매달리며 사람들을 반겼는데요. 그사이 유독 얌전하고 늠름하게 앉아 자태를 뽐내는 갈색 말리노이즈 두 마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견사 앞 푯말엔 ‘8살 말리노이즈, 육군 은퇴견, 담비 & 담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두 아이 모두 처음 입소 때 어색해하던 눈빛은 사라지고, 관리사의 손길에 얼굴을 비빌 만큼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었습니다.

견사 문이 열리자 담비와 담보는 순식간에 복도를 가로질러 넓은 놀이터를 향해 내달렸습니다. 6년 8개월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8살이 된 은퇴견이라지만, 이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습니다.
본래 벨기에 목양견 출신인 말리노이즈는 광활한 초원에서 양 떼를 몰던 본능이 있어, 명령을 수행하고 보상받는 것을 무엇보다 즐깁니다. 군견 시절의 습성을 이어받아 이곳에서도 하루 2시간씩 규칙적인 산책과 놀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특히 담보의 장난감 사랑은 유별났습니다. 강주희 관리사가 20m 거리로 장난감을 던져주자, 24㎏의 육중한 몸을 날려 7초 만에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강 관리사는 “최소 스무 번은 반복해야 직성이 풀릴 만큼 체력이 대단하다”고 귀띔했는데요. 이날 컨디션이 최고조였던 담보는 무려 60회가 넘는 무한 반복 공놀이를 선보였습니다. 끝내 녹초가 된 강 관리사 앞에서 담보는 장난감을 더 던져달라며 눈을 반짝였고, 이 모습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반면 담비는 관리사와의 깊은 교감을 즐기는 순정파였습니다. 조유진 관리사가 부르자마자 달려와 곁에 척 앉더니, 구령에 맞춰 앉고 엎드리는 동작을 완벽히 수행했습니다. 관리사와 보폭을 맞춰 걷는 정밀한 보법은 역시 베테랑 군견다웠습니다. 조 관리사는 “나이는 8살이지만 체력은 2살 못지않다”며 “이 넘치는 에너지를 함께 쏟아내며 매일 1시간 이상 산책해주실 멋진 보호자를 기다린다”고 전했습니다.

반려마루에 입소한 지 어느덧 2개월. 담비와 담보는 행복한 은퇴견의 삶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했던 지난 8년의 세월을 생각하면 당연히 누려야 할 보답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도 수백 마리의 입소견과 관심을 나누어 가져야 하는 보호소의 삶이 온 가족의 온전한 사랑을 받는 반려견의 삶에 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간 1000마리 넘는 유기견들을 지켜본 권 팀장은 “은퇴 군견이야말로 최고의 반려견 후보”라며 “잘 훈련된 만큼 차분하고 보호자에 대한 집중력이 뛰어난데, 어린 강아지에 비해 관리하기 훨씬 수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은퇴견들을 가장 가까이서 돌보는 관리사들도 한마음으로 입양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담비와 담보의 담당자인 조유진 관리사는 “너무 빨리 입양 가면 슬플 것 같다”며 “그래도 신나게 뛰어놀아 줄 수 있는 좋은 보호자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권 팀장은 “평생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고마운 존재들”이라며 “마지막 임무는 행복한 가정에서 살아가는 것”이라고는 거듭 응원했습니다.
담비와 담보의 견생 2막을 함께할 분은 기사 하단의 설명을 확인해주세요.
- 8살 말리노이즈 (중성화 암컷, 24㎏)
- 사람을 잘 따르며, 담비는 간식과 교감 / 담보는 장난감을 선호함
- 하루 1시간씩 산책 및 놀이 권장
■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아래 연락처로 문의해주세요
➡️경기도 반려마루: 010-7219-1800
■ 담비와 담보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76,177번째 견공입니다(120마리 입양 완료)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이성훈 기자, 전병준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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